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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만 하는, 노출 심한 운동? 그 편견 제가 깼습니다

조회수 2020. 9. 21. 22: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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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댄스, 사실 남자들도 즐기기 좋은 스포츠에요
유튜브 보며 폴댄스 시작
이젠 남자 폴댄스 선수가 꿈
건강·몸매 관리에도 좋은 취미

인터뷰를 하던 정세화(25)씨가 손에 봉을 쥐는 시늉을 하며 카페 밖의 교통 표지판을 바라봤다.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고 올해 2월 졸업한 정씨는 현재 경기도 부천시 근처의 페인트 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뮤지컬을 배운 정 씨가 극단 오디션을 제쳐두고 돈을 모으는 이유는 다름아닌 ‘폴댄스’. 작년부터 푹 빠진 폴댄스를 배우기 위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춤춘다. 오늘도 ‘남자 폴댄스 강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하는 그에게 폴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정세화씨 제공.

-폴댄스는 여성분들이 많이 하는 취민데, 독특해 보이네요

“맞아요. 저도 처음엔 으레 여자만 하는 춤이라 생각했죠. 실제로 ‘여성 전용’ 폴댄스 학원도 많으니, 남성에겐 익숙하지 않은 춤이란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작년 여름 방학 때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남자 폴댄서를 발견했어요. 외국인이었는데, 폴을 잡고 자유롭게 춤 추는 게 멋있고 재밌어보여서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예전에 발레를 배웠던 기억이 있어서, 스스럼 없이 폴댄스 아카데미 문을 두드렸습니다.”


-폴댄스 강사를 꿈꾸고 있다고 했는데요

“네. 대학에서 뮤지컬을 배웠지만 폴댄스를 배운 후 강사 겸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 ‘재미’에요. 고등학생 때부터 춤을 좋아했고 대학에서도 발레를 비롯해 뮤지컬댄스, 재즈댄스, 현대무용 등 많은 춤을 배웠지만 폴댄스만큼 재밌는 것은 없었습니다. 대한폴댄스연맹에서 폴댄스 1급 자격증을 땄지만, 올해 초부터 시작한지라 아직 걸음마 단계에요. 정확히는 모르지만 폴댄스 강사의 월급을 보통 200만원으로 알고 있는데, 폴댄스를 직업 삼을 수만 있다면 아무래도 좋아요. 내년부터 대회에도 나가고 차근차근 경력을 쌓을 예정입니다.”


-남자 수강생은 유일했다고

“네. 제가 다니던 학원도 서울·경기 지역에 지점이 많은데, 전 지점 통틀어 저밖에 없습니다. 몇 달 전까지 저 말고도 한 분 계셨는데 나가셨어요. 우리나라 남자 폴댄스 선수도 4명 정도밖에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좀 민망하지 않았나요

“아무래도 처음에 시선처리가 난처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지금은 누나들과 합동 연습도 하지만, 처음 3개월 정도는 땅만 쳐다보고 운동했던 것 같아요. 폴댄스는 온몸의 마찰력을 이용해야만 하기 때문에 폴웨어(pole wear)의 노출도가 심할 수밖에 없어요. 단순히 손발의 힘만으로 폴을 잡고 돌 수 없으니까. 저도 다른 춤 출 때보다 살이 더 드러나는 옷을 입어요. 폴 웨어를 노출이 심한 옷이라 보지마시고하나의 문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정세화 인스타그램(@94.ssehwa) 캡처.
정세화씨가 연습중 폴에 매달려 물을 마시고 있다.

-폴댄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일단 재밌습니다. 봉에 거꾸로 매달리고 도는 게 일상에서 할 수 없는 경험인잖아요. 보통 폴의 높이가 3m 정도고 저희는 1.7~2.5m 높이에서 돌죠. 별로 안 높아 보이지만 막상 매달려서 돌면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스릴 있어요. 요즘은 갓길의 표지판이나 철봉 같이 세워져 있는 봉만 보면 매달리고 싶어요. 누가 볼까봐 안 하지만. 사실, 제가 다니는 공장에서는 사람이 안 보일 때 몇 번 매달려 보기도 했죠(웃음).”


-폴댄스는 운동 효과가 뛰어나다고 들었습니다

“폴댄스 배우는 사람들이 꼭 이건 춤이라기보단 운동 같단 얘길 해요. 폴을 잡고 오르내리며 버티려면 근력을 써야 합니다. 별다른 웨이트트레이닝 없이도 근육이 많이 생겨요. 헬스한 것처럼 커지는 건 아니고 잔근육이 생깁니다. 해외 남자 폴댄스 선수들 보면 몸매가 좋습니다. 저 같은 경우, 폴댄스 시작하고 몇 개월 뒤 몸무게가 72kg에서 66kg으로 빠졌는데 어깨나 등판은 전보다 훨씬 넓어졌어요. 몸무게는 줄었는데 주변에서는 오히려 몸이 커졌다고 합니다.”

출처: 정세화 인스타그램(@94.ssehwa) 캡처.
올 여름 케리비안베이를 방문한 정세화씨.

-남자들한테도 좋은 운동이네요

“네. 폴댄스를 하면서 장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동작 중엔 힘이 필요한 것들이 꽤 많거든요. 남자들은 어렵고 멋있는 기술을 여자들보다 빨리 배울 수 있어요. 그만큼 재미도 금방 느끼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자 입장에서 3개월 걸릴 동작을 남자들은 1개월만에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유연성은 남자들이 여자들 못따라가죠.”


-하루에 얼마나 연습했는지

“처음에 배울 때에는 너무 재밌어서 하루에 3시간씩 (폴에) 매달려 있곤 했어요. 최근에는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해요. 공장에서 5시30분에 일이 끝나면 아카데미로 달려가죠. 스트레스도 풀리고 좋았어요. 지금 다니시는 분들이 대부분 직장인인 걸 보면 일하면서도 한 두시간 하고 가기 좋은 운동인 것 같아요. 준비물도 폴 웨어 정도밖에 없고.”

-동작이 어려워보여 진입 장벽이 높아 보입니다

“실제로 어려운 동작도 많고, 부상도 가끔 당해요. 폴에서 떨어지면 어깨에 금이 가기도 하죠. 그래도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웜업도 많이 합니다. 그래도각자의 유연성에 맞춰 춤을 가르치니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정세화 인스타그램(@94.ssehwa) 캡처.
정세화씨가 엘보아이샤스플릿을 연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왜 남자들은 이 재밌는 걸 안 배우지?’ 폴댄스를 하면서 계속 이 생각을 했어요. 고정관념 때문인 것 같아요. 과거에 축구를 남자만 하는 운동이었다고 생각했잖아요. 그런 것처럼 폴댄스는 여자만 하는 운동이라 여기는 것 같습니다. 사실 남녀 모두 즐길 수 있는 춤이나 체조 같은 건데. 열심히 연습해 유명한 선수가 돼서, 폴댄스의 성별을 넘어선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정경훈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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