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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는 학생 많은 서울의 한 고교, 이렇게 해결했습니다

재미가 인생 화두인 사람…'노래하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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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10.13. | 4,920 읽음
'노래하는 선생님’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장
비경쟁·협동 강조하는 모험놀이상담 개척
학교에 PC방 만들고 버스킹으로 금연 지도
가수 활동하면서 노래 통한 '메시지 교육' 강조
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 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
그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몇 줄만 읽어도 학생들을 바라보는 애잔한 마음이 느껴진다. ‘노 타바코’(No Tobacco)라는 노래다. 가사를 쓴 사람은 현직 교사 방승호(57)씨. 인문계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전문직업 교육을 하는 산업정보학교 교장인 그는 7번째 싱글앨범을 낸 가수이기도 하다. 그를 만나기 위해 지난 8일 찾은 서울 마포구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실은 만물상을 방불케했다. 수북히 쌓인 상담 교재와 도구, 인형 탈, 클래식 기타 등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방 교장은 놀이를 통해 학생들과 소통하는 ‘모험놀이’라는 상담 분야를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했다. 그는 “아이들을 재미와 즐거움에 몰입하게 하면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출처 : jobsN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증이 인생 바꿔”


교사라는 꿈은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피어났다. 충남대 공업교육대학에서 토목교육공학과를 졸업했지만 바로 교사가 된 것은 아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임용고시를 보던 시절이 아니라 사범대를 졸업하면 순차적으로 발령을 받던 때다. 졸업한지 2년만인 1988년 발령을 받은 곳은 경북 청송 구천중학교. 서울에서 이동하려면 무려 13시간이 걸리는 곳이었다.


“학교 발령받기까지 2년 동안 백수생활을 했어요. 고향 친구가 하는 오락실에 들어가 일을 봐주면서 그 시간을 버텼죠. 그때 나는 잘 하는 것이 정말 하나도 없었어요. 교사니까 가르치는 것을 잘해야 하는데, 특별히 잘 가르친다고 생각하질 않았거든요. 뭘 가르치는 것보다 아이들과 노는 것을 더 잘했어요. 재밌게 해주니까 아이들이 내 수업을 기다리더라고요.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어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재밌게 해줄 수 있을까’ 말이죠.”


학생들에게 ‘진짜 재밌는 선생님’으로 불리며 교직 생활을 하던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 펼쳐든 신문 속 하단 광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다. 한 사설기관에서 레크레이션 과정을 이수하면 강사 자격증을 준다는 광고였다. ‘이 과정을 들으면 전문적으로 아이들과 재밌는 수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은 그는 단번에 강좌를 신청했다. “인생을 바꾼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레크레이션 강자 자격증을 따는 과정이 얼마나 신나고 재밌었는지, 그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해요.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해서 그렇게 즐거웠던 거죠. 이 자격증은 아이들과 수업할 때뿐만 아니라 훗날 제가 모험놀이라는 영역을 공부하게 된 운명 같은 계기가 됐어요. 당시 유인종 전 서울시교육감은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분이었어요. 선진국 인성교육을 사례를 배우기 위해 교사들을 해외로 연수를 보내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연수 가려면 자격을 갖춰야 했는데 그중 하나가 ‘10년 전후 연차’와 ‘자격증’ 소지자였습니다. 선진국의 교육방식을 배워와 바로 교육현장에서 쓸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죠. 레크레이션 강사 자격증이 연수 선발에 결정적 역할을 했어요.”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출처 : jobsN

“경쟁 대신 협동하는 환경에서 ‘창의성’ 나와”


보름 동안 미국 포틀랜드에 머물며 경험한 교육방식은 신선하다 못해 충격으로 다가왔다. 구성원끼리 대화, 협력을 하지 않고서는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는 커리큘럼이었다. 인솔자는 어떠한 강요나 지시도 하지 않았다. 교사가 칠판에 쓴 것을 아이들이 그대로 받아 적는 한국식 수업 환경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이었다. 교육을 하는 데 있어 유일한 수단은 ‘놀이’였다.


“미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교장실로 달려갔습니다. 배운 것을 하루라도 빨리 적용해보고 싶었어요. 학교장에게 소위 ‘말썽꾸러기’ 20명만 배정해 달라고 했어요. 미국에서 배워 온 수업 방식을 적용해 일주일에 두 번 아이들과 만났어요. ‘이게 뭐야’하고 비아냥대던 학생들이 3주 정도 지나니까 ‘쌤, 우리 또 언제 수업 해요’라면서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어요. 학교에 나오지 않던 아이들이 수업을 기다리기 시작했죠. ‘협동’과 ‘비경쟁’ 이 두 가지만 염두에 두고 놀아만 줬을 뿐인데 어느 순간 변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기적 같았어요.”


아이들의 모습에 고무된 방 교장은 연구를 제대로 해보고 싶었다. 미국에서 배운 어드벤처 카운슬링(Adventure Counseling)을 우리나라 말로 ‘모험놀이상담’이라 명명했다. 아이들에게 해결할 과제를 주고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의사소통 능력, 협동력, 창의력을 길러주는 상담 방식이다. 방 교장은 미국에서 배운 것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금연 버스킹’.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에게 금연 활동을 하라고 선도하는 대신 노래를 통해 금연 메시지를 전파했다.


“아현정보산업학교는 10여년 전에 교감으로 왔다가 2016년 교장으로 다시 온 학교에요.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은 여전히 많았어요. 아이들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는 화장실 앞 복도로 갔어요. 의자랑 기타 하나 달랑 들고요. 노래만 불렀습니다. 담배 피우지 말라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고 말이죠.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몰려들었어요. 이참에 금연송을 만들자 해서 ‘노 타바코’ 노래까지 만들었죠.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담배 피우러 가는 장소로 옮겨 다니며 버스킹을 했어요. ‘너네 담배 피우다 걸리면 나랑 하루 종일 노래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결과요? 믿을지 모르겠지만 학교 내에선 담배꽁초가 없어졌습니다. 노래를 통한 메시지 교육의 힘이죠.” 

방 교장은 쉬는 시간이면 인형탈을 쓰고 학생들을 찾아간다.

출처 : jobsN

중고생뿐 아니라 성인도 찾는 ‘인생 상담가’ 되기까지


그는 학생들에게도 스스름없이 말한다. “나는 잘 하는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고 .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만나면 최선을 다했다. 모험놀이를 더 많이 전파하겠다는 야욕으로 도전한 장학사 시험에서 두 번의 고배를 마시고 세 번 만에 합격했다. 글 쓰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정도로 소질이 없었지만 갈고닦은 경험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박사논문도 썼다. 지금까지 쓴 책만 7권이다.


“아이들에게 그냥 다 솔직하게 얘기해요. 선생님은 잘 하는 것이 없었지만 좋아하는 것을 발견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고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창의성이라고 생각해요. 창의성은 억압이 아닌 놀이, 재미라는 요소가 결합될 때 나옵니다. 나는 모험놀이에 재미를 느꼈고 그래서 반복적으로 연구하게 됐습니다. 박사논문까지 썼지만 지금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험놀이상담 공부를 해요. 너무 재밌으니까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하는 것이죠. 상담을 할 때도 정말 놀이하듯 하니까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이고요. 재미있는 놀이를 하다 보면 신뢰라는 감정도 무색할 만큼 진신을 얘기하게 되고 그렇게 소통하면서 치유가 되거든요.”


‘학생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는 선생님’으로 소문이 나면서 그를 찾는 곳은 계속 늘고 있다. 일단 교장실은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 초코파이는 무한리필이다. 그의 교육활동에 지지 의사를 표한 오리온에서 몇 년 전부터 초코파이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다른 학교나 기업 등에서 요청이 오는 강연은 비용을 받지 않는다. 늘 열려있는 교장실 문을 두드리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 학생들뿐 아니라 아이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는 타 지역 학부모들, 심지어 다른 학교 교사들까지 방 교장을 찾는다.


“한 번은 지방에 있는 교사가 메일을 보내왔어요. 맡고 있는 반 학생 때문에 고민을 하다 원형탈모가 왔다며 모험놀이상담을 받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질문을 줄 테니 답을 해오라고 했습니다. 질문을 주고 답이 오지 않으면 다음 질문을 하지 않아요. 60개의 질문과 답이 오간 날 피드백이 왔습니다. 그 학생과의 갈등을 해결하게 됐다면서요. 제가 한 일은 질문지를 준 것뿐이에요. 스스로 질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죠.” 

방승호 아현산업정보학교 교장.

출처 : jobsN

“내 노래 학생들이 떼창해주는 것이 꿈”


모험놀이상담을 통해 얻은 것 중 하나는 학생들이 막연하게 꾸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게 해줬다는 것이다. 방 교장은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을 위해 아예 학내 PC방을 만들고 ‘e스포츠과’를 신설했다. 원 없이 게임에 빠져보고 나서 프로게이머를 할지, 다른 일을 할지 학생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시행 첫해 반 학생 70%가 e스포츠 관련 학과에 입학했다. 그가 잊고 있던 또 다른 꿈도 모험놀이상담을 진행하면서 확인했다.


“아이들을 상담해주면서 나는 꿈이 뭐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중학교 때까지 내성적이긴 했는데 소풍 갈 때 기타를 들고 갈 정도로 노래를 좋아했거든요. 노래를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가수’가 되어 보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내가 노래를 하면 사람들이 노래에 집중을 안 하고 ‘노래 잘하시네요’라고 해요. 가수가 노래 잘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말이죠. 앞으로 정년까지는 5년 남았어요. 그전까지 노래 하나는 히트를 쳐야 하는데 말이죠. 대중적으로 빵 터지는 노래가 나와서 아이들이 떼창을 불러주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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