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300만원 벌어요..평범한 40대 주부 역전 아이템은?

조회수 2020. 9. 21. 22:4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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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어요" 평범했던 주부의 '역전' 아이템
똑같은 게 전부가 아니예요
7년차 미니어처 작가
실물과 똑같이 만들어
월수입 300만원일 때도 있어
창의성을 더해야 좋은 작품 나와

손톱보다 작은 비빔밥을 만드는 사람이 있다. 7년차 미니어처 작가 장미영(42)씨다. 미니어처는 사물을 작게 만든 것이다. 크기는 원본의 12분의 1이지만 실물과 거의 똑같다.


많은 이들이 미니어처를 만든다. 장씨는 그 중에서 전문가 소리를 듣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국제올림픽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평창올림픽에 쓸 한국 음식 미니어처를 만들기도 했다. 기업 등에 작품을 납품하기도 한다. 그에게 미니어처 작가 이야기를 들었다. 

출처: jobsN
장미영 작가

지루하던 일상에 만난 우연


장씨는 조선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게임회사 ‘액토즈소프트’에서 게임 캐릭터와 애니메이션 영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3년후 결혼하면서 ‘경력단절’의 늪에 빠졌다.


“어떻게든 버텨보려 했지만 일과 육아를 같이 하기 버거웠습니다. 어린 아이를 친정과 시댁에 번갈아 맡기기도 힘들었어요. 게임업계 특성상 젊은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경쟁력도 없다고 느꼈습니다. 업계가 워낙 빠르게 변하는데 따라갈 수가 없었죠. 현실을 냉정히 보고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이후 10년을 주부와 엄마로 살았다. 아이들을 재운 후 집안이 고요할 때나 예전에 쓰던 물감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삶은 어디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두 아이의 엄마가 아닌, ‘장미영’ 이름 석 자를 걸고 도전하고 싶었다.   

출처: 네이버 블로그 '묭스의 미니어처' 제공
(왼쪽부터) 미니어처 한식 상차림, 주방 세트

우선 취미로 할 만한 활동부터 찾았다. 바느질·펠트공예·구체관절인형 만들기 등을 해봤다.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무언가를 만들면 육아 스트레스를 잊곤 했다.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오로지 만들고 있는 물건과 두 손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미니어처를 알았어요. 공방에서 미니어처 작업중인 사람들을 봤거든요. 그림 그리는 재주도 필요하다길래 자신이 생겼습니다.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한국돌하우스협회’에서 3개월간 미니어처 제작의 기초를 배웠습니다.”

출처: jobsN
미니어처로 만든 감자와 실제 감자. 감자 씨눈까지 그대로 표현했다.

미니어처 제작은 사전 아이디어 구상이 중요하다. 주전자를 만든다면 우리나라 주전자인지 중국 전통 주전자인지까지 구분해 생각해야 한다. 중국 전통 주전자는 주둥이가 짧고 무늬가 화려하다. 이른바 디테일이 살아 있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실제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주재료는 점토와 종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만드는 수지점토를 사용한다. 칼날을 만들 땐 색과 질감이 비슷한 참치캔을 이용한다. 커피 스푼의 원통 모양을 분리해 점토로 만든 손잡이를 붙이면 미니어처 후라이팬이다. 특별한 도구는 없다. 자·칼·가위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걸 쓴다. 완성까지 음식은 하루, 가구는 이틀이 걸린다.

출처: 페이스북 '묭스 미니어처' 캡처
미니어처 가스렌지 밑에 넣은 초에 불을 켜고 그 열로 음식을 조리한다.

IOC에서 작품 의뢰해


해외에서 미니어처 작가의 활동 영역은 다양하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주로 영화 조형물을 만든다. 필요한 소품이나 세트를 미니어처로 만들고 볼 땐 확대해 버린다. 실물 크기 세트를 만드는 것보다 비용이 수십배 더 저렴하고 효율적이다.


“미니어처로 영화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미니어처 작가도 영화 제작 과정에서 보면 미술감독이라고 해도 무방해요. 국내에선 아직 미니어처 작가란 공식 자격증도, 협회도 없습니다. 하지만 꼭 그래야만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니예요. 작가는 작품이 곧 자기 얼굴이니까요.”


장씨는 그런 생각으로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미니어처를 만드는 사람들이 대부분 음식에 집중한다. 만들기도 편하고 찾는 이가 많아 팔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장씨는 가구를 만들었다. 종이를 소재로 택했다. 예를 들면 원목 서랍장을 만들때 나무나 플라스틱이 아닌 종이를 여러 겹 겹쳐 두께를 표현한다.


가구를 선택한 이유는 실내 인테리어 자격증(3급)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 자격증은 도면 그리는 방법, 가구 배치도에 대해서 알아야 딸 수 있다. 인테리어 자격증 공부를 하던 경험을 살려 미니어처 가구를 실제와 가깝게 만들었다. 

입소문이 나고 인지도가 생기자 미니어처 작업에 대한 책을 3권 냈다. 2014년 '미니어처 아트119’, 2015년 ‘삼시세끼 집밥요리 미니어처’, 2018년 ‘묭스의 미니어처’를 출간했다. 그리고 2017년 어느 날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메일 주소에 IOC가 적혀 있었어요. 처음엔 스팸메일인줄 알고 바로 삭제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같은 이름으로 또 왔어요. 답장을 보내봤는데 진짜 IOC(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국제올림픽위원회) 직원이었습니다. 자신을 IOC 홍보 담당 직원이라고 소개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홍보를 맡았는데 한식을 미니어처로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단순히 음식만 만들지 않았어요. 실제 미니어처로 만든 조리기구로 음식을 만들었어요. 작지만 실제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미니어처로 만든 작은 가스렌지 밑에 초를 두고 그 열로 음식을 조리했습니다. 비빔밥·화전·구절판·김밥을 만들고 영상을 찍었어요. 제작비로 200만원을 받았습니다.”     

장씨는 주로 선주문을 받고 미니어처 세트 작품을 만든다. 세트 제작을 요청하는 곳은 기업, 도서관, 출판사 등이다. LG상남도서관에는 과학기지, 놀이터 미니어처를 제공했다. 비용은 세트 하나당 200만원 정도다. 제작 시간을 감안해 보통 한 달에 1~2건을 맡는다. 미니어처 제작 비결을 담아 쓴 책 3권은 최근 대만 출판사와 현지 판권 계약도 마쳤다.


“미니어처가 작으니까 금방 만들어낼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점토 굳는데만도 며칠이 걸립니다. 작품 하나에 이런 시간과 정성이 들어간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글 jobsN 김민정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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