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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장아찌 담그던 종갓집 며느리, 20억 사장님 됐다

조회수 2020. 9. 25. 15: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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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던 종갓집 며느리, 이걸로 연매출 20억 CEO 됐다

송영예 바늘이야기 대표 인터뷰

태교로 시작한 손뜨개로 창업

연 매출 20억원 회사로 일궈내 

올해 창립 20주년을 맡는 바늘이야기는 국내 최초 DIY(Do it yourself) 뜨개질 전물 쇼핑몰이다. 1998년 당시 주부였던 송영예(51)씨가 창업했다. 현재는 연 매출 20억원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송씨는 또 한국손뜨개협회를 발족해 회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창업 전 그는 종갓집 종손 며느리였다. 고추장, 장아찌, 김장 등을 직접 만드는 억척 주부기도 했다. 천국의기자단은 최근 송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태교로 시작한 뜨개질이 평생의 직업으로


- 뜨개질을 하게 된 이유가 있나.


“92년 첫 아이를 가졌을 때였다. 입덧이 심하고 교통수단이 불편해 집 밖을 나가기 어려웠다.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태교 삼아 뜨개질을 시작했다. 95년부터는 당시 유행하던 PC통신을 보고 주부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정보를 나눴다. 그러다가 내가 직접 ‘바늘사랑’이라는 동호회에서 뜨개질 모임을 만들었다. 어른 옷과 달리 아이 옷은 2~3일 이면 하나 뜰 수 있는데, 성취감을 함께 나누니 즐겁고 뿌듯했다.”


- 하지만 직업까지 이어진 것은 의외다.


“건설업을 하는 남편은 집을 자주 비웠다. 이 때문에 동호회 모임을 우리 집에서 많이 했다. 열다섯 명 정도 모여 뜨개질을 하고 PC통신에 후기를 올렸다. 후기를 본 잡지 ‘베스트베이비’에서 기고 요청도 왔다. 한 3년 정도 기고했다. 한 번에 16만~32만원 정도를 받았다. 연재 덕분에 뜨개질 실력도 많이 늘었다. 그러면서 사업으로 키웠다.”


- 잡지 기고를 하려면 최신 트렌드를 선도해야 할텐데.


“해외 원서를 구하는 것이 어려웠다. 당시는 해외여행 자유화를 한 지 채 10년 남짓한 시기였고, 원서도 그리 많지도 않았다. 그런데 기고문을 전달하러 간 잡지사 서고에 뜨개질 원서가 가득 있었다. 그걸 공부하면서 해외 트렌드를 익히는 한편, 국내 상황과 고객 취향에 맞는 스타일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 가족들의 반대는 없었나.


“아무래도 눈치는 보였다. 종갓집 종손 며느리 아닌가. 하지만 결혼 전에는 대학교에서 일했는데 결혼 후에 전업주부로 살았다. 다시 일하니 재미가 있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시댁 몰래 아이들을 이웃집에 맡기고 잡지사를 오가면서 일과 육아를 병행했다.”


-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운 계기는.


“98년 손뜨개 정보제공업 사업자로 등록하고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이후 온라인 쇼핑몰에서 손뜨개 DIY 재료를 팔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99년 ‘송영예의 너무 쉽고 예쁜 손뜨개’라는 책을 냈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 20만부가 팔렸다. 이후 매장을 열고 사업을 확장했다.”

출처: 바늘이야기 제공
송영예 대표.

- 매장 오픈에 어려움은 없었나.


“그 때 남편이 운영하던 회사가 부도 났다. 집도 날리고, 가게를 낼 여력도 없었다. 그런데 우연찮게 아웃렛 지하 화장실 옆 가구를 버려두는 작은 공간을 발견했다. 매출 대비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빌렸다. 이후 어렵사리 실 매입 도 하게 됐다. 다행히 매장 오픈 직후부터 수강생들과 고객이 몰려와 매장 오픈은 성공했다. 2~3년 뒤 66㎡ 규모로 매장을 키우고, 그 뒤에는 꾸준히 사업을 키웠다.“


“실을 다 뜰 때까지 도움을 주는게 나의 역할”


- 직원은 몇 명인가.


“12명이다. 오랜 시간 같이 일한 직원이 많고, 평균 연령은 40대 이상이다.”


- 하루 일과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직원 전체 회의는 수요일에 한다. 평소에는 고객들의 문의 해결과 매장 관리를 한다. 원데이 클래스로 수강생들을 가르친다. 직장인이 많아 주말이 더 북적인다. 그 외에 수입업체들과 만나거나, 유럽산 털실을 들여오기 위해 해외출장도 다닌다. 창업설명회에 강사도 하고 있다”


- 최근에는 딸과 함께 일하는데. (송 대표의 딸 김보겸씨는 투썸플레이스 근무 경력을 살려 ‘실공장 1988’ 카페의 메뉴 개발도 도맡았다. 실공장 1988은 카페 겸 손뜨개 체험 공간이다.)


“경영학을 전공한 딸이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에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2017년 12월 입사해 회사에서 피팅모델과 인스타그램 운영, 해외 털실 소싱 등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 페이 제휴를 진행해 회사 매출을 꽤 올렸다. 쓴소리와 재촉을 아끼지 않은 좋은 동료라 생각한다.”


- 일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한 번 손뜨개 DIY 제품을 완성하려면 짧게는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달이 걸린다. 고객의 많은 문의사항을 답해 주는 것이 쉽지 않다. 직원들이 답을 다 못 해주면 내가 직접 설명 한다. 시간과 노력이 더 들더라도 고객이 직접 그 실을 다 뜰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회사의 목표다.”

출처: 바늘이야기 인스타그램 캡처

2019년 손뜨개 박물관 개관 계획…“니트 어렵다는 편견 없앤다”


- 언제 보람을 느끼나.


“매장에서 고객들을 직접 마주하며 상담할 때다. 취향에 맞춰 상세히 설명하다보면 고객에게서 창업 전의 내가 떠올라 즐겁다. 최근에는 눈으로 보고 실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체험을 강조하기 위해 카페도 연 것이다.”


- 향후 계획은.


“2019년 중 손뜨개 작품 박물관을 열고 싶다. 그동안 ‘니트대전’을 열면서 좋은 작품들이 많이 모였다. 이를 전시하려고 한다. 니트가 비싸고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대중적인 제품과 디자인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 한다.”


- 손뜨개가 어렵다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조언한다면.


“손뜨개는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과를 냈을 때 성취감이 강한 일이다. 또한 손뜨개는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문화라고 생각한다. 뜨는 사람은 선물할 대상을 생각하면서 따뜻함을 전달하고, 받는 사람은 그 이상의 가치를 전달받는다. 요즘에는 학원이나 원데이 클래스 등 쉽게 접할 수 있는 곳도 많으니 한 번 도전해 보라.”


글 김태연(천국의기자단 3기)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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