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유튜브 보고 아이디어 번뜩, 세계1위 업체가 빌려갔죠

조회수 2020. 9. 25. 15: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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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튜브 보고 아이디어 '번뜩'..세계 1위가 빌려갔죠
이기학 두산중공업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팀 책임
멀티형 풍력발전기 설계해 1위 업체에 특허 임대
“풍력발전이 굳건한 위치 차지하도록 노력할 것”

풍력발전기. 바람을 받아 날개(블레이드)를 돌려 전력을 생산하는 기계다. 보통은 날개가 3개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나와 있는 대형 풍력발전기의 날개 길이(직경)는 65m에서 최대 220m. 발전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날개가 길수록 좋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길어지면 구조 설계나 제작 방법, 운송 등의 문제가 있어 날개 길이를 마냥 늘릴 수 없다. 이를 해결하는 게 풍력발전 개발의 숙제다.

출처: jobsN
이기학 두산중공업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팀 책임.

이기학(43) 두산중공업 신재생에너지기술개발팀 책임도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했다. 그러다 풍력발전기 타워에 날개를 12개 다는 멀티형 풍력발전장치를 고안해 2011년 특허를 냈다. 실증엔 들어가지 않은 개념 특허였지만 큰 주목을 받았다. 세계 최대 풍력발전 기업인 덴마크의 베스타스(VESTAS)가 최근 이 특허를 임대했다.


업계에서는 “이제 막 뛰기 시작한 신생 풍력업체의 기술을 세계 최고 기업이 사갔다”고 평가했다. 이기학 책임은 이 공로로 세계인명사전 마르퀴즈 후즈 후의 2018 평생공로상(Lifetime Achievement)을 수상했다. jobsN은 국내 최고 풍력발전기 시스템 전문가인 이기학 책임을 만났다.

출처: 두산중공업 제공
이기학 책임이 개발한 '멀티형풍력발전장치' 개념도(왼쪽). 날개가 12개 달린 것이 특징이다. 오른쪽은 베스타스사(社)가 이 책임이 개발한 특허를 바탕으로 만든 테스트 모델.

무게중심 관련 유튜브 보고 아이디어 번뜩


3㎿급 풍력발전기 타워 상부의 날개를 포함한 발전장치 무게는 하나에 180톤~200톤 정도다. 풍력발전기 타워 1기에 여러 개의 날개를 달면 전력 생산량을 높일 수 있지만 발전장치의 무게 때문에 구조물이 쓰러질 수 있다. 이 책임은 어떻게 하면 풍력발전기의 무게 중심을 맞출 수 있을까 고민하다 유튜브에서 한 영상을 보고 ‘유레카’를 외쳤다.


-무슨 영상이었나.


“숟가락과 포크를 서로 엇갈려 끼우고 그 사이에 이쑤시개를 넣은 다음 이쑤시개로 무게중심을 잡아 컵 위에 올려놓은 영상이었다. 한번 무게중심을 잡은 숟가락과 포크는 이쑤시개를 불로 태워도 계속 무게중심을 잡았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숟가락과 포크가 무게중심을 이룬 대각선 각도를 풍력발전기에 적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나의 풍력발전기 타워에 날개를 12개 달자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했나.


“날개가 여러 개 달리는 멀티형 풍력발전기 아이디어는 업계에서 계속 검토해 왔다. 하지만 이전에는 12개의 날개가 달릴 때 구조물의 견고함이나 무게중심에 대한 고민이 없어 현실화하기 어려웠다. 내가 개발한 것은 풍력발전기 타워에서 다른 날개로 연결되는 부분을 유튜브에서 봤던 대로 무게중심을 맞춰 대각선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의 풍력발전기에 날개를 여러 개 달면 어떤 점이 좋나.


“현재 개발하고 있는 풍력발전기 중 날개 길이가 가장 긴 것이 220m다. 이게 12㎿짜리 풍력발전기에 달리는 날개다. 업계에서는 기술적 한계로 날개 길이를 더는 늘리기 쉽지 않다고 본다. 날개 길이가 길어지지 않으니 전력 생산량도 제자리걸음이다. 그래서 한 개의 풍력발전 타워에 3개가 1세트인 날개 4세트(12개)를 달면 이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여러 개의 날개를 달기 때문에 제작 비용이나 설치 비용이 많이 드는 게 흠이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다면 같은 땅에서 좀 더 많은 에너지를 풍력을 통해 만들어 낼 수 있다.”

출처: 유튜브 캡처
덴마크 베스타스가 날개가 12개 달린 풍력발전기를 실증 테스트하는 모습.

무인기 개발 꿈꾸다 풍력발전기 날개 전문가로


두산중공업은 베스타스에 특허를 임대하면서(라이선스-아웃) 특허를 낸 이기학 책임에게 인센티브 보상을 줬다. 이는 두산중공업이 외부에 특허를 임대한 첫 사례이고, 직원에게 특허 판매 전체 금액의 5%를 보상한 첫 경우다. 이기학 책임은 “같이 고생한 팀원들과 회식할 비용 등은 남기고 고스란히 아내에게 줬다”며 웃었다. 그는 “자세한 금액을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베스타스는 수억원을 내고 특허를 빌려갔다”고 했다. 말하자면 천만원 단위의 돈을 보상금으로 받았다는 의미다.


-베스타스가 특허를 왜 빌려간 거냐.


“덴마크의 베스타스는 풍력 세계 1위 업체다. 이 업체도 여러 개의 날개를 다는 풍력발전기를 개발 중이었다. 내 특허와 겹쳤다. 특허는 회사 소유였다. 베스타스 입장에서는 특허를 임대하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을 거다. 세계 최고 업체가 풍력발전 업계에서 볼 때 매우 작은 한국 회사에 손을 벌려야 하는 거니까.”


-원래 꿈이 풍력발전 전문가였나.


“아니다. 지금은 드론이라고 부르는 스마트무인기를 만들고 싶었다. 쉽게 말하면 날아가는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가 꿈이었다. 울산대 항공우주공학과를 나왔고, 서울대에서 같은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박사 과정 중 우리나라에 신재생에너지학회가 생겼다. 그때 처음 풍력의 세계를 접했다. 비행기 날개는 바람을 받아 공중에 뜨지만, 이 날개를 반대로 뒤집어 놓으면 양력에 의해 뜨는 게 아니고 바람개비처럼 돌아간다. 그것을 활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게 풍력발전기다.”

출처: jobsN
이기학 책임.

-구체적으로 하는 일이 뭔가.


“한마디로 풍력발전기 시스템 개발을 담당한다. 처음엔 풍력 관련 연구·개발만 했다가 지금은 풍력발전기 실증과 설계도 한다. 두산중공업에 입사한 지 12년인데 두산중공업이 국내에 설치한 70여기의 풍력발전기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다. 어려운 점은 우리나라 내에서 거대한 풍력발전을 실증하기 위한 적합한 장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풍력발전이 친환경적이긴 하지만, 바람의 질이나 양 측면에서 국내엔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제주도나 강원도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풍량이 적다. 하지만 날개 면적이 큰, 효율이 높은 풍력발전기를 적용하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제주탐라해상풍력단지 등 해상풍력은 바닷바람이라 풍속이 육지보다 더 세서 발전하기 좋다. 날개가 돌아가면서 나는 소음도 파도소리에 묻혀 민원이 적다. 최근엔 이 해상풍력단지 주변에 돌고래가 뛰어놀 정도로 환경과 조화를 이뤘다고 하더라.”


-풍력발전 전문가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풍력산업은 전기∙기계 구조설계∙해석∙최적설계∙재료∙유체역학∙토목 등이 결합한 응용 분야다. 최근엔 신재생 에너지 관련 세미나나 연구가 많은데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면 좋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장점과 함께 단점과 한계점도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앞으로의 꿈은.


“풍력발전이 민원 등 외부요인을 극복하고 우리 전력 생산 체계에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도록 돕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풍력 등을 이용해 마찰 등으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대한 보완하는 시스템을 연구해보고 싶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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