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6년지기 선후배..'꿀 빠는 시간' 드릴게요

조회수 2020. 9. 25. 15: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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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가요? '꿀빠는 시간'을 드릴게요.
힘내지 말아요
스타트업 ‘시속삼십킬로미터’
6년지기 선후배가 만든 꿀스틱
“건강한 휴식 문화 만들겠다”

꿀잠, 꿀팁, 꿀잼.


‘꿀’이 들어가는 단어는 편안하고 즐겁다. 이를 눈여겨보고 꿀과 휴식을 결합한 상품을 만든 기업이 있다. 이혜미(30)씨, 이하은(26)씨가 2017년 11월 창업한 ‘시속삼십킬로미터’다. 천연 벌꿀 스틱 ‘꿀빠는 시간’을 판다.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8월 8일 펀딩 시작 18일만에 목표달성 금액 25배를 채우고 완판했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사업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시속삼십킬로미터는 지친 사람들에게 꿀과 함께 건강한 휴식을 선물하고 싶다고 말한다.  

(왼쪽부터) 이하은씨, 이혜미씨

두 사람은 인하대학교 강연기획 동아리 ‘TEDxInhaU’(테드엑스인하유)에서 처음 만났다. 혜미씨가 4학년, 하은씨가 1학년으로 웬만해선 친해지기 어려운 선후배 사이였지만 죽이 잘 맞았다. 그 후 먼저 사회생활을 시작한 혜미씨가 하은씨를 다니던 회사로 영입하면서 3년 동안 동료로서 호흡을 맞춰나갔다. 이후 화장품 회사로 함께 이직도 했다. 적은 인원의 작은 회사였기에 제품 기획과 디자인, 유통, 판매까지 안해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일과 삶의 구분 없이 바쁘게 지내다보니 점점 지쳐갔다.


“인천에서 강남으로 왕복 4시간을 오가며 거의 매일 새벽에 귀가했어요. 급기야 신혼여행에서까지 노트북을 들고가 일했는데 그때 '내 삶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무엇을 위해 일하는지 고민했습니다. 하루 운동 한 시간, 하루 한끼 가족과의 식사만이라도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휴식이 절실했던 혜미씨는 전북 익산시에서 양봉을 하는 어머니를 찾아갔다. 귀향후 뒤늦게 양봉을 시작한 어머니는 너무 행복해보였다. 50대인 어머니가 일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을 보면서 흐뭇했다. 그런데 가까이서 지켜보니 어머니에겐 양봉업자로서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출처: 시속삼십킬로미터 제공
익산 '달콤허니 양봉장'의 이혜미씨 어머니

“꿀은 천연 벌꿀과 사양 벌꿀로 나뉩니다. 천연 벌꿀은 꿀벌이 꽃꿀 등 자연물을 채집해 벌집에 저장한 것을 뜬 꿀입니다. 사양 벌꿀은 꿀벌에게 인위적으로 설탕을 먹여서 생산한 꿀이예요. 천연 벌꿀이 미네랄⋅아미노산⋅비타민 등 좋은 성분들이 풍부합니다. 이처럼 어떤 꿀인지에 따라 먹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다른데, 간혹 꿀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 천연 벌꿀은 결정화 현상 때문에 꿀이 굳거나 가라앉을 수 있는데, 이를 설탕 알갱이라고 오해합니다. 이를 사양 벌꿀이라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결국 꿀을 사지 않아요. 틀린 정보는 SNS 등 전파가 빠른 수단으로 바로잡아야 하는데, 양봉업자들이 대부분 고령자라 이런 방법을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온라인 판매도 서툴러요. 엄마도 그런 점을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엄마가 만든 이 좋은 꿀을 기발한 아이디어를 더해 상품으로 만들자’라고 마음 먹었죠.”

출처: 시속삼십킬로미터 제공
커피나 차에 녹여 마실 수도 있다.

두 사람은 고된 하루를 사는 사람들에게 ‘휴식’의 중요성을 전하기로 결심하고 공동창업을 했다.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아이템으로 ’천연 벌꿀’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에서 익숙하게 쓰이는 ‘꿀빤다’라는 표현을 활용하면 기존에 꿀을 잘 소비하지 않았던 젊은 사람들도 친근하게 느낄 거라 판단했다.


각자의 집이나 카페에서 만나 머리를 맞댔다. ‘꿀’이란 키워드를 입력해 나온 검색 결과 수만건을 분석했다. 꿀과 관련있는 상품 중에서 꿀스틱이 눈에 띄었다. 꿀을 병에서 꺼내 먹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상품이다.


그래서 10그램짜리 꿀스틱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10그램은 밥숟가락 한 스푼 정도로, 꿀에 들어있는 과당⋅포도당 하루 섭취 권장량에 맞춘 양이다. 여기엔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았다. 꿀은 혜미씨 어머니의 양봉장에서 가져왔다. 꿀스틱을 제조할때 과거 화장품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발품을 팔아 제조 공장을 찾았고, 독학으로 디자인을 배운 하은씨가 직접 제품 디자인을 맡았다. 

출처: jobsN
꿀빠는 시간 파우치와 리필용 포장

“상품명을 ‘꿀빠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편히 쉰다’는 뜻이예요. 일상 속 어느 한 순간이라도 쉼이 필요해요. 바쁘게 일하다보면 언젠가부터 쉬는 게 어색해집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지도 잊어버리죠. 그래서 꿀 먹는 짧은 순간만이라도 쉬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회사명 ‘시속삼십킬로미터’도 마찬가지예요. 도로 위 보호구역 제한속도가 시속 30km라는 데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그렇게 최대한 느린 속도로 잠깐 멈춰보자는 의미입니다.”


제품 홍보 문구에도 그런 생각을 넣었다. 대부분 건강식품 광고에서 ‘힘내요’라고 말하지만 시속삼십킬로미터는 이와 반대로 ‘힘 빼세요’라는 문구를 썼다. ‘먹으면 건강해진다’라는 기능성 강조보다는 ‘잠시 쉬어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출처: 시속삼십킬로미터 제공
두 사람은 '잠시 쉬어가라'고 말한다.

마침내 8월 8일 꿀빠는 시간을 출시했다. 휴대가 쉽도록 면파우치 하나에 하루 벌꿀 섭취 권장량 10그램씩 넣은 스틱 25개를 담았다. 가격은 2만9000원, 종이봉투에 든 리필용은 2만6000원이다. 8월 8일부터 26일까지 와디즈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했다. 395명이 구매했고, 준비한 꿀스틱 2만5000개를 모두 팔았다. 판매수익은 2363만6500원이다. 구매자 절반 이상은 20~30대다. 개인 소장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선물용으로 구입했다. ‘스틱형이라 나눠먹기 좋다’, ‘포장이 예뻐 선물하기 알맞다’는 평들이 있다.


펀딩 종료 후에도 구매 문의가 많아 2만개를 추가 생산해 판매 준비 중이다. 손익분기점은 넘겼지만 갈 길이 멀다. 시속삼십킬로미터는 앞으로도 ‘꿀’이란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활용해 ‘쉼’의 가치와 건강한 휴식 문화를 전하려 한다.


“힘들다고 모두가 일을 그만둘 순 없을 거예요. 누구나 각자 목표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살면서 어느 구간은 일시 정지가 필요해요. 저희는 그걸 도와주고 싶습니다. 꿀 같은 달콤함, 건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 작은 행복을 전하고 싶어요. 혹시 오늘 하늘 보셨나요? 고개 들어 하늘 한번 보고 햇볕 쬐면서 쉬세요, 잠시라도.”


글 jobsN 김민정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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