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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와 명예 다 거머쥔 검사 출신 변호사, 40살 넘어 시작한 일

조회수 2020. 9. 25. 15: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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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문검사→김&장 변호사→스타트업 도우미 변신한 이 사람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
디지털포렌식 수사 도입에 결정적 역할
200곳 넘는 스타트업 무료 법률자문도

1983년 중학생 한명이 부모를 졸라 퍼스널 컴퓨터(PC) ‘애플2’를 장만했다. PC는 새로운 세계였다. 기초 프로그램 언어 ‘애플소프트 베이직’을 배웠고 PC를 바꾼 후에는 MS DOS와 윈도도 익혔다. PC통신 서비스를 만나고 통신망을 통해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법도 배웠다.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법무연수원을 다니면서 하이텔 법조인 커뮤니티 ‘법촌’의 시삽(커뮤니티 대표 운영자)도 했다. 많은 법조인들이 그의 이름을 기억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공익법무관을 할 때도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법촌지기였냐’며 알은체 했다. 검사 임명을 받고 지방근무를 하다 서울로 올라왔을 때 컴퓨터수사부(지금 첨단범죄수사부) 부장검사가 자기 부서에 필요한 사람이라며 데려갔다. 

출처: 사진 구태언 변호사 제공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디지털포렌식(디지털 매체에 정보를 복원∙분석해 범죄 단서를 찾는 수사기법)을 한국 수사에 도입한 주역 가운데 한명인 구태언(49) 변호사의 이야기다. 구변호사는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로 다양한 IT사건 소송 대리와 스타트업 법률자문, 각종 정부 위원회 활동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수사에 첨단기법을 많이 도입했다. 특히 디지털 포렌식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아는데.


“아직 대검찰청에 디지털포렌식 센터가 없던 시절이었다. 복구 장비가 있는 곳은 첨단범죄수사부(이하 첨수부)가 유일했다. 사실 첨수부 장비도 검사들이 자비로 산 것들이었다. 그때 검사들이 디지털 포렌식 관련한 해외 수사 이야기를 듣고 많이 연구했다. 시험삼아 복구를 해보니까 삭제한 증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요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는 계기였다.”


- 처음 법정에 포렌식으로 복원한 증거를 제시했을 때 문제는 없었나?


“포렌식으로 복원한 증거를 냈을 때 법원은 큰 고민없이 증거로 인정했다. 당시 사이버 범죄 관련 재판에서 나온 증거물은 대부분 A4지에 출력한 것들이었다. 당시에 피의자의 PC를 복구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니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다. 지금은 복구한 데이터를 변조했는지 문제 삼을 수도 있다. 법원에서도 포렌식 증거물을 채택할 때 원본과 동일한 것인지를 신중하게 살핀다. 그래서 압수물을 복원할 때 원본과 동일하다는 검증을 한 후 복사를 하고 봉인과정을 거치고 원본을 따로 저장하는 절차를 거친다.”


- 검사로 재직할 당시 맡았던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은 어떤 것이 있나?


“2004년에 있었던 모 게임포털 사이버 머니 해킹사건이 있었다. 게임 충전시스템 버그를 이용해 게임머니 1300경을 불법 충전했다. 당시 시가로는 160억원 정도였다. 기술 유출 사건도 많이 수사했다.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을 수사한 적이 있다. 피의자는 꼼꼼하게 흔적을 지웠다. PC를 복원해보니 유출흔적이 많이 있었다. 당시에는 포렌식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삭제만 하면 자료를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거다.”


- 특검에도 파견 가는 등 촉망받는 검사였는데, 갑자기 그만뒀다. 이유가 있었나.


“2004년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았다. 검사 월급으로는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해외 유전개발 특검에서 돌아와 생각을 정리했다. 2005년 말 검사를 그만두고 김&장으로 갔다. 월급이 많아서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치료비 걱정은 없었다.”

네이버 스타트업 팩토리에서 간담회를 하고 있는 구태언 변호사(왼쪽 두번째)

- 김&장에서는 어떤 업무를 했나.


“김앤장에서도 디지털포렌식 팀을 만들었다. 이전까지 기술유출 민사소송 사건을 접수하면 내용증명을 보내는 게 다였다. 내가 가고 나서는 기술유출 의심 직원의 PC부터 확보했다. 복구해 유출흔적이 나오면 직접 수사의뢰를 했다. 형사 결과를 보고 민사소송을 진행하니 훨씬 유리했다.”


- 김&장을 나와 기술 사건을 전담하는 법률사무소를 만들었다.


“김&장이 대형 로펌이다보니 배울 수 있는 부분도 많았지만 혼자 할 수 있는 부분은 오히려 작았다. IT기업 사건을 집중해서 변론을 하고 싶었다. 2011년에 나와서 ‘혁신가들의 로펌’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테크앤로를 창업했다.”


- IT 기업 사건 수임 말고도 활발한 스타트업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


“검사를 하면서 명예도 얻었고, 대형 로펌에서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런데 마흔살이 넘으니까 사회에 기여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양한 스타트업 관련 모임에서 활동하며 젊은 창업가를 만나 법률 문제를 상담해주고 있다.

구태언 변호사

-활동하는 단체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우선 인터넷기업협회 법률자문을 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고문변호사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에서는 운영위원과 이사를 맡았다. 블록체인 스타트업협회 부회장 직함도 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기관) 빅뱅엔젤스와 컴퍼니 B,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DHP)에서도 멘토와 파트너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활동하는 정부 기관 위원회에도 10개가 넘는다. 혁신이 붙은 정부기관 위원회에는 거의 다 이름을 올렸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사회제도혁신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스타트업 법률 자문은 어느 정도나 하나?


“스타트업도 규모가 커지면 계약이나 이용자 분쟁, 지적재산권 갈등 등 다양한 법률문제를 겪는다. 특히 대기업이나 이용자 다수와 갈등이 있으면 법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직접 소송을 대리해주는 건 아니다. 다만 법적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을 때 30분~1시간 정도 무료로 법률 자문을 해주고 있다. 매주 한 곳 정도 무료 자문을 해준다. 지금까지 한 곳을 다 합치면 200곳이 넘는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중에는 파트너로 있는 곳도 있다. 직접 투자도 하나?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를 한 곳은 20여곳 정도다. 보다 체계적인 법률 서비스가 필요할 정도로 성장한 곳에는 스톡옵션을 받고 법률 서비스를 해준다. 현재 스톡옵션을 받은 곳은 10곳이다. 기업 성장에 투자를 하는 법률투자라 할 수 있다.


구글도 초기에 자금이 부족할 때 지분을 주고 법률자문을 받았다. 구글에 법률자문을 해준 로펌 중에는 메이저 로펌으로 성장한 곳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중견 법률가들이 활발하게 스타트업 육성에 힘써줬으면 한다.”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 출간 기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구태언 변호사(가운데).

- 최근 규제 관련해 책도 썼다. 어떤 내용인가.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는 책이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고 하지만 세계를 주름잡는 혁신기업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지나친 규제 때문이라 생각했다. 스타트업은 단순히 자금만 지원한다고 성장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성장할 때까지 지켜보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기면 법률을 만들어 규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싹도 트기 전에 규제부터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는 취지에서 썼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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