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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단골사이트 찾아다니며 댓글 정독하는 이들의 정체

조회수 2020. 9. 25. 15: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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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오늘 면접 '보러'⋯아니 '하러' 갑니다" 면접관 교육하는 기업들, 왜?
블라인드⋅경력 채용 늘면서 면접 중요도↑
압박면접 대신 직무역량 탐색에 우선순위
SKT, 상반기에만 직원 400명 대상 면접위원 교육
출처: 게티이미지
사진

면접은 채용 과정에서 합격 당락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관문이다. 서류전형에서부터 이름, 나이, 학력 등의 신상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이 채용 표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면접 중요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비단 지원자 입장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다. 면접에 임하는 기업의 자세도 달라지고 있다. 좋은 인재를 알아볼 수 있는 실력 있는 면접관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좋은 질문’이 ‘훌륭한 인재’ 얻는다⋯SKT, 면접위원 교육에 400명 투입


‘지원자가 얘기할 때 메모하기’

‘지원자가 말할 때 고개 끄덕여주기’

‘‘만약⋯’과 같은 가정형 질문은 피할 것’


SK텔레콤이 신입사원 면접관으로 들어가는 직원들을 교육할 때 강조하는 사항 중 일부다. 면접관이 메모를 하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는 지원자들에게 ‘면접관이 내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심어준다. ‘만약 OO 한다면⋯’과 같이 막연한 미래에 대한 계획을 물으면 지원자들이 당황해 자신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지원자가 과거에 한 경험을 기반으로 질문하는 것이 직무 역량을 판단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올 들어 SK텔레콤은 직원 400명을 대상으로 면접위원 교육을 했다. 공정한 채용을 위해 면접위원들이 전문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에 나섰다. 직원들은 10~15명씩 조를 이뤄 서울 중구 T타워 본사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채용전문업체 강사와 함께하는 교육에 참여한다. 교육 과목은 △면접의 형태 △면접 방식 △면접위원 갖춰야 할 소양 △면접 사례 △모의면접 등으로 구성된다. 교육은 일대일, 일대다 등 면접 형태에 따라 어떤 질문을 어떤 방식으로 하면 좋을지 코칭 받은 후 모의면접을 통해 실전 연습까지 하는 코스로 짜여 있다.

출처: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HR그룹 채용 담당 매니저 임재정씨.

예컨대 ‘자신이 정한 최고 수준의 목표를 달성한 경험을 얘기해보라’는 SK텔레콤 자기소개서 항목에 대한 답변을 읽고 지원자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훈련한다. SK텔레콤 HR그룹 채용 담당 임재정 매니저는 “면접은 백그라운드가 다양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 이론적인 부분을 익히는 것과 별개로 실전 연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에 참여한 직원들이 면접관, 참관자 역할을 번갈아 하면서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의면접이 면접위원 교육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면접위원 교육 대상자는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기업도 면접에 공을 들이긴 마찬가지다. 채용 플랫폼 원티드는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면접관 교육 프로그램을 비정기적으로 운영한다. 직무, 연차에 관계없이 스타트업 종사자라면 누구나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면접관 교육 프로그램 내용은 대기업과 별반 다른 것이 없다. 다만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직률을 극복하기 위한 차원에서 면접관의 전문성을 높이려는 곳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원티드에서 면접관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미래직업전망연구소 조재한 대표는 “스타트업은 주로 기술적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채용해 왔다”며 “전문성만 보고 조직문화에 어울릴만한 사람인지를 잘 판단하지 못하다 보니 이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스타트업들 스스로 알아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블라인드⋅경력⋅상시 채용 늘면서 면접 중요도↑


기업이 면접위원 교육을 강화하는 데에는 취업 환경의 변화가 맞물려 있다. 공공기관, 사기업을 불문하고 이름, 나이, 전공, 학점 등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이 채용 표준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서류전형 시 학교, 학점, 영어, 자격증 등 스펙을 보지 않는다. 검토자 개인의 기준이나 취향에 따른 평가가 되지 않도록 수백명의 직원이 며칠 동안 지원자들의 서류를 번갈아가며 검토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스펙을 모르는 상태에서 역량을 살피기 위해선 대면 면접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이 1박 2일 동안 경기도 이천 인재개발원에서 합숙면접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원자가 긴장해 실수하더라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평소와 같은 자연스러운 태도를 이끌어내려는 목적이 크다. 면접이 수십 분 정도로 짧다면 언변에만 능통한 '면접형 지원자'가 좋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만 하루를 같이 지내면서 태도를 보면 평소 성격이나 태도가 드러난다. 합숙면접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어 지원자들로부터 반응이 좋다. 다수 대기업 합숙면접에 참여해본 최진희 커리어비전 대표는 “합숙면접은 말만 잘하는 사람보다는 사람들과 융화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보기 위한 것”이라며 “기업 합숙면접에 참여해 보면 대부분 기업들이 언변이 좋아도 협업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뽑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수시로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 영향도 있다. 스타트업 뿐 아니라 대기업도 경력직 위주 수시 채용을 늘려가는 추세다.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재 위주로 뽑다 보니 지원자의 직무능력을 검증하는 과정이 더욱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 원티드 허영신 이사는 “본인이 하지도 않은 일을 자신이 한 것처럼 꾸며 쓴 경우가 왕왕 있다”며 “지원서에 쓴 경력을 정말 본인이 수행했는지 검증하는 질문 방식과 요령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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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실시간 면접 후기 올리는 지원자들


채용 담당자들이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구직자들이 많이 찾는 채용 사이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찾아다니며 ‘면접 후기’를 챙겨 읽는 것이다. '면접장에서 무시하는 말투의 질문을 받았다', '면접관 중 한 명이 면접 장소에 늦게 도착해 성의 없이 질문을 하더라' 등과 같은 지원자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이에 대한 댓글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면접은 인재를 뽑는 수단인 동시에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회사에 관심 있는 청년들에게 각인하는 자리다. 기업 입장에서 지원자도 결국은 잠재 고객이다.


면접 과정에서 보이는 직원들의 모습은 기업 이미지와 직결된다. 최근 직원 수 10명 내외인 곳에서는 전 직원이 면접에 참여하는 ‘협업 면접’이 많이 이뤄진다. 한 명이 다양한 직무를 맡거나 적은 수의 전 직원이 협업해야 하는 경우가 스타트업에서는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미래직업전망연구소 조 대표는 "주니어부터 시니어까지 전 직원이 참석하는 면접에서는 일관되지 않은 질문, 중복 질문 등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러한 분위기는 면접을 보는 지원자들에게 불신을 심어준다”고 지적했다.


기업은 모의면접을 통해 직원들에게 이런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모의면접을 하다 보면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는 발언을 하거나 지원자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듣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면접위원들이 나온다. 대기업 면접위원 대상 교육을 진행하는 한 채용 전문가는 "ICT 기업의 경우 인터넷상에서 보이는 반응을 민감하게 여기는 곳이 많다”며 “최대한 지원자의 관점에서 배려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기업 이미지 측면에서 좋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출처: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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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자 발표 단계에서 지원자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도 중요하다. 합격 여부를 공지할 때 ‘불합격’이라는 직설적인 표현 대신 ‘우리 회사에 모시지 못하게 됐다’와 같은 정중한 표현으로 지원자를 배려하려는 기업이 많다. 소프트웨어 개발 벤처기업 제니퍼소프트는 5년 전부터 채용을 진행하면서 지원자 전원에게 불합격 사유를 안내해 주목을 받았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신입 채용 당시 서류전형 탈락자들에게 ‘지원자님께서 부족하고 모자라서가 아닙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 회사는 이례적으로 지원자와 서류전형 합격자 수를 공개했다. 중견그룹인 이수그룹은 입사 초년병 인사담당자 아이디어로 2014년부터 불합격자들에게 위로 메일을 보내고 있다.


SK텔레콤은 합숙면접 도중 지원자들과 면접관이 아닌 또래 신입사원들이 만나는 ‘캐주얼 토크 세션’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나 직무에 대해 궁금한 부분을 자유롭게 물어보는 자리다. SK텔레콤 채용 담당 임 매니저는 "캐주얼 토크 세션은 면접자들의 긴장을 잠시나마 풀어주려는 목적으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실제 어떤 일을 하는지 등 자유로운 얘기를 나눈다. 그는 “잠시나마 면접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목적도 있지만 잠재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는 취지도 크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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