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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당하고 오히려 마음 굳혔죠" 그녀들의 3억 아이템은?

조회수 2020. 9. 25. 15: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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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나누는 마음으로 담근 수제청 3만병 파는 사람
유아 식습관 자원봉사자 선물로 레몬청 만들어
블로그 판매에 구청 신고도 당해
"식품 판매 하려면 유행 쫓지 말아야"

아이들의 식습관 교육을 하던 두 사람이 평소 도움을 주는 사람들을 카페로 초대해 손수 저녁을 차렸다. 돌아가는 길에 고마움의 표시로 건넨 것은 ‘레몬청’. 선물 받은 사람들은 맛이 좋다며 칭찬했고, 직접 팔아도 잘 팔리겠다며 창업을 권유했다.


식탁을 나눈다는 의미의 ‘반테이블’의 시작이다. 일년에 수제청 3만병(약 3억원 상당)을 팔고 있는 반테이블의 전가현, 정보화 공동 대표를 만났다. 청(淸)은 궁중에서 꿀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요즘은 과실을 설탕에 절인 것을 뜻한다. 두 사람은 “청은 자연이 주는 제철과일을 병에 담아 계절을 전하는 음식이라 답례품으로 청을 골랐다”고 했다.

출처: 반테이블
정보화(왼쪽), 전가현 반테이블 공동대표

-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


(전) “모두 같은 대학에서 식공간연출학을 전공했다. 졸업하면 파티플래너나 푸드스타일리스트와 같은 일을 하는 게 보통이었다. 정대표는 졸업 후 푸드스타일리스트로, 나는 리빙스타일리스트로 일했다.”


(정) “둘 다 인천에서 살았는데 직장이 서울이라 출퇴근하기 힘들었다. 또 폼나는 일이었지만 버린 음식이 많아 늘 죄책감이 들었다. 한번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들을 위한 식습관 지도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부터 같이 시작했나?


(전) “어린이집에서 보육경험이 있어서 먼저 시작했다. 그런데 혼자 하려니 힘이 들어 같이 해보자고 했다.”


(정) “둘이 같이 하면 좋은 게 많다. 계획을 짜도 절반씩만 하고, 식재료도 나눠 쓸 수 있다. 그런데 여전히 남아서 버리는 재료가 많았다.”


-남는 재료를 어떻게 했나?


(전) “요래 재료로 음식을 만들 수 있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쓰레기일 뿐이다. 그래서 근처 카페를 빌려서 남은 식재료로 저녁을 만들었다. 정식으로 식당을 한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함께 먹는 그런 자리였다.”


(정) “아이들에게 올바른 식습관을 가르치려고 산 재료니 아이들에게 돌려주는 게 맞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식사를 하고 난 뒤 잘 먹었다며 준 돈을 모아서 월드비전 ‘사랑의 도시락’에 기부했다. 이런 활동을 1년쯤 하니까 구청이나 지역 아동복지기관에서도 우리 기관 아이들도 교육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왔다.”

출처: 반테이블
전가현(왼쪽), 정보화 대표

-수제청을 만든 계기는 무엇이었나?


(전) “자원봉사자들을 불러 손수 차린 식사를 대접 하면서 답례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했다. 마침 신선한 레몬이 있어서 레몬청을 만들어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았다. 둘이서 직접 담궈 선물하니 반응이 좋았다. 한 병 더 달라는 사람도 있었고, 팔아보라고 권유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 “응원에 힘입어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다. 부업같은 개념이었다.”


-반테이블 창업은 언제부터인가.


(전) “2012년에는 창업까지는 아니고 블로그에 사진을 찍어 올리고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파는 형태였다. 아직 온라인 쇼핑이 활발하지 않았다. 일부 작가들이 자기 제품을 블로그에 올려서 판매하는 걸 따라했다. 그래도 조금씩 입소문이 났다. 하루는 구청 식품위생과에서 허가를 받지 않고 제조 식품을 판매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빨리 블로그를 내리라고 했다."


(정) “연락을 받고 바로 판매를 중단했다. 식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한 이후 오히려 이 사건을 계기로 꼼꼼히 준비해보자고 마음을 굳혔다. 그동안 해왔던 경험을 가지고 허가를 위해 위생상 안전한 장소를 확보하고 가공에 필요한 설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출처: 반테이블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반테이블

-자금 마련은 어떻게 했나.


(전) “2013년에는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지원했다. 예비 사회적 기업가로 뽑혀 지원금 3000만원도 받았다. 작업 공간도 마련하고 설비도 갖췄다. 본격적인 반테이블 사업을 시작했다.


-반테이블은 사회적기업인가.


(전) "취약계층에 서비스나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는 의미에서 보면 우리는 사회적 기업이 아니다. 하지만 식탁을 나누는 의미를 브랜드에 담고 있는 만큼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다.”


(정) “2016년에는 인천시와 ‘보다 프로젝트’를 했다. 눈을 감고 음식맛을 느끼면 평소 먹는 것과 다른 맛이다. 시각장애인은 이런 느낌으로 음식을 먹는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과일을 따보고, 수제청을 만들어 보고, 수제청을 맛보는 프로젝트였다.”


(전) 보다 프로젝트는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만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까지 성과는 어땠나.


(전) “2014~2017년까지는 주로 일반 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사업을 했다. 고객 사은품이나 행사 기념품으로 수제청이 인기가 많다. 이제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라 우리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과 협업을 할 계획이다.”


(정) “일반 소매 판매도 꾸준히 했다. 협업제품과 소매 판매를 합하면 일년에 3만병 정도 팔았다. 금액으로 계산하면 3억원 정도다.”

출처: 반테이블
반테이블에서 만든 수제청 선물세트

-수제청을 만드니 과일이 중요할 것 같다. 과일은 어떤 걸 쓰나.


(전) “과일은 우리 제철과일을 쓴다. 농산물 시장에서 직접 산다. 자몽이나 레몬과 같이 우리나라에서 나지 않는 과일은 수입산을 쓴다."


-제품 생산은 직접 하나?


(정) “우리가 직접 만든다. 물론 명절과 같이 주문이 몰릴 때는 OEM 공장과 협업해서 만든다. OEM 공장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이 직접 손으로 해야 한다. 병에 과실을 넣는 일은 기계로 할 수 없다.”


-현재 직원은 몇 명인가?


(전) “우리 둘과 매니저 한 분이 있다. 주문이 많으면 파트타임으로 생산 인력을 고용한다.”


-식품 판매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전) “처음에는 선물을 하려고 만들었다. 그 양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판매를 하면 많이 만들어야 한다. 제품 한 병을 만들 때 신경 쓸 일이 많다. 수제청은 잘못 보관하면 곰팡이가 핀다. 숙성 과정에서 지나치게 숙성하거나 과발효한 상태로 배송하면 병이 터지기도 한다. 식품은 고객이 먹는 것이니 맛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안전해야 한다. 그런 경험이 충분히 쌓이기 전까지는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는 게 좋다.”


(정) “사업 아이템을 정할 때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위험하다. 자기가 충분히 경험하고 충분히 지속가능한 일인지 생각해야 한다. 수제청도 한 때 인기가 높아서 우후죽순으로 생겼는데, 지금 살아남은 곳은 손으로 꼽는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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