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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까지 낸 반도체 우등생, 외국계 취업에 발목 잡힌 사연

조회수 2020. 9. 25. 14: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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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하우스 센서 개발한 반도체 우등생, OO 때문에 외국계 취업 '진땀'
한국엔드레스하우저 박장수씨
학창시절 비닐하우스 운용 특허 개발
‘영어’가 발목... 1년 절치부심 입사성공

스위스는 정밀기계 분야에서 세계 톱을 달리는 국가다. 시계 산업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시계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만, 모든 산업에 필요한 섬세한 기술에서도 스위스는 세계적 강국이다. 바로 계측 기술. 물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수위가 얼마인지, 그리고 온도나 압력은 어느 정도인지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측정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나노 미터(10억분의 1미터) 단위 정확도로 경쟁하는 반도체 산업을 보면 아주 작은 오차 측정 오류의 후폭풍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엔드레스하우저(Endress+Hauser)는 그런 정밀 계측기기를 만드는 회사다. 압력, 수질 등 모든 종류의 측정기계를 만든다. 가령 시멘트를 만드는 회사에는 온도를 재는 계측기기를,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공장에는 압력과 유량을 체크하는 기기를 공급한다.


이 회사엔 계측기 시운전과 교정, 문제 해결을 전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엔드레스하우저 서비스팀에서 일하는 박장수(28) 필드서비스 엔지니어가 그렇다. 인하대부속고와 전북대 전자공학부를 졸업한 박씨는 지난 2017년 하반기 한국엔드레스하우저에 입사해 필드서비스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jobsN은 최근 박씨를 만나 계측기기 엔지니어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잡페어에서 접하게 된 계측기기 회사…홈페이지 등 보면서 입사 준비


- 계측 기기 회사는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소하다.

“나도 학교 다닐 때에는 이런 회사가 있는 줄 몰랐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계측기기라는 분야에 대해 알았다. 잡페어를 다니고 또 회사 홈페이지를 보면서 입사를 준비했다. 한 번에 입사한 것은 아니다. 입사 준비 첫 해인 2016년에는 지원한 계측기기 업체 5곳에 전부 다 탈락했다.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였다. 이후에 1년간 영어공부를 다시 해서 2017년에는 여러 곳에 합격을 했고, 그 중 엔드레스하우저에 입사했다.”


- 영어 공부는 어떻게 했나.

“1년 동안 회화에 올인했다. 스터디그룹과 학원을 병행했다. 정말 영어에 미쳐 살았다. 지금은 스위스 본사 엔지니어가 와서 세미나를 하면 70~80% 정도 알아듣는다. 못 알아들은 부분은 선배들에게 묻고 또 다시 확인해서 파악해 놓는다.”


- 입사 과정은 어떻게 되나.

“서류 전형이 1차다. 이후에 2차 필기시험이 있다. 영어 시험을 기본으로, 엔지니어는 기술 지식에 대해서 시험을 본다. 이후 3차 전형으로 실무진 면접, 최종 임원면접 순이다. 당시 엔지니어 선발 인원이 한 명이라 나 혼자 입사했다.”


- 면접에서는 뭘 물어보나.

“이력서를 바탕으로 인성과 전공지식을 물어본다. 나는 엔지니어 직무라 비닐하우스 제어기술 설계 경험, 학교에서 해본 시스템 반도체 설계 경험 등을 이야기했다. 직무에 대해서 알고 있는대로 답하라는 질문도 있었다. 영어 실력을 1년 사이에 키워온 것에 대해, 공부를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도 받았다. 영어회화 테스트도 있다. 지원동기도 물어보고, 한글로 답한 것을 영어로 다시 답해보라는 질문도 있다.”

출처: jobsN
박장수 엔지니어.

학창시절 ‘센서 개폐 비닐하우스’ 개발해 특허 팔기도


박씨가 단순히 영어를 못하다가 잘해서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는 대학 시절 반도체를 활용한 농업시스템 설계를 해서 특허를 낸 경험이 있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 소개를 부탁했다.


- 학창 시절 당신의 대표 작품이 있나.

“4학년 때 전공과목인 ‘제어공학’ 수업에서 전북 익산 지역 농민이 사용할 수 있는 센서기반 벽 개폐기를 개발했다. 습도·풍속·온도 등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센서가 비닐하우스 벽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파·벼·고추·상추를 기르기에 적합한 상태를 유지해 주는 시스템이다. 기술 자체로는 어렵지 않지만, 농민에게는 꼭 필요한데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기술이었다.”


- 그 특허는 어떻게 했나.

“설계 전시회에 출품했는데, 그 때 관심을 가졌던 국내 중소기업에 팔아서 50만원을 받았다. 큰 돈은 아니지만, 학교에서 만든 프로젝트를 실용화했다는 뿌듯함이 컸다.”


“한국 대기업, 해외 공장 시운전 때 한국 엔지니어 찾는다”


- 당신의 직무는.

“필드서비스 엔지니어다. 계측기를 고객사 공장에 설치했다면, 설치가 잘 됐는지 시운전해 보고, 잘 계측이 되는지 확인한다. 계측이 정확하지 않거나 기기가 잘 동작하지 않으면 제대로 될 때까지 계속 해결하는 일이다.”


- 주로 다루는 계측기는 무엇이 있나.

“우선 유체의 양을 측정하는 유량계를 비롯해 압력을 측정하는 압력계, 온도를 측정하는 온도계가 있다. 레벨계라는 기기도 있는데, 예컨대 주류 회사에서 술을 만들 때 탱크에 원료가 얼마나 들어차 있는지 측정하는 기기다. 그 외에 pH농도나 전도도 등을 측정하는 분석계도 있다.”

출처: jobsN
박장수 엔지니어.

- 근무는 어떻게 하나.

“한 주에 2~3일 정도는 외근을 한다. 국내 전역에 있는 고객사들을 방문한다. 사무실에 있을 때에는 주로 고객사 엔지니어들의 문의 전화를 받는다. 전화로 해결책을 제시해 주다가, 유선상으로 안되면 바로 출장을 간다.” (한국엔드레스하우저는 국내 주요 화학 대기업에서 시작해, 식품회사나 상하수도 처리 회사 등이 모두 고객사다. 중화학공업 기업은 시멘트나 석유화학 등에 필요한 계측기기가, 식품 기업은 재료의 양이나 온도, pH 농도 등을 미세하게 재는 계측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 해외 출장은 자주 가나.

“고객사에서 요청을 하면 간다. 주로 한국 대기업이 해외에 공장을 세우면 시운전을 위해 가는 경우가 많다. 엔드레스하우저는 글로벌 기업으로 전국 125개국에 해외 사무소가 있지만, 한국 엔지니어들이 언어도 통하고 근무 열의나 실력 등이 낫다는 이유로 고객사에서 항공료와 숙박비 등을 더 주더라도 한국인 엔지니어를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첫 출장은 올해 상반기 말레이시아 화학공장이었고, 9월 중 베트남에 있는 다른 화학회사로 출장을 간다.”


- 회사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

“대기업에서 사원급이 느끼는 것과는 달리 많은 권한과 기회가 있다. 사내 동호회도 활성화돼 있다. 나는 프라모델 동호회에서 활동한다. 전자부품을 써서 로봇을 만들어 보거나 헬기 같은 프라모델도 조립한다.” (한국엔드레스하우저는 임직원 1인당 영어학습비 월 10만원, 헬스비 월10만원, 동호회 활동비 연 42만원, 회식비 연 36만원을 지급한다. 명절과 생일날에는 상품권을 준다.)


- 일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공장 현장에서 대기업의 경력 많은 엔지니어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화학이나 정유 등 소속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전문가들이다. 물론 우리 계측기기에 대해서는 내가 전문가이지만, 혹시라도 고객사 엔지니어에게 부족함을 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계속 공부하고 있다.”


- 당신의 포부는.

“스위스 본사에서도 기억하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 본사 연구개발(R&D) 센터에서는 자신들이 풀다가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전세계에 있는 엔지니어들에게 공지한다. 이걸 이전에 한국 법인에 있는 한 선배가 풀어내 관심을 모았다. 나도 그렇게 크고 싶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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