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사'로 600억 '맨주먹 신화' 이룬 부산 사나이들, 이번엔..

조회수 2020. 9. 25. 14: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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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셋이야?"⋯ '김기사 3인방' 이번엔 공유오피스로
국민내비 ‘김기사’ 창업가 3인방 컴백
건축가 김상혁씨와 손잡고 공유오피스 진출
“스타트업 성장 내비 될 것⋯중요한 것은 관심”

“또 세 명이야?”


국민내비로 불린 ‘김기사’ 앱 창업가(박종환(46), 김원태(47), 신명진(43))이 다시 사업을 하겠다고하자 주변으로부터 숱하게 들은 이야기다. 2010년 부산 사나이 셋이 만들어 세상에 내놓은 ‘김기사’는 편리하면서 무료로 쓸 수 있어 돌풍을 일으켰다. 2015년 카카오가 600억원을 들여 인수하면서 '맨주먹 창업의 성공신화'로 또 한 번 관심을 모았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들이 다시 뭉쳤다. 이번엔 한 명이 더 가세했다. 건축가이면서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은 김상혁(48) 아라워크앤올 대표다. 네 명은 공유오피스를 함께 운영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단순히 공간만 대여하는 오피스가 아니라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화분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한다. jobsN이 경기도 판교에 차린 공유오피스 ‘워크앤올’을 찾았다. 

출처: jobsN
김상혁 아라워크앤올 공동대표(왼쪽)와 박종환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

‘공유오피스 어떨까?’, ‘스타트업 돕고 싶은데’…딱 맞은 쿵짝


앱 개발자와 건축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2016년 CES(세계가전박람회)에서 처음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카카오 판교 오피스 바로 옆에 있는 디테라스 건물을 설계한 사람이 김 대표라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연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설계와 개발을 하는 건축 전문가다. 디테라스는 주차장과 오피스텔, 상가 등으로 이뤄진 복합건물로 2015년 경기건축문화제에서 은상을 받았다.


(박) “카카오로 출근할 때 디테라스 건물을 늘 봤어요. ‘누가 지었는지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는데 건물을 설계했다는 분을 CES에서 만날 줄 몰랐어요. 술 한잔하면서 여러 가지 궁금한 것들을 물었어요. 그렇게 친해지면서 공유오피스 얘기까지 물 흐르듯 흘러간 거죠.”

출처: jobsN
박종환 김기사컴퍼니 공동대표.

(김) “2011년부터 판교에서 공유오피스 사업을 했어요. 디테라스에 3호점이 들어가 있었고요. 공유오피스에 들어와 있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고 싶은데 이 방면에선 제 역량이 부족해 항상 고민이었어요. 스타트업 육성 의지가 강한 종환이와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했어요.”


김기사 앱 창업자 3명은 올 초 카카오에서 퇴사하자마자 4월에 김기사컴퍼니를 차렸다. 김 대표와 손잡고 판교에 공유오피스 ‘아라워크앤올’이란 합작사를 세웠다. 김 대표가 기존에 하던 공유오피스인 ‘아라’와 김기사컴퍼니의 첫 회사 ‘록앤올’에서 앞 글자를 바꿔 만든 ‘워크앤올’을 합해지었다.


(박) “초기 기업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어요. 저희도 카카오에 인수되기 전까지 사무실만 세 번을 옮겨 다녔어요. 사업 초기 7명이라는 애매한 인원이 들어갈 공간 자체가 없어서 애를 먹었어요. 건물 물 흐린다고 IT기업은 안 받겠다는 곳도 많았고요. 임대료도 비싸고, 들어갈 때 인테리어 하고 나올 때 이를 원상태로 복구하는 비용이 최소 1000만원 이상은 들었어요. 단순 비용만 따져도 사업 초기에는 공유 오피스가 가장 효율적이죠.”


(김) “공유오피스는 장기가 아닌 단기 이용자들에게 적합한 서비스입니다. 짧은 시간 동안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죠.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고로 좋은 인프라를 제공하자는 것이 우리 취지입니다.” 


판교 택한 이유? 공실률 '제로', 질 높은 '환경'


ICT기업이 밀집한 판교에는 포스코ICT, 한화 테크윈, 안랩, NHN 등 대기업이 선점한 자리를 빼면 스타트업이 머물 만한 공간이 거의 없었다. 자리가 있다고 해도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여력이 있는 스타트업은 없다. 워크앤올은 역세권(판교역) 노른자에 자리 잡은 빌딩 2개 층을 쓴다. 

출처: jobsN
김상혁 아라워크앤올 공동대표.

(김) “많은 사람들이 상징성 있는 강남에 사무실을 두는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실상 강남에 있는 건물들은 낙후한 경우가 많아요. IT업종도 판교에 집중해 있죠. 판교는 공실률이 사실상 제로인데 스타트업을 위한 공간은 별로 없어요. 스타트업을 겨냥했을 때 공급 대비 수요로 경쟁력이 있는 곳이죠.”


워크앤올 오피스는 모범생 분위기가 펄펄 난다. 총 4000㎡(1200평 규모) 면적을 구성하는 곳곳이 별로 복잡해 보이지 않는다. 사무실로 쓸 수 있는 공간은 200곳 정도다. 사무실마다 분해가 가능한 문을 달았다. 문을 분해해 조립하면 1인실부터 최대 100인실까지 확장할 수 있다. 현재 30여개 업체가 입주해있다. 야나두, 차이나탄, 캠퍼스멘토 등이 입주를 앞두고 있다.


(김) “미국 공유오피스에 자주 들르는데,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아요. 규모가 작은 곳도 많고요. 노트북 하나 들고 창업하는 문화라 그런지 우리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우리는 밋밋해 보이지만 쾌적성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일이 우선이고 네트워킹하는 장소는 부수적인 것이라 생각해요.”


록앤올에서 워크앤올, 그 다음은 ‘OOO앤올’


최근 워크앤올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들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기술보증기금이다. 기보가 공유오피스에 입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표가 기보를 찾아가 설득했다. 바닥에서 시작해 성공적인 엑시트를 달성한 이들이라 느긋해 할 만도 하지만 현실에 안주할 생각이 없다. 제2, 제3의 김기사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박) “김기사컴퍼니는 워크앤올 입주사인 동시에 직원이기도 해요. 공간을 빌려주는 오피스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이들의 성장을 위해 일해보자는 것이죠. 우리 업무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에요. 조건이 맞으면 투자도 하고요.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함께 고민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를 따르라’는 게 아니라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죠. 투자하고 나서 실적만 체크하는 투자사들과는 달라요. 아이들 키울 때 용돈으로만 키울 수 없잖아요. 사업하다 보면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어떤 것보다 값진 자산이 될 때가 많아요. 우리만의 방식으로 스타트업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할 겁니다.” 

출처: jobsN
김기사컴퍼니 사무실(왼쪽)도 워크앤올에 입주해 있다.

‘언젠가 스타트업에 도전해보겠다’는 이들에게 전하는 박 대표의 조언은 명확하다. 한마디로 ‘돈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다. 정부를 향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박) “돈만 갖고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은 것 같아요. 돈 없어도 아이디어와 기술, 팀 이렇게 세 가지만 잘 갖춰도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당연히 절실한 마음도 중요하고요. 정부는 이제는 좀 유연해지면 좋겠습니다. 법에 없는 내용은 ‘불법’이 아니라 거기 맞는 법을 만들면 되거든요. 지나칠 정도로 스타트업을 규제하면서 잘 되길 바란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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