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 못해도 됩니다" 일본기업이 한국인 뽑겠다는 이유

조회수 2020. 9. 25. 0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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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직원을 9월말까지 10명, 내년 35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이베이재팬 CTO 김석훈 상무 인터뷰
일문과 출신으로 코딩 배워 기획자 입문
“한국인 개발자 매우 우수…통역사 붙인다”

이들은 한국인이다. 서울 강남에서 일한다. 그런데 소속회사는 일본 이베이재팬이다. 일본어를 잘 못한다. 그런데 이베이재팬은 한국인 직원을 9월말까지 10명, 내년 35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 강남 이베이재팬 사옥에서 약 50명이 일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고 있다. 왜 일본기업이 일본인 대상 쇼핑몰을 만드는데 일어를 못하는 직원을 채용할까. 이베이재팬 대표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한국인으로 한국 이베이에서 일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일단 한국 채용과 일본 쇼핑몰 제작 작업 실무 책임자인 이베이재팬의 김석훈(43) 상무는 경희대 일문과 94학번으로, 이베이 기획팀 사원 출신으로 시작해 G마켓 운영기획실장, 이베이코리아 이사, 이베이코리아 영업본부 디지털실장(상무) 등을 지냈다. 그는 올해 5월부터 이베이재팬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았다. 이베이재팬의 전항일(46) 대표도 이베이코리아 출신의 한국인이다. 

출처: 이베이 제공
김석훈 이베이재팬 상무.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이베이는 올 4월 일본 시장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일본 유명 쇼핑몰 ‘큐텐(Qoo10)’을 인수한 것이다. 사실은 2번째 일본 시장 도전이다. 이베이는 1999년 일본에 인터넷 경매사이트 형태로 진출했다가 2002년 철수했다. 이베이는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세계 지사 가운데 가장 성적이 좋은 한국 지사출신들을 일본 공략 선봉에 세웠다. jobsN은 지난 23일 김 상무를 만나 한국인 엔지니어 채용 계획과 사업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채용 접수는 8월 31일까지며, 2년 이상 경력이 있으면 가능하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서울 역삼동 사옥에 45명 개발인력 근무


- 개발인력은 몇 명이나 있나.


“총 45명이다. 인수한 큐텐재팬 출신 개발자가 15명이 있고, 30명을 추가로 채용했다. 이 중에서 41명이 한국인이다.”


- 일본 기업에서 한국인 개발자를, 그것도 한국에서 근무하는 사람으로 선발하는 것이 의외다.


“엄밀하게 개발은 언어와는 상관이 없다. 기계어에 한국어가 있고 일본어가 있나. 또한 애플이나 구글, 유튜브 등 글로벌 기업도 다 미국에서 한국어판을 개발한다. 또한 최근에는 전세계 각국에 프리랜서 개발자가 있다. 우리만 하더라도, 소스코드를 베트남이나 우크라이나에 있는 프리랜서들에게 개발의뢰한다. 그들이 보내온 소스를 우리 개발자가 취합해서 완성하는 식이다. 그리고 이베이재팬의 기술파트는 한국에 사무실과 서버가 있다.”


- 왜 한국에 서버가 있나.


“인수한 큐텐재팬은 한국인이 설립했고, 데이터센터를 한국에 놨다. 양질의 개발자가 많은 한국에서 기술 개발을 하는 것이 훨씬 낫다. 클라우드도 병행해 운영 중이라 한국에서 접속하던, 일본에서 접속하던 차이가 없다.”


- 일본에는 갈 일이 없나.


“별로 없다. 나 같은 관리자급은 가끔씩 일본에 가서 회의를 할 때가 있다.”


- 외국인 개발인력은 누가 있나.


“일본인 직원이 두 명이 있다. 일본 업체와 협업을 할때 이야기를 해주고, 또 일본 감성으로 기획을 맡는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일본인 코디네이터와, 고고학전공으로 한국에서 발굴작업을 하다가 개발자로 전업한 사람이다. 그 외에 이베이 글로벌 채용 홈페이지에서 지원해 이베이재팬에 합격한 태국인과 중국인이 1명씩 있다.”


- 한국인 개발자와 일본인 개발자를 비교한다면.


“물론 일본에도 훌륭한 개발자는 많다. 하지만 평균적인 수준으로 보면 한국인 개발자의 실력이 훨씬 높다. 일본인 신참 개발자가 사이트를 고치는 수준이라면, 한국인 1~2년차 개발자는 간단한 사이트 정도는 뚝딱 만들어낸다. 또한 일본은 이미 초고령사회다. 젊은이들이 취업할 곳이 넘친다. 그래서 그런지 자기계발에 소극적이다. 그래서 실력을 갖춘 사람이 많지 않다.”


- 채용을 할 때 어떤 점을 평가하나.


“우선 개발자는 코딩 테스트가 있다. 5문제를 내면 한두 문제 정도 풀어 온다. 그리고 나서 면접을 본다. 가장 자신있는 언어가 무엇인지를 물어본다. 이베이는 ‘닷넷’을 주로 사용한다. 또한 현재 업무 외에 연구하거나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본다. 본인이 준비해 온 포트폴리오에 대한 설명도 시킨다.”


- 경력 개발자의 경우 유명 대기업 출신들을 선호하나.


“그렇지 않다. 작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해 본 사람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백화점 POS기기에서 리더기 운용을 맡고 있는 사람보다, POS기기를 만들어 본 사람이 더 필요하다. 대기업 출신도 있지만, 오히려 스타트업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한다.”


- 직군당 인원 비율은.


“개발자 3:기획자 1:디자이너 1:사이트옵스1 정도 비율이다. 기획자 1명당 개발자 3명이 필요하다고 한다. 시간이 3배 걸린다. 3명을 뽑느냐, 아니면 1명이 3개월간 일하느냐는 기업마다 판단의 문제다.”


(이베이 내에서 개발인력이라 불리는 직업에는 4종류가 있다. 코딩하는 사람, 즉 개발자(product developer)가 있다. 그리고 기획자가 있다. 기획자는 데이터·상품·서비스를 분석한다. 주로 플로우차트(flow chart)를 그려가면서 서비스의 흐름을 만든다. 디자이너는 홈페이지 디자인을 맡는다. 그리고 사이트옵스(site operators)라고 코딩된 프로그램의 서버에 입력하고 네트워크와 연동하면서, 하드웨어 장비의 구동을 맡는 직군이 있다.)


- 향후 채용 계획은.


“이번 채용에서는 10명을 채용한다. 8월 31일까지 원서를 받고, 9월 중 개별 일정을 잡아 코딩 테스트와 면접을 본다. 내년에는 35명 정도 더 채용해 90명 가량의 본부를 꾸려갈 생각이다.” (이베이재팬은 초임 기준 연봉 3800만원이며, 경력사원은 경력과 경험, 실력에 따라 다르다.)

출처: 이베이 제공
김석훈 이베이재팬 상무.

전자상거래 소극적인 일본인…“3~4위만 해도 승산”


- 이베이가 일본 시장에 다시 진출하게 된 이유는.


“아직 일본 경제 규모에 비해 일본인은 전자상거래에 소극적이다. 아마존재팬이 연간 약 22조원, 라쿠텐이 약 21조원의 거래액을 내고 있다. 이베이코리아가 연 14조원이다. 일본 경제규모가 한국의 3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 3~4위만 하더라도 충분히 사업적으로 승산이 있다고 본다.”


- 지금은 몇 위 수준인가.


“인수 전 기준으로 일본 내 11위 수준이다. (2020년까지 거래액 5조원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일본인은 왜 전자상거래에 소극적인가.


“쇼핑에 있어서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일본은 아직도 ‘다이비끼(代金引換)라고 해서 물건을 받을 때 택배기사에게 물품값을 지불하는 배송형태가 전체 온라인 쇼핑의 18%나 차지한다. 편의점에서 결제하면서 수령하는 경우도 많다.”


“저 자신도 문과 출신. 학원 다니면서 진로 설계했죠”


김 상무는 마흔 세 살이다. 현대차나 삼성 같은 대기업에서는 차장 정도의 연배다. 하지만 개발과 기획, 영업 등을 두루 거치면서 빠르게 승진했다. 문과 출신의 40대 초반 남성이 글로벌 기업의 기술임원이 된 비결은 뭘까. 개인의 커리어에 대해서도 물었다.


- 당신은 어떻게 경력을 쌓아왔나.


“나는 기획자 출신이다. 일문과를 다니면서 온라인쇼핑몰의 가능성에 대해 파악했고, 이쪽 취업을 목표로 했다. 그런데 프로그래밍을 하나도 몰랐다. 그래서 1년 휴학을 하고 학원도 다니고 다양한 수업도 들으면서 업계에 대해 배웠다. 심지어 친구에게 돈을 주고 컴퓨터 조립을 배우기도 했다. 일본에 교환학생도 다녀왔다. 그러다가 당시 G마켓을 운영하던 인터파크에 입사해 지금까지 커리어가 이어졌다. 일본어를 잘하는 기획자로는 당시 내가 유일해, 일본 관련 업무를 많이 맡았다.” (이베이가 나중에 G마켓을 인수했다.)


- 입사 후 대표적인 업적이 있다면.


“지금은 없어진 서비스인데, ‘G스탬프’라는 도장 서비스가 있었다. 중국집 스티커에서 착안했는데, 10번 구매하면 커피 한 잔을 쿠폰으로 보내주는 서비스였다. 당시 인기를 많이 끌었다. 지금은 마일리지 서비스로 바뀌었다.


또한 이베이가 G마켓을 인수한 이후 영업담당으로 6년간 활동했다. 당시 대표이사가 ‘너 영업 좀 해봐’라면서 보냈다. 그 때 내가 기획한 제품이 ‘옥션 올킬 TV’다. 30인치 TV가 9만9000원, 50인치 TV가 19만9000원 등으로 파격적 가격이라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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