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 최근 화제가 된 이 V라인 광고 뒤에는..

조회수 2020. 9. 25. 01:30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미래 광고는 개인화..AI와 협업하는 시대 올 것"
부산국제광고제 필름·비디오 심사위원
조현정 이노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현대차 ‘기프트카’, 광동 '다짜고짜' 맡아
출처: 부산국제광고제 제공

광고를 만드는 사람-. 기획자, 제작자, 감독 등 직군은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유행의 최첨단을 달린다. 아니 첨단 유행을 이끌어낸다. 그만큼 트렌드에 민감하다. 해마다 톡톡 튄다는 대졸 구직자들이 광고 회사의 문을 두드린다. ‘광고쟁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매년 8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부산국제광고제는 아시아 3대 광고제다.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에서 2만342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jobsN은 25일 부산국제광고제 심사위원인 조현정(43) 이노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를 만났다. 조 디렉터는 2000년 하쿠호도제일에서 광고계에 입문했으며, 2006년 당시 신생 광고대행사였던 이노션에 합류했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아시아 3대 광고제…유튜브 등 활용 58% 늘어


- 부산국제광고제가 타 대회와 다른 점은.

“아시아 3대 광고제는 한국·싱가포르·태국에서 열린다. 출품작 규모나 위상, 인지도 측면에서는 부산국제광고제가 셋 중에서 가장 높다. 부산국제광고제의 특징은 프로 광고 제작자 외에도 일반인 부문 대회가 있다는 점이다. 모든 이를 위한 광고 축제라는 측면이 강하다.”


- 이번 광고제에서 필름·비디오 부문 심사위원을 맡았다. 어떻게 평가했나.

“변화하는 세상에 부합하고 있는가를 평가했다. 세상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고, 광고 산업은 그보다 더도 덜도 아닌 반 발자국 앞서야 한다. 너무 앞서가면 광고가 아닌 창작 예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그 수위 조절을 잘하면서도 창의적인 광고물에 높은 점수를 줬다.”


- 국제광고제에서도 디지털 미디어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부산국제광고제 올해 출품 작품 2만342편 중, 아직까지는 옥외광고(outdoor) 부문이 2983편으로 가장 많다. 그러나 유튜브나 페이스북 라이브 등 활용한 브랜디드 바이럴 비디오(branded viral videos) 출품이 전년 대비 58% 증가했다.


“두 가지 관점으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시대가 비주얼을 한다. 웹툰이 문화의 한 가운데로 오고 있고, 사람들은 사용설명서를 읽지 않고 영상으로 된 튜토리얼을 본다. 앞으로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브랜디드 바이럴 비디오의 출품작 증가는 이런 시대의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또한 TV CF 위주였던 광고가 다양해지고 있다. 광고가 광고와 경쟁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광고와 모든 콘텐츠가 경쟁하는 시대다. 10년 전부터 이런 추세가 보였다. 나 역시 TV CF 생산을 넘어선 콘텐츠 생산으로 방향을 틀어왔다. CF와 콘텐츠에 벽이 사라지고 있다.”


- 올해 출품작 중 눈에 띈 작품이 있다면.

“‘팔라우 서약(Palau Pledge)’ 캠페인이다. 팔라우 섬에 관광객이 급증하자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졌다. 이에 팔라우 정부에서 입국하는 모든 사람에게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서약서를 만들어 입국하는 사람들 여권에 찍고 서명을 받았다.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을 캠페인으로 잘 만들었다.”


현대차 ‘기프트카’ 아이디어로 대한민국 광고대상 금상


심사위원 이전에 조현정 디렉터는 국내 메이저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에서 손 꼽히는 광고 전문가이기도 하다. 직업으로서 광고인과 기획자의 삶에 대해서 물어봤다.


- 왜 광고인이 됐나.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는 광고인이 되려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았다. 나 역시 그중 하나였다. ‘광고를 안 하면 못 살 거 같았다’는 심정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는 카피라이터 출신으로 크리에이티브디렉터(프로젝트 책임자)가 됐다. 이노션 첫 내부 승진 크리에이티브디렉터다. 나 이전에는 외부에서 활동하던 크리에이티브디렉터를 영입해서 기용했다.”


- 당신의 롤모델은 누구였나.

“최인아 전 제일기획 부사장이다.”(최 전 부사장은 광고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사람이다. 삼성그룹 공채 출신 첫 여성 임원으로,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등의 카피를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최인아책방’을 창업해 운영하고 있다.)

- 현대차의 ‘기프트카’ 프로젝트로 대한민국 광고대상 대상을 받았다.

“정확히는 내가 팀장으로서 받은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아이디어는 팀원이었던 내가 냈다. 이노션 창립 초기에 받은 미션이었다. 업계 1위 현대차의 이미지를 한층 ‘업’하는 것이 과제였다. ‘선물’이라는 키워드에 착안해서 댓글이 모이면 필요한 사람에게 차를 선물해 준다는 디지털 기반 캠페인을 생각해 냈다.”


- 최근 진행한 광동제약 ‘광동 V라인 옥수수수염차 - 다짜고짜편’이 유튜브와 TV 등에서 화제를 끌었다.

“옥수수수염차는 올해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수주한 광고주다. ‘짜게 먹는 한국인을 위한 차’라는 콘셉트를 기획 파트가 제시했다. 처음에는 난 반대했다. 여성 타깃의 옥수수수염차에 ‘짜다’는 콘셉트가 맞나 싶었다. 요즘 여성들은 음식을 짜게 먹지 않는다. 그런데 기획 파트의 프로젝트 책임자가 ‘한 번 믿어달라’고 이야기를 해서 마음이 움직였다. 팀원 중 하나가 ‘다짜고짜’라는 키워드를 가져와서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 어떤 스타일의 광고를 추구하나.

“스타일에는 맞고 틀리고 가 없다. 결과물이 좋으면 좋은 것이다. 나는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다. 내 선배들은 광고는 브랜드가 가진 문제, 시장 상황이 가진 문제, 소비자가 가진 문제 중 가장 중심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면 성공한다고 했다. 나 역시 그걸 믿는다. 우리 광고주 브랜드가 가진 문제는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 광고 영감은 어디서 얻나.

“해결이 될 때까지 계속 생각한다. 답은 내가 떠올릴 때도 있고, 팀원이 줄 때도 있고, 중학교 1학년인 딸이 줄 때도 있거나, 돌멩이가 주기도 한다. 또한 휴식시간에는 꼭 영화를 본다. 예컨대 프로젝트를 끝내고 1주일 휴가를 쓴다면 7편의 영화를 IPTV 등으로 본다.”


- 딸에게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나.

“가족은 물론이고 지인들에게서도 꾸준히 아이디어를 얻는다. 딸을 보면 오늘날 10대의 미디어 이용습관을 여실히 알 수 있다. 완전한 유튜브 세대다. 거의 모든 정보를 유튜브를 통해 얻는다.”


- 젊은 광고기획자나 제작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후배를 뽑을 때 어떤 식으로 평가하는지 궁금하다.

“면접장에 들어가면 뽑을 만한 사람이 눈에 확 들어온다. 천편일률적인, 정답 같은 ‘차별화’를 보여주는 사람이 아니라, 틀려도 되니 과감하게 많이 차별화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다.”


- 면접은 어떻게 보나.

“면접관마다 천차만별이다. ‘말(馬)을 도화지에 그려보라’고 한 뒤, 말과 관련한 스토리를 말해보라는 식이다. 남북경협이 한창이던 참여 정부 시절, ‘현대 로템을 광고주로 해 서울과 평양을 잇는 캠페인을 제시해 보라’는 질문을 한 적도 있다.”


- 당신처럼 광고 디렉터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할 조언이 있다면.

“견디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기획 파트가 제시한 콘셉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이 해결될 때까지 견디고,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불면의 시간을 견디고, 감독의 아웃풋이 별로일 때는 다시 하면서 견디고, 광고주의 클레임이 있을 때는 만족할 때까지 견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반응이 올 때까지 견디는 것이다.”

미래 광고의 화두는 ‘1인 타기팅’…“노력은 더 들 것”


- 그동안 TV CF로 대변되던 광고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광고주의 요구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들고 또 다양하다. 동영상은 물론이고, 프린트 광고, 애플리케이션 개발, 오프라인 부스 및 이벤트 등이다. 이벤트를 위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광고를 구현하는 매체의 한계가 사라지고 있다.”


- 과거 광고와 오늘날 광고의 차이점은.

“이전의 광고는 제작자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노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소비자와 함께 광고를 만들어 내는 시대다. 때로는 광고 제작자보다 시청자가 더 뛰어난 광고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또 광고 제작자가 상당히 다양해졌다. 디지털 테크니션이 광고를 만들기도 한다. 어떤 광고를 만들 때는 코딩을 하는 사람과 협업을 한 적도 있었다.”


- 앞으로 광고의 트렌드는 어떻게 될까.

“가까운 미래에 ‘1인 개인화 광고’가 보편화될 것으로 본다. 지금은 내가 웹툰을 본다고 하면, 보기 전에 3545세대 여성에게 맞는 광고가 나온다. 앞으로는 나 조현정에게 타기팅(targeting)한, 개인화 광고가 나올 것이다. 물론 일은 늘어난다. 기존에 카피 1개 써야 할 것을 10개, 20개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인공지능(AI)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광고 제작을 인공지능(AI)에 맡길 수 있나.

“물론이다. 아직은 실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AI가 만든 광고가 있다. 일반인 대상으로 평가했는데 사람이 만든 광고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 향후 계획은.

“소소한 목표로는 나와 함께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다. 크게는 전 세계 사람들이 ‘그 광고 봤어?’ 할 수 있는 광고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예전에 비해 위축된 광고의 위상을 예전처럼 올리는데 기여하는 게 목표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