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물론 벤츠·소니·NASA까지 쓰게 만들었습니다

조회수 2020. 9. 25. 01: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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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부터 윤성빈 헬멧까지..3D 스캐너 만드는 한국 알짜 기업
광학용 3D 스캐너·소프트웨어 회사 '메디트'
순수 국내 기술로 세계서 인정받는 강소기업

광학 3D 스캐너·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 ‘메디트’의 창업주인 장민호(50) 대표는 고려대 기계공학과 지도교수다. 지도교수가 제자를 가르치며 사업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성공한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많은 대학이 교수 창업을 지원한다. 학문과 산업을 겸하니 서로 시너지 효과가 난다. 연구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해 기업이 발전한다. 기업은 사회경제적으로 기여한다.


소비자들은 '메디트'라는 사명을 잘 모르지만 3D 광학 기술 업계에선 최고 소리를 듣는다. 매출 90% 이상을 해외에서 내는 알짜 강소기업이다. 2017년 매출액은 175억원. 2018년 상반기에 전년보다 많은 매출을 냈다. 올해 300억원을 목표로 한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 뿐만 아니라 미국 나사, 독일 벤츠, 일본 소니 등 전세계 50개국 100여개 고객사에서 메디트의 3D 스캐너를 쓴다.


장 대표가 2000년 창업한 산업용 3D 스캐너 회사 솔루션닉스(Solutionix)가 메디트의 전신이다. 장 대표는 1991년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1996년 MIT에서 기계공학 박사를 땄다. 고려대 자연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메디트 사옥에서 장 대표를 만났다. 

출처: jobsN
장민호 메디트 대표 겸 고려대 교수. “최근 국내에서도 대학이 학생과 교수 창업에 적극적입니다. 제 꿈도 ‘안암밸리’를 만드는 일조하는 겁니다. 다만 학생들이 창업을 하겠다고 하면 신중히 생각하라 조언합니다. 창업 붐 속에서 경험이나 훈련없이 도전하면 실패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사업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만 성공할 순 없어요.”

순수 국내 기술로만 인정받아


장 대표가 박사학위를 딴 MIT는 창업 사관학교를 표방한다. 재학생은 물론 교수가 창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미국 비영리단체 코프먼재단이 2016년 1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MIT 동문이 창업한 기업의 경제적 가치(매출+연관 일자리 창출)는 1조9000억달러. 2016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세계 8위인 이탈리아(1조8507억달러)보다도 크다. “MIT의 학풍은 학구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산업·경제적 기여를 중시했습니다. 저 역시 산업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 연구에 집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창업을 결심한 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때다. 장 대표는 1996년 귀국해 3차원 데이터를 얻기 위한 광학적인 원리, 쉽게 말해 3D 스캐닝·프린팅 분야를 연구했다.

연구한 기술들을 기업에 이전하기도 했다. “당시 유행이었던 스티커 사진처럼, 즉석에서 사진을 찍으면 얼굴 형상을 만들어주는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기념품이나 목걸이, 반지 등을 조각해 선물할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구현했죠. ‘3D 팩스’라고, 3차원 물체 정보를 모양 그대로 보내면 상대방이 3D 프린터로 물체를 뽑는 기술도 있었습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물체를 출력할 소재가 한정적이었습니다.”


문제는 기술을 이전 받은 기업들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도전의식을 느꼈다. “직접 연구한 분야이니 ‘내가 하면 더 잘하겠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3D 스캐너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습니다. 조금 더 기술을 개발하면 경쟁력 있다 싶었습니다.”


도전 분야는 고정밀 산업용 3D 스캐너. 자동차·비행기 등 복잡한 공정이 필요한 제품은 아무리 정밀하게 설계해도 공정상 오차가 생기기 마련이다. 장 대표는 이런 오차를 잡아내는 3D 스캐너와 소프트웨어를 만들기로 했다. 몇몇 해외 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분야였다. “자동차를 만들어보면 겉으로 멀쩡해도 문이 잘 안 닫힌다든지, 고속으로 주행하면 소음이 들리는 문제가 있어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으로 창업했습니다.” 

출처: 메디트 제공
(왼쪽부터) 품질검사와 시뮬레이션 모습

메디트는 순수 국내 기술로 국·내외 시장에서 인정받았다. 설계 데이터와 제품의 측정 데이터를 비교해 튀어나온 곳은 빨간색으로 표시하는 등 한눈에 상태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생산 공정에서 빨리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자동화에도 신경 썼다. 3D스캐너 가격은 대당 1억~2억원. 국내·외 자동차 회사에 3D 스캐너를 팔아 성장했다.


자동차·항공·우주 산업분야뿐 아니라 정교함이 중요한 보석 회사에서도 쓴다. 샤넬·티파니앤코·스와로브스키에서 보석을 디자인할 때 메디트 3D 스캐너를 사용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 주역 윤성빈 선수의 아이언맨 헬멧을 만들 때도 메디트의 3D 스캐너를 썼다. 헬멧은 선수를 보호하고 공기 저항을 줄여 좋은 기록을 내는 데 중요 역할을 한다. 미세한 부분까지 고려해 완벽 맞춤 제작을 해야 한다. 헬멧 제조사 홍진HJC에서 메디트의 3D 스캐너로 윤 선수의 두상을 측정한 뒤 첨단 소재로 헬멧을 만들었다.  

출처: 조선DB, 홍진HJC 제공
(왼쪽부터) 평창 동계 올림픽 때 윤성빈 스켈레톤 선수, 윤 선수의 두상을 스캔하는 모습.

신규 인력 채용해 오랜 기간 연구 또 연구


그동안 메디트는 고가 장비를 소량 판매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냈다. 산업용 3D 스캐너는 고가 장비다. 당연히 판매량은 많지 않다. 그래서 회사는 더 많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팔 시장을 찾았다.


10여년 전 치과 산업에서 그 가능성을 봤다. 치아는 환자마다 모양이 다르다. 충치 치료로 구멍 난 치아를 메우거나 임플란트, 틀니를 할 때 환자 개별로 맞춤 제작을 해야 한다. “‘치과용 3D 스캐너를 만들어 줄 순 없냐’는 치과 업체들의 문의가 많았습니다. 정밀 스캐닝 기술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거의 없었어요. 이 시장이다 싶어 사업 진출을 결심했습니다.”


이전보다 장비 크기를 줄이고 가격도 낮춰야 했다. 사용 환경도 달랐다. 제조 기술자가 아닌 의사나 기공사가 다룰 수 있도록 사용법이 간단해야 했다. 맞춤형 소량 생산으로 기업 체질을 바꿔야 했다.


10명의 개발자와 연구원을 채용했다. 치의학 또는 치기공 전공자도 뽑았다. 치과용 3D 스캐너를 만드는 데 걸린 기간은 2년. 그동안 속도는 빨라지고 크기는 작아지는 기술 발달을 거듭했다. “어떤 게 힘들었다 말하기 어려울 만큼 모든 게 어려웠습니다. 정밀 스캐너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술이 200가지가 있다면, 단 한개도 소홀히 해선 안됩니다. 작은 오차에도 품질이 크게 떨어져요. 오랜 시간 동안 하나하나씩 고치면서 노하우를 축적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출처: 메디트 제공
메디트의 치과용 모델 스캐너. 한쪽이 열려 있는 '오픈 타입' 스캐너 분야 세계 선두주자다.

2007년 치과용 3D 모델 스캐너를 내놨다. 치아 석고 모형을 스캔하는 기기다. 메디트가 개발한 3D 모델 스캐너와 소프트웨어 덕분에 보철물 제작 기간이 일주일에서 단 하루로 줄었다. 지금 국내 치과에서 사용하는 3D 모델 스캐너의 35%가 메디트 제품이다. 그동안은 대부분 해외 제품을 썼다. 업계에선 독보적이란 소리를 듣는다. 2014년 500만달러 수출의 탑을 달성했다. 2015년에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뽑혔다.


회사는 올 상반기 한발을 더 내디뎠다. 구강 스캐너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이전에는 보철물을 만들려면 환자 치아를 본떠 치과 기공소에 보내야 했다. 기공소에서 전자레인지 크기만 한 3D 스캐너로 데이터를 측정해 보철물을 만들었다.

치과에서는 파란색 고무를 치아에 씌워 본을 뜬다. 이 과정은 번거롭다. 환자도 불편함을 느낀다. 본뜨는 과정을 없애기 위해 기존에도 치아 사진을 찍어 3D 데이터를 얻는 구강스캐너가 있었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 모두가 만족하는 제품은 없었다.


“구강 3D 스캐너 개발에 3년 동안 40여명이 개발에 매달렸습니다. 기존 저희 제품과도 완전히 다른 제품이라 봐도 좋습니다. 환자 입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기 때문에 사진이 아닌 비디오를 찍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출시한 제품이란 아직 실적이 제대로 잡히진 않지만 올해 국내 구강스캐너 시장 점유율 40%를 예상한다.  

출처: 메디트 제공
메디트 사옥 1층에 있는 카페 모습.

세계 1위 기업을 꿈꾸며


장 대표는 여전히 R&D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학과 회사 연구실을 왔다 갔다 하며 종일 연구에 매진하는 셈이다. 경영은 장 대표의 친형 장진호 대표가 맡았다. 메디트는 전체 매출액의 12%를 R&D에 투자한다.


메디트는 이제 세계 1위를 꿈꾼다. 치과의 업무 흐름을 디지털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단순히 컴퓨터로 데이터를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의사가 디지털 진로를 할 수 있는 미래를 그린다. 제조사가 아닌 소프트웨어·플랫폼 회사를 지향한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업 문화를 바꾸고 있다. 2년전 직급 체계를 없앴다. 직원들을 위한 직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 복리후생을 개선한다. 사내 카페도 있다. 읽고 싶은 책을 무제한으로 구입할 수 있다.

출처: 메디트 제공
메디트 직원들 모습.

자율 출퇴근 제도는 오래에 전 자리 잡았다. 시차가 다른 전세계 직원·고객사와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이다. “초반에는 수평적인 문화가 필요할까하는 의구심이 있었습니다.


창업 초기 회사는 원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여야 하니 수직적 문화가 맞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소프트웨어·플랫폼은 소비자 반응에 빠르게 대처해야 해요. 직원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중요합니다. 직원들이 리더 한명이 정하는 방향대로만 움직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회사는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전년 대비 50% 이상 직원이 늘었다. 전체 직원수는 125명. 이중 외국인이 13%를 차지한다. 영국·미국·일본·키르기스스탄 등 11개 국가에서 왔다. 앞으로도 신규 인력을 계속 채용할 계획이다.


글 jobsN 이연주

jobarab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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