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에서 앞다퉈 사가는, 23만원짜리 한국산 로봇

조회수 2020. 9. 25. 01: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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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딩으로 움직이는 로봇 카미봇
교육 스타트업 삼쩜일사 채덕병 대표
코딩으로 움직이는 로봇 카미봇
소외 계층 위한 무료 코딩 교육도

미국, 일본, 핀란드, 스페인 등 27개국에서 사가는 한국 토종 로봇이 있다. 지름 10㎝, 높이 7.5㎝의 작은 종이 로봇 '카미봇'이다. 카미봇은 원통형 로봇 위에 종이 인형을 입힌 코딩 로봇이다. 코딩은 C++, 자바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 프로그램을 짜는 작업을 말한다. 카미봇은 코딩 교육용 로봇이다. 명령어 스마트폰에 입력하면 그대로 움직인다. 예를 들어 카미봇과 연결한 스마트폰 앱에서 '앞으로 한 칸, 왼쪽으로 돌기' 등의 명령어를 입력하면 로봇이 움직인다. 명령어를 입력하는 과정이 코딩인 셈이다.


교육 스타트업 ‘삼쩜일사’는 2016년 8월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 카미봇 7000여 대를 판매했다. 카미봇 1대·맵보드 1장·라인 트레이서 보드 1장·페이퍼 토이 1개로 구성한 카미봇 기본 키트가 23만1000원이다. 코딩을 쉽고 재밌게 배울 방법을 연구하다 카미봇을 만든 채덕병(37) 대표를 만났다. 현재 국내 유치원 100곳, 초등학교 200곳에서 카미봇으로 코딩 교육을 하고 있다.

출처: jobsN
삼쩜일사 채덕병 대표

앱 개발 스터디에서 나온 코딩 로봇


채 대표는 교육용 교구를 만드는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했다. 2013년 회사 프로그램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앱을 만들기 위해 앱 개발 스터디에 참여했다. 교육기업 개발자다 보니 앱으로 조종할 수 있는 교육용 로봇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던 중 스터디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 공동 창업자 문기석 이사다.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하니 아이디어가 마구 나오더군요. 코딩을 쉽게 배울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죠. 워낙 로봇과 종이인형을 좋아해 로봇으로 코딩을 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막연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문 이사와 함께 하드웨어(로봇)와 이를 조종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이때까지만해도 창업을 할 생각은 아니었죠."

출처: 삼쩜일사 제공
본체 위에 다양한 페이퍼 토이를 만들어 씌울수 있는 카미봇

아내 응원 힘입어 퇴사 후 창업


처음엔 주말에 만나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갈수록 코딩 로봇을 사업화하고 싶었다. 결국 2014년 2월 퇴사를 결심했다. 주변의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은 미쳤다고 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 하라'는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일을 저질렀다. 그해 여름 회사를 나와 삼쩜일사를 차렸다. 스터디에서 만난 문 이사와 캐릭터 디자인과 영상 편집을 담당하는 또 다른 동업자도 함께했다.


개발에만 1년 정도 걸렸다. 처음에는 스마트폰, 태블릿 등과 연동할 수 있는 앱을 먼저 만들고 나중엔 PC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다. 앱을 켜면 카미봇 코딩 프로그램이 열린다. 명령어를 블록처럼 쌓아 최종 명령어를 완성하는 블록 코딩이다. 프로그램 안에는 '앞으로 전진' '1초 후 다음 명령 실행' '멈춤' 등의 명령어가 있다. 이를 원하는 대로 쌓으면 로봇이 움직인다. 예를 들어 반복이라는 큰 명령어 안에 '앞으로 전진-1초 후 다음 명령 실행-멈춤-1초 후 다음 명령 실행’을 차례대로 배열하면 로봇은 1초 동안 앞으로 움직이다가 멈춘 후 1초 후 다시 움직이는 동작을 반복한다.


“6개월 정도 걸려 보급형 제품을 만들었어요. 코딩 선생님에게 직접 사용해보라고 권했죠. 그랬더니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은 쉽게 이해해도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은 어려울 것’이라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무조건 쉬운 단계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현장 의견을 듣고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로봇 프로그램을 수정했다. 로봇이 초 단위가 아닌 칸 단위로 움직일 수 있게 프로그래밍을 다시 한 것이다. 격자 맵보드도 만들었다. 맵보드는 로봇 쉽게 조종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지도다. 로봇을 몇 칸 움직일지 눈으로 확인하면서 조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출처: jobsN
기존 코딩 방법인 블록코딩. 명령어 블록을 하나씩 쌓아서 로봇의 동작을 완성할 수 있다.(좌), 후원자들의 의견을 반영해 만든 아이콘 형태의 코딩방법 카미카드다.(우)

크라우드 펀딩으로 본격적인 사업 시작


2015년 수정한 카미봇을 직접 디자인한 종이 인형과 함께 킥스타터에 올렸다. 킥스타터는 세계 최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다. 5000만원을 목표로 했고 최종 달성 금액은 6000만원이 넘었다. 초과달성보다 후원자들이 내준 의견을 받아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 더 큰 수확이었다. "처음에 로봇을 조종할 수 있는 앱은 블록코딩 형태와 조이스틱 형태 두 종류였습니다. 후원자들이 더 쉬운 코딩법을 원했어요. 명령어를 블록코딩이 아닌 아이콘 형태로 만들어달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아이콘 버전도 추가했습니다.”


수정을 끝내고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크라우드 펀딩을 보고 유치원 교육자재 업체에서 연락이 왔다. 전국 유치원에 공급을 해보고 싶다고 해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크라우드 펀딩외에도 다른 유통 경로를 마련해야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 산업 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와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여해 카미봇을 세계에 알렸다.


“곧 사이프러스(Cyprus)에 있는 모든 초등학교에 카미봇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연구하는 University of Central Lancashire에서 카미봇을 교육에 적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사이프러스 연구 지능재단에 우리 제품을 제안했고 9월 공급 예정입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입소문을 타고 유치원과 학교에 카미봇이 퍼졌다. 2018년초부터 국내 유치원 100곳, 초등학교 200곳에 카미봇을 납품했다. 학교뿐 아니라 우정사업본부, 국립대구과학관 등 지자체에서도 삼쩜일사와 협력해 코딩교육에 카미봇을 사용하고 있다.

출처: 삼쩜일사 제공
(왼쪽부터) 다양한 맵보드를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다른 버전의 앱을 통해 그냥 조종도 가능하다.

손길 닿지 않는 곳에 무료 체험 프로그램 지원


이제 막 국내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카미봇.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대기업 제품보다 인정받고 있다. “유치원에 카미봇을 납품할 때 이미 현장에는 대기업에서 만든 코딩로봇을 쓰고 있었습니다. 교육 교구 업체에서도 기존 코딩 로봇과 카미봇의 차이를 잘 몰랐다고 합니다. 그러나 직접 사용해 본 선생님과 아이들이 우리 제품을 더 선호하더군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만들어 씌울 수 있다는 점을 좋아했습니다. 또 기존 코딩 로봇은 블록코딩으로 유치원 친구들이 하기엔 어려웠다고 해요. 반면 카미봇의 아이콘 코딩 형태는 아이들이 쉽게 사용방법을 익혔다고 합니다. 현장 조사를 통해 소비자들 요구를 바로 수용하고 기술에 적용한 결과죠. 자체적으로 개발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의 장점이 크게 작용한 것입니다.”


소외 계층 소프트웨어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한화 드림플러스와 제휴를 맺고 무료 코딩교육을 시작한다. “11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9월부터 코딩을 가르칠 교사 교육을 시작합니다. 교육의 손길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 사는 아이들도 비용 걱정 없이 코딩을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삼쩜일사의 최종 목표는 일반인도 코딩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카미봇처럼 앱을 사용해 명령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선풍기 바람이 사람이 가까이 있을 땐 바람을 약하게, 멀리있을 땐 강하게 나오도록 제어하는 것이다. 개발자 출신 창업자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그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개발 자금 마련, 판매 경로 등을 생각하지 않고 개발에만 몰두해서 힘들었습니다. 개발만 할 때가 가장 행복했을 정도였죠. 개발 단계에서 투자자금 마련, 판매 경로, 홍보 등을 함께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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