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강사하다 찾은 '능력'으로 1억5000만원 벌어요

조회수 2020. 9. 25. 01: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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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딩 불황기에 억대 연봉을 버는 그녀의 비밀
수학 가르치다가 20대 후반 직업 바꿔
잘 나가는 이유? 핵심은 사람
웨딩플래너 꿈꾸려면 오지랖 넓어야

지난해 우리나라 혼인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혼인율은 2017년 5.2건으로 1970년 관련 통계를 낸 이후 가장 낮다. 조혼인율은 인구 천 명당 혼인 건수를 뜻한다. 2011년 6.6건에서 해마다 꾸준히 줄고 있다. 혼인 건수는 결혼 적령기인 30대 초반의 결혼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결혼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본 사람들은 웨딩 플러너다. 그런데 나홀로 불황을 모른다는 웨딩 플래너가 있다. 슈퍼주니어 성민, 홍경민, 김원준, 하하, 윤형빈, 양현종 선수 등 스타를 포함 2000쌍 결혼식을 도왔다는 웨딩 플래너 양선희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출처: 양선희씨 제공

- 웨딩플래너는 어떤 일을 하나요?


"결혼 준비를 할 때 프러포즈∙상견례∙웨딩 촬영 등의 행사나 드레스∙한복∙부케 등 준비할 품목이 정말 많아요. 이와 관련한 현실적이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상견례부터 신혼여행까지 세세한 부분도 준비해줍니다. 요즘은 신혼집 인테리어까지 도와주고 있습니다."


- 웨딩플래너가 인테리어까지 하는 것이 신기하다.


“3년 전에 이사를 하면서 인테리어를 했어요. 비용이 천차만별이고 생각보다 비쌌죠. 신혼부부들도 비슷한 고민을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를 고쳐서 깨끗하게 사는 신혼부부들이 많잖아요. 신혼 부부들을 모아서 공동으로 인테리어 비용을 신청하고 가장 싸게 해주는 회사를 선정합니다. 공동구매와 비슷하죠.


또 집은 매일 사는 공간이잖아요. 제가 그 부분을 도와주면 신혼부부들이 더 오래 고마운 사람으로 저를 기억해줄 것 같기도 했어요.”


- 웨딩플래너 이전에는 무슨 일을 했나요?


“학원에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강사를 했습니다. 5년 반 정도 했죠. 그 당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머니들이 학원에 등록하러 오면 상담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 일을 잘했어요. 수학 수업을 등록하러 왔다가 국어, 사회탐구, 과학탐구를 다 등록한 분도 있었어요. 영업에 소질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출처: 양선희씨 제공

- 웨딩플래너를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결혼 준비를 앞 둔 친한 언니와 함께 웨딩 박람회를 다녔습니다. 그 날 박람회 7군데를 돌았는데 지겹기는커녕 보면 볼수록 재미있었죠. 그리고 웨딩 계획을 설계해주는 플래너를 여러 명 만났는데 ‘나도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 사람들을 만나거나 보면 머리 속에서 어울리는 웨딩드레스를 떠올리기 시작했죠. 그 때가 20대 후반이었습니다. 남들보다 늦은 시작이었지만 웨딩플래너로 전향하길 잘 한 것 같아요.”


- 웨딩플래너 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중요한 순간은 결혼이라고 생각해요. 그 순간을 시작부터 함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행복한 분을 만나는 일이다 보니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을 때가 많아서 좋습니다.”


- 양선희씨가 웨딩플래너의 대명사라고 불리는데 어떻게 다른지.


“영업을 잘했어요. 100팀을 상담하면 99명은 계약을 했습니다. 웨딩플래너가 보통 한달에 커플 3쌍을 진행합니다. 저는 10년이 넘게 한 달에 25~30쌍을 진행했죠. 지금까지 제가 진행한 커플이 2000쌍 정도입니다. 또 웨딩플래너는 박봉이에요. 연봉이 평균적으로 2000만원 정도라 이직도 많은 편이죠. 저는 1억5000만원을 받습니다.”


-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 늘 인맥이라고 말하죠. 한번 일을 맡긴 고객들과 인연을 이어나가려 합니다. 일을 시작하고 1년 뒤부터는 영업을 따로 안했어요. 기존 고객들의 지인 소개, 후기를 보고 찾아온 고객으로 일을 했습니다.


또 웨딩플래너를 하기 전에 쇼호스트를 준비한 적 있습니다. 그 때 말을 예쁘게 하는 법을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말을 잘 한다고 해서 플래너가 전부 성공하는 것은 아니에요. 웨딩플래너는 상대방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이후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해줘야 합니다. 이 때 거짓을 이야기하라는 것이 아니에요.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말, 바꾸고 싶어하는 것, 고민거리에 대해 상담해야 하죠. 그러기 위해 상대방을 잘 관찰하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출처: 양선희씨 제공
홍경민씨의 결혼식 (왼쪽), 김원준씨와 함께 찍은 사진

- 결혼식은 대부분 주말인데 주말에 일을 하는 것이 싫지는 않나요?


“한번도 주말을 반납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간혹 아쉬워하는 플래너들도 있지만 평일에 쉬면 오히려 여유가 있고 어딜가든 대접받을 수 있어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입니다. 요일만 바뀔뿐, 내 주말은 내가 만든다고 생각해요. 생각을 바꾸면 불만은 사라지고 삶이 좀 더 즐거워져요.”


-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결혼하기 전날 신부들이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줘요. 결혼하고 나서도 잊지 않고 연락을 해주실 때 감사하죠. 결혼 때문에 정신 없는 와중에 챙겨 준 거잖아요. 말 그대로 인연이 만들어진 것이죠. 그럴 때 뿌듯함을 느껴요. 신부들께 기프티콘도 많이 받아서 제 돈으로 커피나 피자 등을 사먹어 본 적도 없어요.”


- 일을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도 있을 것 같아요.


결혼식 당일 신부의 웨딩 드레스가 없어졌습니다. 준비해둔 드레스를 다른 신부가 가져갔죠. 급하게 드레스 가게를 찾아 다니며 비슷한 드레스를 들고왔습니다. 실수가 마음에 걸려 신혼여행을 다녀온 신혼부부를 픽업하러 공항을 갔어요. 오히려 신부는 제게 고마워했어요. 이후에 친한 언니 동생 사이로 발전했고 신부는 웨딩플래너의 결혼식에서 직접 축가를 부르기도 했습니다.


결혼 준비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늘 염두해두고 일을 합니다. 대신 그런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그 덕분에 지금의 자리를 10년 넘게 지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 양선희씨 제공
슈퍼주니어 성민 결혼식

- 지금까지 참 많은 예식을 진행하셨을 텐데, 그 중 기억나는 일은요?


“제일 당황했던 것은 하하 씨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받은 거에요. 축의금을 받아야 하는 가족분들이 1부 예식이 끝난 뒤 식장으로 들어가버리셨거든요. 그런데 워낙 하객이 많아 뒤늦게 오시는 분들도 계셔서 제가 결국 축의금을 받았어요. 플래너하면서 처음으로 축의금 받은 날이었어요.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제 결혼식인데, 결혼식 축가를 몇 년째 친하게 지낸 신부님이 해주셨어요.”


- 연예인 결혼식도 많이 진행했는데 일반인 결혼식 준비와 어떻게 다른가요?


“연예인들의 웨딩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부분에서 매니저의 역할을 해야해요. 당사자, 소속사, 홍보팀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미팅이 필수입니다. 기자 회견에서부터 경호원의 배치, 하객들의 동선, 예식 진행 등을 총괄하는 디렉터의 역할을 웨딩플래너가 직접 합니다.”


- 웨딩 플래너를 꿈꾸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자질이 궁금해요.


“우선 웨딩일을 좋아해야 합니다. 신랑신부님과 일로 만난다기 보다 그들과 이야기하고 드레스를 고르고 하는 것들이 재밌어야 해요. 실제로 비행기 탈 때를 빼고 1년 365일 핸드폰을 끌 수 없어요. 특히 카톡이라는 게 생긴 후부터는 신부님들이 질문거리가 생기면 바로 연락하는데, 제 때 답을 해야 하죠. 결혼은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잖아요. 명절이라고 해서, 아니면 아프다고 마음 편히 쉴 수는 없습니다.


또 오지랖이 넓어야해요. 플래너가 스스로 찾아다니면서 신상에도 관심이 많고 인맥도 잘 만들어야 해요. 똑같은 드레스라고 해도 어디서는 80만원이 들기도 하고 다른 곳에서는 180만원을 부르기도 합니다. 많은 웨딩 업체에서 이벤트가 일년에 몇 번 씩 열리는데 이벤트 정보를 빨리 알고 있어야 합니다.”


- 비혼이 대세인 세대,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줄 말.


“사람들은 배우자로 잘 맞는 사람을 찾으려고 하잖아요. 근데 제일 잘 맞는 사람을 만나 결혼할 수는 없어요. 가족도 친구도 완벽하게 맞지는 않잖아요. 살면서 함께 맞춰나가는 것이지 처음부터 맞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잘 맞는 사람이 아니라 맞춰나갈 의지가 있는 사람이 아닐까요. 더불어 사는 세상이니까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나아요.”


글 jobsN 최현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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