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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차 사서 2000km씩 2달 동안 10만km를 달려야 사는 남자

조회수 2018. 11. 1. 17: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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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엔진에 때를 입혀야 사는 남자
김형준 불스원 연구소 엔진케어파트 연구원
엔진 분해만 100번 넘게 한 엔진때 전문가
해외 국가별 최적화된 연료 첨가제 개발하고파

자동차를 오래 몰면 자동차 엔진에는 때가 쌓인다. 엔진룸 내 휘발유 등 연료가 불완전연소를 하면서 그을음, 찌꺼기, 탄소퇴적물이 달라 붙는다. 이러한 엔진때는 자동차의 출력 저하, 소음과 떨림 증가, 연비 감소 등의 부작용을 가져온다.


하지만 엔진때가 반가운 사람이 있다. 바로 엔진세정제를 개발하는 김형준(35) 불스원 연구원이다. 그는 인천 송도에 있는 불스원 연구소 엔진케어파트에서 근무한다. 개발한 제품이 엔진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벗겨 내는지 연구한다. 제품의 엔진때 세정력을 알아보기 위해 자동차 엔진에 일부러 때를 묻히는 일도 그의 담당이다. 자동차 엔진때가 있어야 사는 남자다.


지난 14일 jobsN은 인천 송도 불스원 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김 연구원은 “엔진때를 입히고 제품 안정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개발이 본격화되면 하루 2000㎞씩 직접 자동차를 운전한다”고 했다.

출처: jobsN
김형준 연구원.

연구 위해 일부러 엔진에 때 입혀


김 연구원은 연세대 기계공학과 03학번이다. 어릴 적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차량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불스원에 취직했다. 2011년 입사해 현재는 엔진케어파트에서 ‘허리 역할’을 담당한다.


-주로 하는 일이 뭔가.


“엔진때를 벗겨 내는 연료첨가제를 개발한다. 자동차가 발전하면서 연료첨가제도 계속 변화 발전 중이다. 예컨대 엔진 연료분사 방식이 간접분사인 MPi에서 직접분사인 GDi로 바뀌면 이러한 개발 트렌드에 맞춰 최적화된 연료첨가제를 개발하고 수정하는 게 일이다.”


-엔진때를 꼭 벗겨 내야 하나.


“탄소퇴적물 등 엔진때가 쌓이면 엔진이 설계 의도와 달리 작동한다. 처음 차를 살 때보다 출력이 떨어지고, 차량 소음과 떨림이 증가한다. 연비도 줄고 배출가스도 늘어난다. 엔진때를 벗겨야 다시 새 차 같은 엔진 성능을 발휘한다.”

출처: 불스원 제공
연료첨가제 주입 전후의 차량 소음을 측정하는 김 연구원(왼쪽).

-연구를 위해 엔진에 때를 일부러 입히기도 하나.


“엔진 세정 제품을 개발하면서 크게 성능테스트와 내구테스트를 진행한다. 테스트를 위해 엔진에 때가 많이 낀 자동차가 필요한데 방법은 2가지다. 주행거리 10만㎞ 내외의 중고차를 사는 것이 첫 번째다. 또 인위적인 불순물을 휘발유와 함께 주입하고 5000㎞를 주행하며 엔진에 때를 입힌다. 이를 더티업(dirty-up)이라고 한다. 그렇게 때를 입히고 개발한 연료첨가제를 넣고 성능을 체크한다.”


-하루에 2000㎞씩 주행하며 직접 엔진때를 입히기도 한다던데.


“맞다. 그게 내구테스트다. 새 차를 사서 두 달 동안 10만㎞를 달리고 기름을 넣을 때(연료경고등이 들어올 때마다 가득 채우는 풀투풀 방식)마다 개발한 연료첨가제를 함께 주입한다. 현대차 중형 세단인 쏘나타의 경우 그렇게 하루에 3번 정도의 연료첨가제를 넣는다. 그때 연료첨가제가 차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본다. 노함(No-harm) 테스트다. 내구테스트를 하면 팀원 2명씩 짝을 지어 하루에 2000㎞씩 자동차를 운전하며 엔진에 때를 묻히고 내구테스트를 한다. 이런 방식으로 총 2대를 테스트한다. 총 4달이 걸리는데, 그때는 온종일 운전하는 게 일이다.”

출처: 불스원 제공
엔진을 점검하는 김형준 연구원.

“전국 안 가본 고속도로 휴게소 없어”


-하루에 2000㎞면 어디를 가나?


“고속도로, 국도 등 모든 도로를 가리지 않는다. 연구소가 있는 송도에서 출발해 천안까지 다녀오면 300㎞ 정도 된다. 군산까지는 500㎞다. 하도 운전하고 다니니 전국에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대부분을 안다. 기억에 남는 휴게소는 상주영천고속도로 상 군위영천 휴게소다. 이름부터 독특하다. 영천 방면에 있는 것은 군위영천 제1공장 휴게소, 상주 방면엔 삼국유사 군위휴게소다. 휴게소 내부가 1970~80년대를 연상케 하는 복고풍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다. 전혀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보이지 않는다.”


-연구원이 온종일 운전하기 쉽지 않을텐데.


“아침에 차를 몰고 나갔다가 오후에 연구소에 복귀해서 일하고 다시 저녁쯤 운전하는 스케줄이다. 정해진 시간에 다른 동료에게 차를 인계해줘야 한다. 주말에도 테스트는 이어진다. 한 동료는 가족과 함께 테스트 차량을 타고 부산에 갔는데 인계 시간이 촉박해 바다는 10분만 보고 돌아왔다더라. 여유로운 여행을 기대했던 아내와 올라오는 내내 싸웠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엔진은 몇 번이나 분해해봤나.


“한 달에 2번 이상은 엔진을 뜯어본다. 이제껏 총 100번은 넘게 엔진때를 살펴보려 엔진 분해를 해봤다. 다양한 차량으로 많은 실험을 해보니 차량 소리만 들어도 차의 어느 부분이 고장났는지 아는 능력이 생겼다. 차의 진동과 소리로 고장난 부품이 뭔지 생각하고 실제 진단기로 확인해보면 90% 이상 맞더라.”

출처: 경상북도 공식블로그 캡처
김 연구원이 추천한 군위영천 휴게소 외부와 내부 모습.

연료첨가제 효과 있나


-엔진때가 많이 쌓이는 유형이 있나.


“급정차를 많이 하면 상대적으로 엔진에 때가 많이 쌓인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저속 시내주행에서도 엔진에 부하가 많이 걸리고 때도 더 쌓인다. 고속주행을 해야 엔진룸 내에 폭발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며 때가 덜 쌓인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연식이 5년 됐는데 1만㎞만 탄 차보다 고속주행을 자주 해 주행거리가 더 긴 차가 엔진 상태는 더 좋을 수 있다.”


-보통 휘발유를 넣고 고속주행해도 엔진때가 빠진다는 사람이 있다.


“휘발유와 경유에도 청정분산제가 들어 있지만 그 농도가 낮다. 엔진때를 없애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미량이다. 고속주행을 하면 엔진룸내 연소가 잘 일어나면서 그을음 정도는 빠질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차곡차곡 쌓여 망치로 때려도 부서지지 않는 누적된 엔진때를 없애기는 불가능하다.”


-연료첨가제의 효과는 검증된 건가.


“시중에 판매되는 연료첨가제는 딱딱한 엔진때를 서서히 분해하는 청정분산제다. 연료첨가제를 넣으면 엔진에 쌓인 탄소퇴적물이 분해된다는 것은 이미 국가기관, 국제 테스트 기관 등에서 공인된 것이다. 연구원들은 분기에 한번 3000~5000㎞에 한 번씩 연료첨가제를 넣는 것을 추천한다.”


-이 일을 후회한 적 없나.


“이빨 사이에 낀 치석을 제거하는 스켈링을 받고 나면 개운하고 기분이 좋지 않나. 내가 개발한 눈에 보이지 않는 화학 물질이 엔진룸에서 어떻게 때를 분해하는지 지켜보는 즐거움과 희열이 있다. 앞으로는 전 세계 각국에 통하는 연료첨가제를 만들고 싶다. 같은 휘발유라도 나라마다 기름의 규격이나 품질이 다르다. 예컨대 중국 등 정유기술이 덜 발달한 국가의 휘발유는 똑같은 거리를 주행해도 엔진때가 더 많이 쌓인다. 이러한 특성을 연구해 국가별 최적화된 제품을 개발하는 게 꿈이다.”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출처: 불스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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