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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스티커, 호기심..그게 평범한 부부의 몰락 시작이었다

조회수 2020. 9. 24. 23: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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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보는데도 마약 주사 찌르더라" 베테랑 수사관의 한마디
한번만 소중한 사람을 떠올려봐라
마약 수사 15년 김석환 경감
국내 마약범죄 매년 늘어
“순간의 쾌락보다 가치있는 인생”

“잠깐 좋자고 인생을 망가트리는 거죠.”

조용히 말하는 김석환(53) 경감의 눈빛은 날카로웠다. 25년을 경찰로 살면서 수많은 강력범을 수사했던 내공이 느껴졌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계에서 일하는 김 경감은 당시 함께 마약 수사를 했던 동료들과 함께 ‘국내 1호 마약 수사관’이라 불린다. 2003년 경찰청이 별도로 마약 수사계를 만들때부터 이 일을 했고 올해로 15년째다.


“마약에 빠진 부부가 있었습니다. 가장 중독성이 강하다는 필로폰을 맞았어요. 남편은 장사를 하고 아내는 주부였습니다. 우연히 전봇대에 붙어있던 한 치료제 광고 스티커를 보고 전화를 걸었는데 ‘사실 더 좋은 게 있다’고 하더랍니다. 마약이죠. ‘한 번 해볼까’. 그 호기심이 결국 평범했던 부부를 감옥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대부분의 마약사범들이 이렇게 호기심으로 시작했다가 걷잡을 수 없이 중독에 빠진다. 김 경감은 중독자들이 특정 행동 집착, 의심, 돌발행동을 한다고 말했다. 환각·환시·환청도 심각하다. “‘누가 날 죽이려 한다’고 경찰서로 뛰어들어왔는데 수상해서 검사해보니 마약 중독이었어요. 경찰이 집 안에 들어왔는데도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해 우리가 보는 앞에서 주사를 놓는 사람도 봤습니다.” 

출처: jobsN
김석환 경감

김 경감은 이런 마약사범을 수사하고 검거한다. 마약사범은 제조·밀수입·유통·투약으로 구분한다. 대검찰청이 2017년 발간한 ‘2017 마약백서’의 통계상으로는 국내 마약사범의 주연령은 30~40대, 무직이 대부분이다. 기업가, 연예인, 유학생뿐만 아니라 해외 출국이 잦은 직장인과 미성년자도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가장 유통량이 많은 마약은 대마다. 젊은층들이 클럽에서 엑스터시를 거래하는 경우도 있지만 엑스터시, 필로폰은 정제류 마약이라 대마만큼 흔하진 않다고 한다. 마약 가격은 국가마다 다르다. 국제연합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발표한 ‘2017 세계 마약 리포트’로 외국의 마약 가격을 알 수 있다.


139개국 중에 대마가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곳은 일본 도쿄다. 그램당 3620엔(3만6000원)이다. 서울이 두번째로 3만5000원 정도다. 미국 워싱턴은 18달러(2만원), 영국이 9달러(1만원)다. 의료용 대마 등 일부만 합법으로 인정하는 네덜란드와 캐나다는 그램당 8700원에 거래한다.


숫자는 수사(修辭)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한다. 그래서 한국은 마약청정국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 ‘부르는 게 값’이다. 김 경감은 “마약값은 판매자가 정하는 대로 거래가 이루어진다. 대마 1그램(보통 티스푼이 5그램이다)을 15만원에 거래한 일당을 검거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 DB
2014년 검·경은 쿠키로 위장한 마약을 압수했다.

마약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보라고 한다. 마약 투여는 대부분 은밀한 곳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누군가 제보를 하면 효율적인 수사를 할 수 있다. 제보를 받아 마약 범죄조직을 소탕한 사례가 있지만, 모방범죄를 우려해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망타진하기 위해 철저히 계획을 세워 검거에 나섭니다. 만약 한 명을 놓치면 마약사범들 사이에 금방 소문이 나기 때문에 실수가 없어야 합니다. 마약을 했는지는 소변검사, 모발검사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마약사범 한 명 검거가 끝이 아닙니다. 뿌리를 뽑기 위해 관련자를 모두 수사합니다.”


마약사범은 2018년 5월부터 시행중인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의 규정대로 처벌 받는다. 마약법·향정신성의약품관리법·대마관리법으로 구분해 시행하던 마약류 관계 법률을 2000년 1월 12일 통합한 것이다. 마약류란 마약·아편 및 코카인이다. 이전과 달리 마약류관리법은 마약류를 판매하려고 허위 광고를 하는 사람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처벌하도록 했다. 최고형은 무기징역이지만 선고한 사례는 아직 없다. 마약 판매자가 그로 인해 얻은 수익은 국가가 전액 몰수한다.


김 경감은 마약사범의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나라가 ‘마약 청정국’이란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판매자는 마약으로 직접 수익을 얻습니다. 그래서 형량을 두 배로 늘리는 등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합니다. 또 마약은 재범률이 다른 범죄 재범률의 2배입니다. 한 사람이 1년에 3번 적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점이 통계엔 드러나지 않습니다. 단순히 통계 수치만 보고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 마약사범수가 적다고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실제로 최근 다양한 마약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4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대마·양귀비 불법 경작에 대한 특별단속을 벌여 224명을 적발했다. 대마와 양귀비 수확·개화기에 맞춰 불법 경작을 통한 마약원료 확산을 막기 위한 수사였다. 피의자들은 비닐하우스, 아파트 베란다에서 몰래 양귀비를 재배했다.

출처: 조선 DB
양귀비 단속 현장

SNS로 마약을 직거래하고 비트코인으로 결제한 범죄조직도 있었다. 수원지검 강력부(당시 부장검사 이진호)는 2017년 2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SNS 활용 필로폰 밀수·판매 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였다. 그 결과 21명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인형, 자전거 등에 필로폰을 숨겨 국제특송화물로 국내로 반입했다.동영상사이트에 인터넷 광고를 올려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의 연락을 받았다. 대포통장이나 가상화폐 전자지갑 주소를 SNS로 전달하고, 구매자가 돈이나 비트코인을 입금하면 필로폰을 숨겨놓은 장소를 알려줬다.


이렇듯 국내 마약범죄는 법망을 피해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대검찰청 강력부(당시 부장 배성범 검사장)가 2017년 9월 4일 펴낸 ‘2016년 마약류 범죄백서’에는 국내 마약사범 증가 추세가 나와있다. 2016년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적발된 마약사범은 1만4214명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이는 2015년보다 19.3% 늘어난 수치다. 대검찰청은 1년에 한번씩 마약류백서를 발간하며, 올해도 하반기에 2017년 마약범죄 현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출처: 집으로 가는 길 스틸컷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은 마약 밀반입 문제를 다뤘다.

김 경감은 여러 기관들이 마약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 식약처, 관세청이 1년에 두 번 회의를 열어요. 국내로 들어오는 여행객들의 수하물 정보를 공유합니다. 혹시 마약을 숨길 가능성이 있는 물픔을 미리 알아둡니다. 해외에서 새로운 마약이 등장하면 검·경 등 관계부처와 논의후 곧바로 임시 마약으로 지정해 국내 유통을 막습니다. 경찰은 전국 17개 지방경찰청마다 마약수사계를 두고 있어요. 10월 중순 8개의 마약전담팀을 추가로 신설할 예정입니다. 또 지역별로 식약처 산하 마약 퇴치 운동 본부가 있어, 마약사범들의 재활을 돕고 약물 치료를 돕습니다.”


그는 마약에 빠진 사람들에게 다시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수사를 하더라도 검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재활 프로그램을 알려준다. “제 손으로 검거했던 사람이 지금은 재활에 성공해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딸을 위해 마약을 끊었다’고 하더군요. 뭉클했습니다. 마약 예방 홍보, 형량 강화도 근본적인 대책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의지예요. 어느날 갑자기 마약의 유혹이 다가오면 눈을 감고 잠시만 떠올려보세요,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글 jobsN 김민정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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