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역류성 식도염·위염 달고 사는 직업

조회수 2020. 9. 24. 23: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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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랑 같이 먹는 김치 개발한다"는 이 사람의 직업
김치전문가 류병희 박사 인터뷰
대상 종가집 김치 개발 총괄해
“매일 김치 담그는 연구원도 있어”

김치 연구하면 매일 김치 담그고 맛을 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김치연구원들은 거의 매일 김치 맛을 본다. 하루에 3번 정도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콤한 김치를 맛보며 연구하는 직업이라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은 달고 산다. 하지만 ‘다행히’ 매일 김치를 담그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두세 번 담그는 연구원들은 많지만 말이다.


jobsN은 지난 7일 서울 신설동 대상 본사에서 류병희 박사를 인터뷰했다. 류 박사는 성균관대 식품∙생명자원학과에서 ‘김치유산균(Lactobacillus sakei Y1207)의 항암효과와 면역반응 및 기능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3년 두산 R&D센터 식품연구소 김치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 지금은 대상 종가집 신선연구팀장으로 김치 연구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출처: 대상 제공
류병희 대상 신선연구팀장.

출근 후 하루 종일 김치연구…하루 3번 이상 시식도


- 당신은 무슨 일을 하나.


“종가집 김치의 연구개발을 총괄한다. 간단히 말하면 명인이 전수하거나 가문에서 내려오는 ‘손맛’을 공학적으로 분석해 맛있는 김치 생산을 표준화하는 것이다. 사시사철 같은 맛의 김치를 손쉽게 먹고 싶어 한다. 그런 김치를 만드는 과정을 유산균으로 조절한다고 보면 된다.”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일과라는 것이 없다. 연구에 끝이 있나. 주어진 과제를 끝내느냐 아니냐 두 가지만 있다. 물론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로제 시작으로 퇴근 시간은 확실히 빨라졌다. 퇴근시간까지 김치를 계속 맛보고 또 이 맛을 어떻게 개선하고 또 구현할지를 계속 연구한다.”


- 레시피를 공학 석박사 출신 연구원들이 다루는 점이 특이하다.


“종가집 연구원들은 다들 식품공학 등 공대 석박사 출신이다. 어떤 유산균을 넣느냐에 따라 김치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공학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한다. 물론 요리 실력을 키우기 위해 꾸준한 트레이닝은 받는다.”


- 어떤 트레이닝을 받나.


“우선 회사 비용으로 연구원들에게 요리 강습을 보낸다. 나만 해도 최근 궁중요리 전문가에게 요리법을 배웠다. 김치연구원들은 다들 조리사 자격증은 한두 개씩 갖고 있다.”


식당서 김치 먹으면 "월동 배추인가" 떠올려


- 처음부터 김치연구원을 꿈꿨나.


“식품공학을 전공해 식품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당시 종가집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던 두산의 R&D 연구소로 입사했다. 김치연구원도 했고, 발효주인 ‘청하’ 연구도 했다.”


- 본래 술과 김치를 좋아했나.


“그렇지 않다. 술은 한 잔 정도밖에 못 마시고, 김치도 즐겨먹는 편이 아니었다. 그런데 첫 회식 때 청하 한 병을 다 마시고 뻗었고, 김치 먹는 것이 현 직업이다. 지금은 둘 다 좋아한다.”


- 찌개에 김치를 꼭 넣어먹는다던가 하는 등 김치연구원만의 행동 특징이 있나.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동선에 김치찌개집이 있으면 꼭 들린다. 우리끼리는 ‘김치는 그만 먹고 싶다’ ‘김치찌개를 또 먹어야 하느냐’는 말을 농담 삼아 한다. 그러다가도 김치찌개집이 있으면 반드시 들려서 먹어본다.”


- 식당에서 김치를 먹으면 음미가 되겠다.


“물론이다. 연구원들끼리 회식을 하면 꼭 식당에 있는 김치의 성분을 서로 분석하고 토론을 하게 된다. 이게 월동 배추냐는 말부터 시작해서 젓갈에 대한 이야기까지 한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를 쓰는 경우에는 굳이 먹어보지 않는다.”


- 중국산 김치는 국산과 어떻게 다른가.


“중국산은 색깔이 검붉은 반면, 국산은 예쁘게 빨간색이다. 또한 중국산은 고춧가루 입자가 크다. 육안으로 구분할 수 있다.” 

출처: 대상 제공
류병희 박사와 동료 연구원들이 개발한 김치들.

“올여름 폭염으로 배추 잎사귀 작아 걱정”


김치 개발을 하는 연구원을 만난 김에 김치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 김치를 잘 먹는 비법이 있나.


“한 가지 습관을 권한다. 김치를 꺼낼 때 반드시 마른 손으로 꺼내라. 젖은 손으로 김치를 꺼내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고, 김치가 빨리 쉰다. 마른 손으로 김치를 꺼내고, 김치를 꺼낸 후에는 손으로 꾹꾹 눌러준 뒤 뚜껑을 단단하게 닫아 공기와의 접촉을 피해야 한다. 또 영양학적 측면에서는 익은 김치가 덜 익은 김치보다 좋다.”


-아이들은 김치를 잘 먹지 않는다.


“대개 어린이에게 김치를 씻어먹이는데, 오히려 백김치부터 먹어보게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어린이용 백김치나 깍두기 제품도 있다. 안 맵게 하고 달콤한 국물을 좀 넣었다. 학교 급식 등에서 잘 팔린다.”


-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팁이 있다면.


“김치의 숙성시간은 물김치가 가장 짧고, 그 뒤로 배추김치, 무김치 순이다. 김치냉장고의 냉기가 고르게 유지되는 아랫부분에는 숙성시간이 짧은 물김치를 주로 넣고, 위로 갈수록 배추김치-무김치 순으로 보관하면 숙성 속도가 비슷해진다.”


- 포장된 김치를 마트에서 샀는데 덜 익었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포장김치는 유통과정에서 숙성이 진행된다. 갓 담근 김치에 비해 신맛이 높고 산성이 강하다. 포장 김치를 샀는데 덜 익었다면 일반 냉장고에 1~2일 뒀다가 김치냉장고에 보관 모드로 저장해서 먹으면 된다.”


- 올해 여름에는 날씨가 더운데 배추의 작황에 영향이 어떻게 되나.


“날이 너무 더워서 배추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다. 10일 이상 덜 자란다. 속이 꽉 차지 않고 흐물거릴까봐 걱정이다.”


- 김치와 유산균을 연구하는 사람인데, 유산균 건강식품 같은 것은 안 만드나.


“개발은 해놨는데 출시는 하지 않았다.”


- 향후 계획은.


“그동안 한국인이 김치를 먹는 방법은 찜, 찌개, 반찬 등이었다. 이걸 바꾸려고 한다. 피자나 파스타와 잘 어울리는 김치를 만들었다. 2018년 가을 중 출시 예정이다.”


- 김치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쌓고 싶은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식품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고 원료 고민을 해보는 습관은 기본이다. 또한 미생물을 연구하는 것은 약간은 지루한 일이다. 발효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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