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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는 없고 책임만 있는 ‘마법의 공간’? 상인들 부글부글

상가 앞, 책임만 있고 권리는 없는 마법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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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8.14. | 9,315 읽음
상점에서 임의로 둔 '주차금지' 표지는 불법
상점 앞에서 사고 나면 상점도 책임
상인들 "권리는 없고 책임만 있다" 불만

도로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차금지 표지. 불법입니다.

출처 : 사진 네이버 블로그

여러분도 오늘 한 번쯤은 보셨거나, 한 번쯤은 꼭 볼 일이 있을 표지판입니다. 특히 도시 상점가에선 이런 주차 금지 표지판 없는 구석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입니다. 폐타이어, 화분, 고깔 등 그 형태와 소재도 다채롭죠.


하지만 이는 사실 대부분이 법적 근거 없이 놓인 시설물입니다. 현행 도로법 제38조(도로의 점용) 및 제45조(도로에 관한 금지행위) 등에선 도로 구역에 공작물이나 물건, 그 밖의 시설을 신설·개축·변경 또는 제거하거나 그 밖의 목적으로 도로를 점용하려는 자는 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장애물을 놓는 행위를 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도로 인근 상점 주인이 저런 물건을 놓고 “내 구역이니 건드리지 마라”고 주장하는 건 법에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아무리 점포에 바짝 붙은 길이라 해도 말이죠. 오히려 도로무단점용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징수 조례에 따라 점용 면적에 비례해 10만~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기 점포 앞이라는 이유로 차가 다니는 길에 좌판이나 매대, 테이블 등을 펼치는 것도 불법입니다. 이는 주차 금지 표지판과 마찬가지로 도로법 제38조와 제45조에 걸릴 뿐 아니라, 도로교통법 위반이기도 합니다. 도로교통법 제68조(도로에서의 금지행위 등) 제2항은 ‘누구든지 교통에 방해가 될 만한 물건을 도로에 함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도로교통법 제152조(벌칙) 제4호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법에선 상점 주인이 자기 점포 앞의 도로 공간을 사유지처럼 이용하는 행위를 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공간에서 사고가 벌어지면, 이야기가 조금은 달라집니다. 예를 들면, 지난 2014년 11월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5단독(재판장 조병대)는 만두가게 앞 빙판길에서 넘어져 가슴을 다친 임모(56·여)씨와 그 가족 등 4명이 만두가게 주인 김모씨와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김씨와 보험사는 연대해 임씨와 가족들에게 총 2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임씨는 2012년 2월 중순 경기 안산시 고잔동 김씨가 운영하는 만두가게에서 만두를 사 나오다가 가게 앞 인도에 생긴 빙판에 미끄러져 흉추염좌 및 긴장 등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었습니다. 즉, 가게 앞에서 벌어진 사고에 대해 점포 주인에게 책임을 물은 것입니다.  

이것도 불법입니다.

출처 : 사진 충청리뷰

임씨와 그 가족들은 김씨가 인도에 물을 흘려보내 빙판이 생겼지만 이를 제거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해 피해를 입었다 주장했습니다. “사고를 유발했으니 그에 대한 책임을 진 것이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빙판을 만든 책임이 가게에 없더라도 손해배상 자체는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 봅니다. 민법 758조에선 건물의 소요자나 점유자는 그 앞 부분을 관리해야 하고, 그것으로 인해서 손해가 발생하면 배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한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빙판 형성 책임이 없었더라면 배상액이 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민법상 관리 책임이 있으니 완전 면책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결국 권리는 없고 책임만 짊어지는 불공정한 구조라 말하는 상인도 있습니다. 광주 북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조모(32)씨는 “내가 전적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공간이라면 책임을 지는 게 맞지만, 평소엔 ‘모두의 공간’이라 말하면서도 사고가 나면 점포에 책임을 떠넘기는 건 형평성이 맞지 않다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서울 성북구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1)씨는 “대략 가게 부근 1m 정도에서 낙상 등 사고가 벌어지면 주인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평소에 장사를 위해 이용하는 공간이면 모를까, 우리도 마음대로 못쓰는 바깥 공간을 바쁘게 가게 운영하는 와중에 신경 쓰긴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가 옳다 말하는 의견 또한 존재합니다. 광주 광산구 시민 김모(32)씨는 “아파트나 공동주택 앞에서 사고가 벌어져도 이들이 책임을 지는데, 상가 또한 예외일순 없지 않겠는가”라고 했습니다. 두 의견을 어느 정도 섞은 절충안을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한모(36)씨는 “기본적으로는 공용공간으로 인지하되, 관행이나 불문율처럼 상점 주인에겐 약간의 이용 우선권을 주는 정도로 타협하는 방안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글 jobsN 문현웅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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