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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탈모 후..'날 갉아먹지 말자' 다짐하니 그려졌어요

조회수 2020. 9. 24. 23: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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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원형탈모까지.." 자기부정 멈추자 만화가 그려졌다
웹툰 ‘당신의 하우스헬퍼’ 작가
비전공자에서 웹툰 드라마화까지
“만화로 위로 건네고 싶어요”

"마음을 청소해드립니다"


KBS2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의 캐치프레이즈다. 남자주인공 김지운은 귀찮고 어려운 집안일을 대신 해줄 뿐 아니라 고객들의 어지러운 마음까지 깨끗하게 청소해주는 하우스 헬퍼다. 남자 가정부라는 신선한 소재로 인기를 끈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에 힘입어 웹툰 플랫폼 KTOON에서 시즌 4까지 연재 중이다. 마감에 쫓기면서도 본 방송은 꼭 챙겨 본다는 ‘당신의 하우스헬퍼’ 웹툰 작가 승정연(32)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출처: jobsN
승정연씨

-웹툰이 드라마로 만들어졌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신기하죠. 처음 방영 확정 기사가 나왔을 때도 실감이 안 났어요. 예고편 뜨고 나서 와 진짜구나 싶었죠. 드라마화 하기로 계약을 한지는 오래됐어요. 시즌2를 연재하던 2015년에 계약했습니다. 만화나 웹툰 업계에서는 판권 계약을 해도 제작을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계약했을 때도 ‘정말 이걸 드라마로 찍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 계약으로 수입에 변화가 생겼는지?


"계약 이후에 원고료가 조금 올랐어요. 드라마가 방영하고 많은 분들이 웹툰에 관심을 가져주시면서 조회 수가 2배 이상 늘었어요. 시즌 1,2,3은 현재 유료 웹툰이기 때문에 조회 수가 증가하는 만큼 유료 수익이 느는 구조에요. 드라마 계약을 할 때는 적게는 1000만원에 판권 계약을 한다고 들었어요. 저는 그보다는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남자 주인공 ‘김지운’ 역할에 생각해 둔 배우가 있었는지.


“드라마 제안을 받기 전 인터뷰에서 김우빈씨가 어울릴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어요. 지운의 까칠한 성격을 잘 연기해주실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드라마화가 결정되고 감독님이 생각하는 배우가 있냐고 물으시니까 떠오르는 사람이 없더라구요. 그동안 김지운 캐릭터가 조금씩 변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지금 하석진씨가 연기하시는 지운의 느낌이 좋아요. 까칠하면서도 오지랖 넓고 친근한 캐릭터에 딱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출처: 공식 홈페이지
(왼쪽부터) KBS2 드라마 '당신의 하우스헬퍼' 김지운(하석진)과 임다영(보나)

연이은 탈락에···


-웹툰 작가의 일상은 어떤가.


“하루에 기본 10시간 정도 작업하며 보내요. 다른 작가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저는 마감 전에 외출도 잘 못 해요. 작업 시간이 유독 긴 편이에요. 스토리 고민이 많아서 전개도 자주 바꾸고, 그림 그리는 것도 아직 능숙하지 않아 그런 것 같습니다. 작업 외에는 틈틈이 밥 해먹고 살림하고 고양이 4마리를 돌봅니다. ”


-원래 만화가가 꿈이었나.


“네. 어릴 때부터 꿈이었어요.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서 잊으려고 했습니다. 만화는 취미로 즐기고 직업은 안정적인 걸 택하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어요. 결국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취업준비를 해보니 그것도 만화가 되는 것 못지않게 힘들더라구요. ‘뭘 해도 힘들 거면 그냥 나 좋아하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4학년 때 한학기 남기고 꿈을 쫓기 시작했죠.”


-준비생 시절 포기할까 생각도 했다고.


“공모전에서 연이어 떨어졌을 때 포기해야 하나 싶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은 작가에 대한 로망 뿐이고, 뭔가를 그리거나 전달하는 능력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했죠. 그런 고민 속에 매일을 보내다보니 원형탈모까지 생겼어요. 그게 생각보다 큰 충격이었어요. ‘더 이상 나 자신을 갉아먹지 말자, 나를 부정하지 말자’고 그 때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다시 흥미도 생기고 자신감도 붙더라고요. 이후 자유분방한 그림체의 ‘당신의 하우스헬퍼’ 원고를 완성했습니다.”


가벼운 이야기, 가볍지 않은 위로


-남자 가정부라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준비생 때 친언니랑 살았어요. 언니가 액세서리 도매 사업을 하는데 일이 너무 힘들어서 집에 오면 바로 쓰러져요. 그래서 제가 늘 청소, 빨래하고 밥도 해놨어요. 그랬더니 어느 날 언니가 ‘난 남편이 아니라 아내가 필요해’라고 하더라고요. 거기서 영감을 얻었어요.


‘김지운’은 프로페셔널한 가정부에요. 본업이 가정부인 남자인 거죠. 우리나라는 아직 가정부는 여자가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래서 남자 가정부는 소재면에서 독특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집을 치울 시간이 없다는 건 그만큼 여유가 없다는 거니까, 머릿속 고민도 쌓여있는 상태잖아요. 그래서 집뿐만 아니라 그런 복잡한 마음까지 청소해주는 가정부면 좋겠다 싶었어요. 그렇게 소재를 정했습니다.”

출처: 본인 제공
웹툰 '당신의 하우스헬퍼' 원고 일부

-작년에 그림책도 출간했다고 들었는데.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마음을 바꾼 장난'이 작년 말에 나왔어요. 저는 어릴 때 뿐만 아니라 대학에 와서도 힘들 때면 아끼던 그림책을 꺼내봤어요. 어린 시절에 좋은 그림과 이야기로 얻은 감동은 오래도록 남잖아요. 사람들이 오래도록 꺼내보고 기억할 수 있는 그림책 작업에 계속 도전하고 싶어요."


-작가 지망생들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저는 웹툰 시장 경쟁이 비교적 덜 치열할 때 운 좋게 데뷔했어요. 그래서 정말 뛰어난데도 기회가 적고 경쟁이 치열해서 지망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 있어요. 조언을 할 수는 없을 거 같고, 그냥 선배 작가로서 만화 업계가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응원한다는 말도 해드리고 싶고요."


-앞으로 어떤 웹툰 작가가 되고 싶으세요?


“소소하고 소박하지만 읽고 나면 무언가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만화로 위로를 건넬 수 있다면 최고겠죠. 사회의 다양한 고민과 갈등을 ‘소소한’ 부분에서 다뤄나갈 거예요. 가벼운 이야기지만, 가볍지 않은 위로를 건네는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싶습니다.”


글 jobsN 서은수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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