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 헛먹고, 아 반대로 가고..경쟁제품 은근히 까는 광고

조회수 2020. 9. 24. 23: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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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 헛먹었네요' 은근히 경쟁사 까는 광고들
삼성vs애플·코카콜라vs펩시
소비자 눈길 사로잡는 경쟁사 비교광고

애플 제품을 보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애플 스토어. 한 고객이 지니어스(genius·애플 스토어 직원을 이르는 말)에게 "아이폰X 다운로드 속도가 가장 빠르냐"고 묻습니다. 직원은 "아이폰8보다는 빠르다"고 답합니다. 이에 손님은 “갤럭시 S9보단 아니죠, 그래도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면서 비웃습니다. 이후에는 '갤럭시로 업그레이드 하세요(Upgrade to Galaxy)'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출처: Samsung US 유튜브 캡처
아이폰X 디자인을 비꼬는 삼성전자의 광고

지난 7월 삼성전자가 내놓은 광고입니다. 아이폰X 성능을 문의하는 고객에게 명쾌하게 답하지 못하는 지니어스를 '인지니어스(ingenius·광고 속에서 모자라다는 뜻으로 사용)'라고 표현한 것이죠. 삼성전자가 아이폰 성능을 저격한 광고는 이번이 세 번째 입니다. 작년에는 아이폰을 사려고 줄 선 사람의 머리카락 모양을 M자로 표시해 디자인을 희화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같은 제품군에 속한 타 브랜드를 자사 광고에 등장시키는 광고를 비교광고라고 합니다. 제품의 성능을 직접 말하기보단 경쟁사 제품과 비교해서 보여주는 것이죠. 삼성전자와 애플뿐 아니라 다양한 경쟁업체들이 비교광고를 펼칩니다. 어떤 비교광고들이 있는지 국내외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출처: goober8694 , Victor Pukhalsky 유튜브 캡처
코카콜라와 펩시의 비교광고

코카콜라와 펩시의 ‘콜라전쟁’


콜라를 만드는 두 회사 코카콜라 컴퍼니와 펩시코는 100년 넘게 경쟁해온 브랜드입니다. 그만큼 서로를 겨냥한 광고도 많습니다. 두 브랜드 사이의 광고 전쟁은 1970년대에 펩시가 먼저 시작했습니다. 시민들이 눈가리개를 하고 콜라 맛을 비교하는 펩시 챌린지라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펩시를 더 맛있다고 고른 사람이 많다는 것을 TV광고로 내보냈습니다. 이것이 'Cola wars(콜라전쟁)'의 시작입니다.


이후 펩시는 TV, 인쇄물 등 다양한 비교광고를 내놓습니다. 펩시와 코카콜라 자판기가 나란히 놓여있고 펩시 자판기 앞에만 길이 닳아 있습니다. 또 다른 예로 한 소년이 자판기에서 코카콜라 두 캔을 뽑아 바닥에 놓습니다. 코카콜라를 밟고 올라선 소년은 더 높이 있는 펩시 버튼을 누릅니다. 코카콜라는 그대로 두고 펩시만 가져가죠.


이에 코카콜라도 맞대응에 나서죠. 역시나 한 소년이 등장해 자신의 몸집보다 큰 냉장고를 엽니다. 펩시는 손에 닿는 곳에, 코카콜라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펩시 콜라 캔을 밟고 높이있는 코카콜라를 꺼내 갑니다. 앞서나온 펩시 광고를 패러디한 것입니다.


공식광고도 있지만 수많은 팬을 거느린 브랜드인 만큼 팬이 직접 만든 비교광고도 많습니다. 펩시가 내놓은 핼러윈 인쇄광고. 'We wish you a scary Halloween(무서운 핼러윈 보내세요)'이라는 문구아래 펩시콜라 캔이 코카콜라 망토를 두르고 있습니다. 펩시가 코카콜라로 변신해 펩시가 없어지는 상황을 무섭다고 표현한 것입니다. 한 코카콜라 팬은 문구만 ‘Everybody wants to be a hero(모두 영웅이 되고 싶어 한다)’로 바꿨습니다. 펩시가 영웅이 되고 싶어 코카콜라 망토를 입었다는 뜻입니다.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버거 전쟁’


콜라전쟁만큼 역사가 깊은 전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맥도날드와 버거킹의 ‘burger wars(버거 전쟁)’입니다. 버거킹은 1954년, 맥도날드는 1955년에 각각 첫 가게를 열었습니다. 이후 쭉 라이벌 구도를 유지해왔습니다.


이후 1986년 버거킹이 맥도날드를 저격한 광고로 선전포고를 합니다. 한 소년이 간판 기둥을 툭 치자 맥도날드 간판이 버거킹 간판으로 바뀌는 광고입니다. 이것이 버거 전쟁의 중심 비교광고의 시작입니다. 버거킹은 계속해서 맥도날드 빅맥 상자에 들어가지 않는 버거킹 와퍼, 버거킹에 변장하고 온 맥도날드 마스코트 로널드 등 다양한 광고를 만듭니다.


이에 맥도날드도 맞불 광고를 내놓습니다. 한 소년이 산 맥도날드 세트를 다른 아이들이 뺏어갑니다. 소년은 다음날부터 맥도날드를 버거킹 봉투에 숨겨 먹습니다. 그러자 버거킹인 줄 안 아이들은 더이상 뺏어 먹지 않습니다. 2016년에는 프랑스에서 맥도날드가 버거킹의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저격했습니다. 표지판에 맥 드라이브는 5㎞, 버거킹은 258㎞라고 적혀있습니다. 맥 드라이브가 버거킹보다 많아 찾기 쉽다는 뜻입니다.

출처: Steven Smith 유튜브 캡처
버거킹과 맥도날드의 비교광고

활발한 미국의 비교광고, 한국은?


미국에선 콜라와 햄버거 외에도 자동차, 핸드폰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많은 비교광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72년 연방거래위원회(Federal Trade Commission·미국의 경제규제기관)가 비교광고를 허용했기 때문입니다. 비교광고를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비교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해 합리적인 구매 결정에 도움을 주고 브랜드 간 경쟁을 촉진해 제품 향상을 일으킨다는 이유에서죠.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요?


1993년 미스터피자는 자사 피자의 기름기를 줄였다는 광고를 합니다.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피자를 제맛이라고 드셨습니까? 그렇다면 피자, 헛먹었습니다’는 문구로 피자헛과 비교했죠. 1999년에는 대우자동차가 현대자동차를 겨냥한 광고를 만들었습니다. 당시 대우와 현대는 ‘연비전쟁’ 중이었습니다. 현대는 희박연소엔진(Lean Burn Engine)을 장착한 아반떼 린번이 한 번의 주유로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다고 광고 했습니다. 이에 대우자동차는 연비뿐 아니라 힘까지 잡은 파워노믹스 엔진(Powernomics)을 장착한 누비라II를 내세웠습니다. ‘서울-부산 구간을 누비라II로 힘차게 왕복할 것인가? 아, 반대로 힘없이 왕복할 것인가’라면서 아반떼 광고를 패러디했습니다.

이처럼 국내에도 사례가 있지만 미국만큼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통해 비교광고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 광고를 아예 금지하고 있진 않지만 제2장 3조(부당한 표시·광고 행위의 금지)를 통해 거짓이나 과장 표시·광고, 기만적인 표시·광고, 부당하게 비교하는 표시·광고, 비방적인 표시·광고를 금하고 있죠.


덴츠코리아 오경수 국장은 한국에 비교광고가 드문 이유로 규제뿐 아니라 좁은 광고시장, 정서 차이 등을 꼽았습니다. “미국은 광고 시장이 크고 브랜드도 세계에 진출해있어요. 각 나라 또는 지역마다 광고 경쟁 강도가 달라 브랜드 이미지도 다릅니다. 그러나 땅이 좁은 국내는 광고 하나로 이미지가 굳어버려 경쟁을 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국내 브랜드 시장 자체에서 경쟁이 심하지 않아요. 경쟁사를 깎아 내리는 것보다는 내가 열심히 해서 잘되자는 정서 때문이죠. 국내도 브랜드 및 광고 시장이 커지면 지금보다 다양한 광고가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잡스엔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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