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주인 충격에 빠뜨린 '노동청 신고' 알바생의 카톡

조회수 2020. 9. 24. 14: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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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생이 또.." 어느 편의점주의 눈물
알바는 무조건 '을'인가요?
알바생 때문에 우는 자영업자들
점주 보호하는 법은 거의 없어

“잠수는 기본이예요.”


서울 용산구 한 편의점주 문 모(32)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2년 6개월간 연락도 없이 ‘잠수 타는’ 알바생을 수없이 겪었다. 그만둔다는 말이라도 미리 해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동안 만난 알바생은 42명. 거의 한달에 1~2명꼴이다. 문씨는 “알바가 무조건 ‘을’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출처: jobsN
편의점주 문씨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수술비 필요하대서 가불해줬더니···


“작년에 5일 일한 평일 야간 알바생이 가불을 요청한 적이 있었어요. 어머님 수술비에 보탤 돈이 급히 필요하다면서요. 급여일 2주전이었지만 사정이 딱해 그날 바로 5일간 급여(37만6500원)를 줬습니다. 그런데 3일 후 연락도 없이 안나왔어요. 양주 2병까지 몰래 가져갔습니다. 믿었는데...”


상처가 아물기도 전 새로 들어온 알바생조차 상실감을 줬다. “알바 면접을 와선 저희 편의점 본사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하더라구요. 다음엔 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주말 주간 타임으로 채용했습니다. 편의점 경험이 있으면 본사 공채 지원시 서류 전형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3주 일하고 다른 곳에 취업을 했다면서 갑자기 그만둔다더군요. 아쉽지만, 힘들게 취업했을테니 이해했어요. 씁쓸한 건 주말 알바이니 1주만 더 해달라 부탁했지만 단칼에 잘라 거절하던 모습이예요.”


무엇보다 충격은 노동청에 신고당한 일이다. “2016년에 1년 한 달 일한 사람이었는데 독일 유학 간다고 앞으로 일주일만 나온단 겁니다. ‘유학을 무슨 일주일전에 결정하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했습니다.


근로계약서에 ‘3개월 미만 근무자는 수습급여(일급의 90%)로 지급한다’고 했었어요. 표준 근로계약서이며 계약 당시 이 내용을 설명했고 알바생도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일을 그만둔 이후, 100% 급여를 안줬다고 노동청에 저를 ‘임금체불’로 신고했습니다. 급여를 제때 지급한 기록과 근로계약서를 제출했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처벌은 안 받았습니다.


나중에 “나 같은 ‘을’ 만난 걸 감사하게 생각하세요”라는 카톡이 왔습니다. 독일 유학 간다더니, 프로필엔 알바 그만둔 때부터 며칠 동안 일본 여행갔던 기록이 올라와 있었죠. 기가 막혔습니다.”

출처: jobsN
'독일 간다던' 알바생이 문씨에게 보낸 카톡 메세지

말없이 또는 갑자기 그만두는 경우 뿐만이 아니다. 근무태만을 관리하기도 쉽지 않다. 사람이 뜸한 야간엔 더 심하다. 카운터에서 기타를 치고, 문을 잠그고 아예 엎드려 자는 사람, 여자친구를 데려와 낯뜨거운 행동을 한 사람도 있었다. 단골 손님들이 귀띔해주거나, CCTV로 알아도 해고하긴 어렵다.


알바생 1명 구하는데 보통 3주가 걸린다. 사람 구하기 전엔 점주가 자리를 지켜야 한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계획을 세우기 힘들다고 한다. 일과 사생활을 나누기 어렵고 쉴 때 충분히 쉴 수가 없다.


“영화 보다가 다음 근무자가 안온다는 전화를 받았어요. 성남에서 서울로 급히 갔죠. 자다가 새벽 4시에 달려나온 적도 있어요. 잘때도 항상 핸드폰을 켜둬야 합니다. 야간 근무자가 갑자기 그만뒀을 땐 한 달간 금요일 오전9시에 출근해 토요일 오전9시에 퇴근했습니다.”


업주 보호하는 법 필요해··· 서로 신뢰 지켰으면


사정이 이런데도 업주를 보호하는 법은 거의 없다. 문씨가 할 수 있는 최선은 혹시나 당할지 모를 부당한 일들에 대비해 근로계약서, 알바생들과 주고받은 메세지 등 증거를 챙겨두는 것이다. 최근 최저임금이 올라 문씨는 스스로 가게를 보는 시간을 더 늘렸다. 주3일은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 종일 가게를 지킨다. 근무일이 아닌 날도 하루에 한번씩 꼭 들른다.


“인건비 부담이 더 커졌어요. 그래도 돈은 법대로 줘야죠. 급여에 관해 편법을 쓰고 싶진 않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자영업자 사정도 배려해줬음 좋겠어요. 알바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건 맞지만, 자영업자도 근로자입니다.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루 전이나 당일에 그만두는 사람의 급여를 30% 정도 깎는 식으로요. 사전통보 없이 그만두는 건 급여 포기 의사로 간주하는 거죠.


알바 구인구직 사이트를 보면 알바생들이 사업장 평가하는 건 있는데, 업주들이 알바생을 평가하는 건 없어요. 임금체불사업주 명단을 공개하듯, 알바생들에게 당한 업주들도 피해사례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출처: jobsN
문씨가 편의점에서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문씨는 함께 일하는 알바생들에게 잘 대해주려 노력했다고 한다. 생일이면 케이크를 선물하고, 1년 이상 성실하게 일한 알바생들에겐 특별 상여금도 줬다. 그가 알바생에게 가장 바라는 건 ‘책임감’이다.


“성실하게 일했던 알바생 덕분에 본사 모니터링 평가에서 만점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참 고마웠어요. 그 알바생이 1년 7개월 일하고 그만두기 전에 상여금을 줬습니다. 진심으로 대했는데 정반대의 상황을 만나면 정말 힘이 빠져요. 사장과 알바생, 서로 지킬 건 지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야 합니다.”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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