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현대차가 양재동 사옥 두고 한화 사무실을 빌린 이유

조회수 2020. 9. 24. 14:18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현대차가 다른 기업 공유 오피스에 둥지 튼 까닭은
한화 드림플러스, 대기업과 잇단 협업
작은 꿈도 중요...개인 창업까지 지원

현대자동차그룹의 개방형 혁신 센터(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제로원(ZER01NE)'은 현대차 사옥이 있는 양재동에 없다. 한화생명을 주축으로 한화그룹이 만든 드림플러스 강남에 1개 층에 빌려 현대차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 스타트업을 육성 중이다.


드림플러스는 한화그룹이 2014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로 시작한 사업이다. 2015년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드림플러스 센터를 개소했다. 2016년에는 63빌딩 1개 층에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전담 ‘드림플러스 63’을 열었다. 올해 4월 서초구 강남대로에 있는 한화생명 서초사옥에 총 15개 층 2500석 규모의 초대형 공유 오피스 드림플러스 강남을 설립했다. 현재 드림플러스 강남에는 스타트업 100여 곳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핀테크, F&B(food and beverage∙음식과 음료), 콘텐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포진해 있다.

출처: 드림플러스 강남 제공
홍경표 드림플러스 강남 센터장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 않아요. 금융과 함께 스타트업과 호흡을 맞추는 것은 잘 할 수 있어요. 다수의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면서 노하우를 쌓았습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자원과 의지가 있는 다른 대기업에게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이에요. 그래야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가 훨씬 클 수 있거든요.”


홍경표 드림플러스 강남 센터장은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는 많은 구성 요소 중 한 축인 대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홍 센터장은 이랜드를 거쳐 2006년 온라인 결제와 모바일 광고 플랫폼 기업을 창업해 운영한 창업가 출신이다. 2013년 한화에 합류해 드림플러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현재 드림플러스 강남의 기획과 운영 총괄을 맡고 있다.

jobsN은 홍 센터장을 만나 현대차, GS칼텍스 등 대기업 입주로 변화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습을 들었다.


대기업이 다른 회사가 하는 곳에서 활동한다고?


국내 대기업집단은 남이 하면 따라한다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남이 자동차를 만들어 돈을 벌면 자동차를, 전자제품 사업 업황이 좋으면 나도 전자제품을 만드는 식이다. 지금도 그런 경향이 남아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면 스타트업을 육성하거나 인수할 생각보다는 베낄 생각을 하는 것이다. 다른 기업과 협력보다는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드림플러스 강남에선 과거와 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 제로원뿐 아니라 GS칼텍스, 교원 등 다른 대기업이 스타트업 육성사업을 하고 있다.

출처: 드림플러스 제공
드림플러스 강남의 다양한 공간들

이들 대기업들은 2014년부터 스타트업과 연을 맺어온 한화의 노하우를 높게 샀다. 스타트업에 신뢰를 쌓지 못한 대기업이 불쑥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드림플러스와 협업하는 것이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하는 데 유리하다는 이유도 있다.


한화도 금융계열사에서 확보한 핀테크와 라이프스타일 노하우는 있지만, 다른 분야에는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스타트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다른 대기업 파트너를 찾았다. 예를 들어 교육사업은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원과 함께 한다. 뷰티 분야는 잇츠스킨과 101글로벌에게 맡겼다.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액셀러레이터인 신패스DHN과 헬스케어 육성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전문영역인 만큼 서울 아산병원 김준환 교수, 고려대의료원 이상헌 단장, 뉴플라이드 등의 전문가 멘토풀도 갖췄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없다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스타트업이 필요한 대기업에게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하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우리가 없는 것을 같이 나누자고 했지요. 그랬더니 함께 하자는 곳이 생기더라고요.”


대기업의 꿈만이 아닌 개인의 꿈도 소중해


드림플러스 강남이 육성하는 사업에는 대기업이 주도하기 힘든 사업도 많다. 식당 창업을 원하는 개인이나 창작자(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개인들의 꿈도 품고 싶었다. 이를 위해 장진우 셰프에게 F&B 분야 교육을 맡겼다.


장진우 셰프는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서울 경리단길에 지인들을 위한 식당을 내면서 음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식당이 입소문을 타면서 사람들이 많아지더니 운영하는 식당이 20여 곳으로 늘었다. 장셰프는 식당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그의 성공 스토리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 성공을 위해 필요한 노력을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장진우 셰프와 윤지민 대표

창작자(크리에이터)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드림플러스 트레블 크리에이터'도 운영하고 있다. 8월17일까지 7주간 야놀자, 어반플레이 여행 스타트업과 윤지민 리얼관광연구소 대표, 안시내 여행작가, 이지민 대동여주도 대표 등 다양한 크리에이터들과 함께 한다. 트레블 크리에이터는 4박5일간 국내 여행을 다녀온 후 직접 카드뉴스, 가이드북, 트래블키트 등 여행을 주제로 한 디지털콘텐츠를 직접 제작한다.


“작은 꿈을 키우기 위해서는 더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 것 같아요. 스타트업은 나름 준비를 하고 도전하는 데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분 중에는 요식업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 분들이 마음껏 자신의 꿈에 도전하는 길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대기업이 꾸는 큰 꿈만큼이나 개인들이 희망하는 작은 꿈들도 응원하기 때문입니다.”


임대사업 위한 공유 오피스 아냐


공유 오피스를 표방하고 있지만 드림플러스는 출발지가 다르다. 임대사업이 주 사업목적인 공유 오피스와 달리 설립 목표가 오픈 이노베이션 허브 구축이기 때문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필요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찾고, 기업 내부 자원을 외부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많은 대기업이 내부 연구개발(R&D)를 통해 폐쇄형 혁신을 추구했지만, 이제는 기업 바깥 생태계와 협력해 혁신을 찾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공유 오피스는 보통 스타트업과 스타트업이 만나 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여기에 일부 벤쳐캐피털이 입주해 있는 정도다. 반면 드림플러스 강남에는 대기업∙정부기관∙교육기관∙액셀러레이터(보육기관) ∙벤처투자사가 모두 모여 있다.


2010년 미국 뉴욕에서 문을 연 위워크가 대표적인 공유 오피스다. 위워크는 감각적인 실내 공간과 대기업 사무실 못지 않은 시설로 스타트업에 큰 인기를 끌었다. 현재 세계 22개국 75개 도시에 공유 오피스를 열었다. 우리나라에도 르호봇, 패스트파이브, 아산나눔재단의 마루180,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D캠프 등 다양한 형태의 공유 오피스가 있다.

“최대한 다양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한자리에 모아 접점을 만들었습니다. 서로 충스파크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이화여대 등 많은 대학과 연계해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정부기관도 이름을 공개하길 원하지 않았지만 이곳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단순히 이들을 모았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 아닙니다. 모두에게 자신의 꿈을 더하는 공간이었으면 합니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잡스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