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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는 복비 공짜..부동산 시장 판을 뒤흔든 서울대생

조회수 2020. 9. 24. 14: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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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전월세 '복비'로 부동산 시장 뒤흔든 서울대생
리뷰 달린 확실한 매물
집주인에게만 중개 수수료 받아
대학가 중심 급성장

독특한 전월세 중개 서비스가 등장했다. 집주인에게선 수수료를 받지만, 세입자로부터는 받지 않는다. 이상한 집만 소개하는 게 아닐까. 오산이다. 이전 세입자가 확인하는, 어떤 사이트보다 정확한 물건이 올라온다. 주요 고객은 원룸이나 투룸을 구하는 대학생과 사회초년생들.


전월세 O2O(online to offline) 업체 ‘집토스’의 이재윤 대표(27)를 만났다. 아직 대학생이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11학번. 졸업하려면 한 학기 남았다. “성공할 때까지 무기한 휴학 중입니다. 학교를 졸업해야 할 필요를 못느끼고 있어요. 학업보다 사업 성공이 우선입니다.”


집토스는 ‘좋은 집을 토스(toss)한다’는 뜻이다. 대학 3학년이던 2015년 ‘창업론 실습’ 수업이 시작이었다. “실습으로 유휴 공간을 대학생들의 엠티장소로 임대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예상보다 반응이 뜨겁더라구요. 부동산 중개에서 가능성을 봤습니다.” 

출처: 픽사베이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앞을 지나는 행인

아는 것을 팔아라


2015년 7월 사업을 시작했다. 공동 창업자 3명이 200만원 씩 내 모은 600만원이 출발점이었다. 그 중 400만원을 들여 5평짜리 오피스텔을 얻었다.


-개인적인 창업의 계기가 있나요.

“답답했어요. 대학 입학하자 마자 자취를 했는데 기존 중개사 통하면 수수료가 비싸고, 적거래 하겠다고 인터넷 뒤지면 허위나 광고성 정보가 많았어요. 멀끔한 사진을 보고 찾아갔다가 실망하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녔죠. 이런 경험을 저 말고도 공동 창업자 3명이 모두 갖고 있었어요. 창업론 수업을 들은 걸계기로, 좋은 집을 공짜로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 끝에 창업했습니다. 잘 알고 경험해 본 것을 서비스하는 것이니 자신감이 있었어요.”


-사업 모델이 금세 잡히던가요.

“아뇨. 난관이 많았어요. 처음 오프라인 중개를 해봤고, 온라인 직거래 시스템도 만들어 봤어요. 기존 중개업소와 제휴도 생각해 봤죠. 참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기존에 있는 방식이었어요. 차별점을 내기 쉽지 않았죠. 그러다 비싼 오프라인 중개 모델과, 사기 피해 가능성이 있는 직거래 사이에 새로운 영역을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출처: 디캠프
이재윤 집토스 대표

곧바로 모델화에 착수해 만든 게 지금의 ‘집토스’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이다. 허위매물 ‘제로’를 추구한다. 직접 발로 뛰어 확보한 매물만 서비스에 올린다. 매물 사진은 보정하지 않고 그대로 올린다. 그 어느 곳보다 진실된 매물이 올라온다고 자부한다. 계약이 체결된 매물은 바로 내려, 오래된 급매물에 소비자가 현혹되지 않도록 한다.


물건 별로 후기를 제공한다. 시설부터 집주인 성격까지 세세한 내용이 올라온다. 서울대입구를 선택하면 인근 지도가 나타나고, 지도 속 건물을 클릭하면 매물 정보와 후기를 확인할 수 있다. “옆집 이야기 다 들린다” “평생 볼 바퀴벌레 이 집에서 다 봤다” “겨울에도 냉수 마찰하고 싶다면 이 집 추천” 같은 생생한 경험담들이다. 고객이 아니어도 후기를 남길 수 있고, 볼 수 있다. 이 대표는 “주택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시키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며 “집주인들이 관리에 신경쓰면서 ‘을’일 수 밖에 없는 전월세 세입자들의 권익이 올라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에서 확인한 매물 정보의 계약은 오프라인에서 마무리한다. 집토스가 서울 강남 등에 운영하는 직영점에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만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직영점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직원이 상주한다. 이렇게 서비스가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에서 끝나니 O2O 서비스다.


-다른 사업 모델과 차별점을 한 마디로 정리해 주세요.

“기존 온라인 업체는 크게 두 가지 형태에요. 중개업소에게서 광고비를 받아 매물을 올려주는 사이트와, 직거래를 주선하는 사이트죠. 모두 정보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좋은 집 구하려면 발품 파는 수밖에 없어요. 반면 집토스는 온라인에 올린 매물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중개합니다. 온라인에서 쇼핑하듯 집을 고른 후 오프라인에서 서비스 받는 겁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지니 신뢰도가 높을 수 밖에 없죠. 한 마디로 투명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좋은 집 구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인 겁니다.”

출처: 집토스 제공
집토스 홈페이지 화면

기존 시장의 틀을 깨라


이렇게 간편하게 집을 구하는데,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집토스가 집주인에게서만 수수료를 받기 때문이다. 제공받는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과하다는 세입자들의 불만을 정확하게 겨냥했다. 사용자가 몰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집주인도 불만이 없다. 공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입장에서 쉽게 세입자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쪽에서만 수수료 받으면 손해 아닌가요.

“기존 사업자들 영업방식 대로 하면 손해 날 수 있습니다. 부동산 중개업소들 보면 포털 같은 곳에 내는 광고비가 어마어마합니다. 이를 벌충하면서 수익 내려면 세입자들로부터도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자체 사이트와 앱에 매물을 올립니다. 비용 구조가 훨씬 유리한 거죠. 집주인에게서만 수수료 받아도 수익 내는 게 가능합니다. 이미 해외에서 검증받은 모델입니다. 중국과 일본에 성공한 업체가 있고, 미국에는 상장한 업체도 있어요.”


-주된 공략지역이 어디인가요.

“아무래도 원룸 밀집 지역인 대학가죠. 1~2인 가구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서비스지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각 직영점 모두 집토스 직원이 나가서 직접 운영합니다.”

출처: 픽사베이
서울 시내 부동산이 밀집한 한 상가 모습

집토스의 현재 한 달 중개 건수는 100~150건 수준이다. 전 분기 대비 150% 정도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확보한 원룸 건물 DB는 4만건을 넘었다. 잠재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한다. 2016년 부터 ‘서울대학교 자취 가이드북’을 펴내고 있다. 월세와 전세의 차이, 확정일자 같은 집을 구할 때 알아야 하는 기본 정보부터 매물 정보까지 대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망라해 넣었다. 전망이 밝으니 사람이 모인다. 직원이 되고 싶다는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20명을 넘었다. 고객이었다가 직원이 된 경우도 있다. 투자 유치 및 제휴도 탄탄대로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등에서 투자를 받았고 하나은행, SK텔레콤 등 대기업과 제휴를 맺고 있다.


-무난하게 성장해 온 것 같아요.

“아닙니다. ‘존버’(끝까지 버틴다)로 지금까지 왔어요. 공동 창업자가 3명으로 시작해 5명까지 늘었다가, 결국 2명으로 줄었어요. 취업하겠다, 교환학생 가겠다 하면서 회사를 떠났죠. 세상 물정 모르는 대학생이 창업했으니 얼마나 미숙한 게 많았겠어요. 성장통이 컸습니다. 접을까 고민하다 ‘아냐. 두 달만 더 해보자’ ‘조금만 더 해보자’ 생각으로 버텼어요. 이 아이템으로 저 말고 다른 능력있는 경력자가 창업했으면 더 빨리 성장했을 거에요. 직장 다니면서 경험을 쌓은 후 창업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들어요.”


-누군가 사업 모델을 베낄 수 있다는 두려움은 없나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는 상상 이상으로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많은 직원이 직접 발로 뛰어야 매물 DB를 겨우 만들 수 있죠. 하루 아침에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좋은 집 구하는 세입자나, 빨리 세입자 찾으려는 집주인 모두,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사이트를 찾아야 합니다. 후발 사업자가 선두업체를 공략하기 쉽지 않은거죠. 느리게 보여도 확실한 선두 업체가 될 수 있도록, 하루 하루 진입 장벽을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조금만 있으면 누구도 우리를 따라 오지 못할 겁니다.”


-기존 공인중개사와의 갈등 문제는 없나요.

“왜 없겠어요. 강남 지점을 찾아와 떼로 항의한 일이 있었어요. 정도를 따라가면 돌파구가 나올 것이라 믿어요. 우리 갈 길만 묵묵히 갈겁니다. 옳은 길로 가다 보면 모두가 인정할 날이 올 겁니다.”

출처: 집토스 제공
집토스 직영점 모습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말라


이 대표는 현재 5곳인 직영점을 내년 13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권역 별로 서울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후 지방 진출을 시작하고, 장기적으로 아파트 전월세 시장과 원룸 건물 매매 및 관리 시장에도 뛰어들 계획이다.


-앞으로 포부는요.

“기성 세대가 저희를 부르는 표현 중 하나가 ‘주거 난민’이에요. 고통을 줄이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사업적으론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부동산 기업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1차로 원룸 건물이 주요 타깃이에요. 원룸 건물은 매매정보 DB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아요. 기존 업체가 건물주들과 제대로 네트워크를 맺지 못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가 지속적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쌓아 두면 자연스레 매매정보도 모일 겁니다. 확장성이 매우 큰 사업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창업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위험한 지 몰라서 창업했던 것 같아요. 힘들고 어려운줄 알았으면 창업 안했을 거에요. 사실 위험한 줄 알면 창업 못해요. 너무 위험만 보지 마세요. 생각이 너무 많아도 안될 것 같아요. 후배들에게도 얘기해요. 생각이 너무 많은 성격이면 창업하지 말라구요. 부담을 내려놓으세요. ‘여름 동안만 해보자’ 식으로 단기적인 포부만 잡으세요. ‘세상을 바꾸자’ 같은 큰 포부 필요 없어요. 실행력이요? ‘작게라도 해보자’ 하면 나와요. 끝으로 조금이라도 자기 돈을 내세요. 그래야 중도에 포기하지 않아요.” 

글 jobsN 박유연·은행권청년창업재단 D.CAMP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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