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망했을 겁니다"..'청년 백종원' 살린 '신의 한 수'

조회수 2020. 9. 24. 14: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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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없었다면 100% 망했을 것", 초보 요리사가 제주도에서 안도한 까닭
식당 창업 꿈꾸는 박경민, 이민세씨
LH와 제주올레의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참여
메뉴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것 배워

2018년 7월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1층. 200㎡(약 60평) 크기 카페 한쪽 주방에서 두 남자가 바삐 음식을 준비한다. 머리에 검은 수건을 두른 한 남성은 접시에 제주산 돼지고기로 만든 바삭한 돈가스를 조심스럽게 올린다. 파란색 멜빵 바지를 입은 다른 남성은 넓적한 나무 도마에 제주산 베이컨을 넣은 햄버거를 내려놓는다.


이곳은 이제껏 식당을 운영해 본 적 없는 초보 요리사가 7~8월 두 달간 음식을 만들어 팔고, 서비스하는 팝업 레스토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사단법인 제주올레, 사회적기업인 오요리아시아가 함께 지원하는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다. 7월은 박경민(36)씨와 이민세(28)씨가 주방을 맡았다.


박씨와 이씨는 온종일 돈가스와 냉모밀, 햄버거와 파스타를 만들며 식당 운영 실전 감각을 익혔다. “내가 이제껏 준비했던 것들이 모두 수박 겉핥기더라고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했다면 개업하려던 식당은 100% 망했을 거예요.”

출처: jobsN
이민세, 박경민씨(왼쪽부터).

식당 창업의 A부터 Z까지 가르쳐


박씨와 이씨가 참여한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는 LH가 후원하는 청년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한 달간 창업에 필요한 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한다. 두 달간 실전 연습을 위한 식당 공간도 제공한다.


올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엔 부산, 전남 광주, 경북 영주 등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렸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참가자는 5팀, 7명. 박씨와 이씨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식당 창업의 A부터 Z까지 다시 배웠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는 8월 15일까지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2기 참가자도 모집한다. 제주 식재료에 관심이 많고 식당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만19~39세 우대)이라면 누구나 제주올레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 가능하다.


토지 공급, 임대주택 사업 등을 하는 LH는 왜 청년 셰프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할까. 이연화 LH 미래혁신실 일자리추진단 차장은 “LH는 주 사업 외에도 소셜 벤처나 청년 건설 기능인 양성과 같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했다. LH는 또 박씨와 이씨같은 청년 창업자와 경력 단절 여성, 사회적 기업에 전국에 들어서는 LH 공공임대상가인 ‘희망상가’를 시세의 50%로 임대한다. 심사는 거쳐야 한다. LH는 올해 경기 하남, 오산세교2, 제주 제주혁신지구 등에서 총 187개의 희망상가를 공급할 예정이다. 

출처: jobsN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 팝업 레스토랑이 있는 제주올레 여행자센터(왼쪽)와 식당 내부 모습(오른쪽).

대기업 때려치우고 식당 창업하러 제주도로


박경민씨는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 중 최연장자다. 그는 지방대를 나와 광고대행사를 거쳐 국내 포털사이트 회사에 2010년 입사했다. 광고기획 분야를 담당했다. 일은 쉽지 않았다. 매일 야근했고, 승진하지 못하면 오래 버틸 수도 없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삶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시절 어학연수를 한 런던 일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요리를 배웠다. “언젠간 한적한 곳에서 나만의 식당을 꾸려보리라.”

회사 생활이 고되자 옛 다짐이 떠올랐다. 그리곤 사표를 던졌다. “요리엔 자신있었어요. 식당을 본격적으로 차리기 전 경험 삼아 이탈리안 레스토랑, 일본식 우동집, 프렌치 퓨전 식당 등에서 5년간 일했습니다.”


그는 작년 7월 제주도로 이주했다. 임대료가 비싼 서울 대신 여유 있는 제주도에서 1인 식당을 차리고 싶어서다. “1년 동안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온 매물은 다 찾아다녔어요. 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었죠. 고민하던 차에 ‘내 식당 창업 프로젝트’를 알았습니다.”

출처: jobsN
이민세(왼쪽)씨와 박경민씨가 요리하고 있다.

이민세씨도 사연이 길다. 그의 애초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부산 동의대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다. 직접 시나리오를 썼고, 후배의 단편영화에서 촬영감독을 맡아 부천국제영화제 본선에 나가기도 했다. 요리도 좋아해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에서 일하며 요리를 배웠다.


집안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이씨는 영화 대신 요리를 택했다. “영화는 막내부터 시작해 차츰 단계별로 올라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일단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며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아 푸드트럭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는 1500만원을 들여 푸드트럭을 샀다. 메뉴는 훈연한 베이컨으로 만든 햄버거로 정했다. “별다른 기술 없이 불 앞에서 몇 시간이고 정성을 들이면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바비큐가 좋습니다. 푸드트럭 장사를 막 시작하려는 찰나 창업 프로젝트를 알게 돼 주저 없이 지원했습니다.”

출처: jobsN
박경민씨가 만든 '올레 일식 돈가스(왼쪽)와 이민세씨가 만든 '훈제 육지버거'.

“내 식당에 대한 구체적 그림 그릴 수 있게 돼”


이들은 “혼자 식당 창업을 준비할 때는 막막했는데, 이곳에서 다시 창업의 기본부터 배웠다”고 했다. 지난 6월부터 메뉴 개발, 사업계획서 작성법, 마케팅 방법, 크라우드펀딩 방법을 배웠다. 직접 제주도 식자재 탐방을 갔고, 제주도 유명 식당 2곳을 찾아 성공 비결도 들었다. 로칸다 몽로, 광화문국밥 등 유명 식당을 운영하는 스타 셰프 박찬일씨가 멘토로 참여해 지원자들의 메뉴 하나하나를 뜯어보고 조언했다.


박씨는 “그동안 어렴풋이 세워놨던 계획들을 이번 기회에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고 했고, 이씨는 “음식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시장조사와 타깃조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웠다”고 했다.


이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오요리아시아의 오정희 총괄본부장은 “지원자 대부분이 처음엔 ‘나는 요리를 잘하니까 식당 창업은 쉽게 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오산”이라고 했다. “수업을 통해 내가 왜 식당을 운영하려고 하는지, 식당 콘셉트는 무엇인지, 고객에게 상업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요리는 무엇인지 등을 고민해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씨와 이씨는 올해 안에 자신의 식당과 푸드트럭을 열 계획이다. “크고 유명한 식당보다는 사람들이 와서 기분 좋게 맛있게 먹는 나만의 콘셉트가 들어간 식당을 만들 생각입니다. 정직한 음식을 끈기있게 하는 셰프가 되고 싶어요.”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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