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뚫었습니다..축구에 '미친' 한국 청년이 '벌인 일'은?

조회수 2020. 9. 24. 13: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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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과 직거래 뚫었어요" 덕업일치 이룬 축구덕후
축구에 미쳐 가능했던 일
온라인 쇼핑몰 ‘축덕’ 대표 김재우씨
영국 명문구단과 직거래
“덕질이 직업으로… 후회없어요”

김재우(29)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축덕’(축구 덕후∙축구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군대에 있을 때는 축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간부들 몰래 당직실TV 채널까지 조정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축구가 이제 그의 직업이다.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고 나왔다. 그길로 영국의 한 유명 구단 굿즈숍 문을 두드렸다. 굿즈는 스타나 유명인 등을 소재로 한 파생상품을 말한다.


그는 지금 유럽 구단들의 굿즈를 정식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축덕' 대표다. 구단과 계약을 맺어 직접 물품을 받기 때문에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유니크한 제품들이 많다. 바르셀로나·첼시·유벤투스까지, 더 많은 세계 유명 구단과 거래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프랑스와 벨기에의 월드컵 4강전이 끝난 11일,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김재우씨를 만났다. 

출처: jobsN
김재우씨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창업 도전


-원래는 직장인이었다고.

“논현역에 있는 애니메이션 회사에 다녔다. 기획팀 소속으로 일하면서 다른 회사나 관공서에 보낼 애니메이션 제안서 작성하는 일을 했다. 일주일에 3일은 야근을 했지만 수당은 따로 없었다. 월급은 2년전 당시 130만원 초반이었다. 무엇보다 전혀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 힘들었다.”


-축구 관련 사업 할 생각은 언제부터?

“덕질을 하다가 ‘불편함’을 느꼈다. 구단에서 정식으로 파는 굿즈를 사고 싶은데 판매처가 없어 외국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해야 했다. 그런 불편을 겪으면서 ‘그냥 내가 팔아보자’고 생각했다.”


구단 굿즈숍 다니며 직접 사업제안서 돌려


-퇴사 다음날 영국으로 날아갔다고.

“퇴사하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영국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출국 날짜 한달 전부터 퇴근하고 밤 새워가며 영국에 있는 구단에 돌릴 사업제안서를 만들었다. 퇴사 당일에는 아예 캐리어를 끌고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바로 공항으로 갔다.”


-리버풀과 굿즈 계약은 어떻게 한건가.

“영국에 도착해 리버풀 굿즈숍에 찾아가서 무작정 사업계획서를 내밀었다. 직원이 책임자 연락처를 알려줬고 그쪽에 컨택했더니 다음날 ‘OK’라는 연락이 왔다. 앞으로 자기네 굿즈를 정식으로 유통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출처: '축덕' 제공
(왼쪽부터) 도르트문트 구단 굿즈 '오프너', 리버풀 구단 굿즈 '응원가 노래 모은 책'

-엄청 기뻤을 것 같다.

“당연하다. 그날 비가 엄청 왔는데 신나서 막 소리지르고 그랬다. 패기있게 떠났지만 사실 두려움도 컸다.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영국에 갔는데 거기서 한 구단과도 계약을 못했으면 절망했을 거다. 근데 처음으로 도전한 곳과 계약을 맺었다. 그것도 리버풀과. 꿈 같았다. 그 계약에서 얻은 용기로 다른 구단들에 계속 도전할 수 있었다. 한국 돌아와서 바로 독일 도르트문트 구단 굿즈숍과도 유통 계약을 했다.”


리버풀FC는 축구 종가인 영국에서도 오랜 역사를 지닌 명문클럽으로 이안 러쉬, 스티븐 제라드 등의 유명 선수가 속했던 바 있다.


아직 힘들지만… ‘덕업일치’에 만족해


-매출이 아직 적다. 힘들지는 않나.

“힘들다. 부모님은 아직까지 인정을 안해주신다. 오일 일하고 이틀 쉬는 직장인의 삶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신다. 수입이 적어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고 있다. 월 판매 수입은 200만원 초반이다. 그래도 사업 시작한지 1년 정도 됐고 그간 많은 성장이 있었다. 초창기에는 한달에 30만원 팔기도 힘들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만족하는지?

“만족한다. 회사 다닐 때는 ‘내가 직장 다니려고 태어난게 아닌데’라는 생각을 자주 했다. 하루종일 회사에 매여있으니까 나는 그냥 직장에 다니려고 태어난건가 싶어서 힘들었다. 그래서 ‘덕업일치’를 이룬 지금이 좋다. 리버풀에서 자기네 굿즈를 넣어 보낸 택배 상자를 뜯을 때 항상 설렌다. 그때 만큼은 사업자가 아닌 덕후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거다. 또 그걸 받아 볼 고객들을 생각 할 때도 벅차고.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사람한테 참 중요한 것 같다.”


-단골 고객도 생겼다고.

“감사하게도 그렇다. 구단에서 직접 물건을 받으니까 시중에 없는 유니크한 제품이 많아서 좋아해주시는 것 같다. 작년 7월에 사업을 시작했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한 두개 밖에 안 팔렸다. 그래서 굿즈를 싸들고 직접 플리마켓 돌아다니면서 팔기도 했다. 첫 손님이 꼬마아이였는데 물통을 사갔다. 어머니가 깎아달라고 해서 눈물을 머금고 할인해줬었다. 이제는 한 달에 300개도 판다. 찾아주시는 고객들 덕분이다.”

출처: 본인 제공
도르트문트 구단에서 김재우씨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

-앞으로 거래하고 싶은 구단은?

“마음은 다 하고 싶다. 요새는 호날두 새 구단 유벤투스와 제일 거래하고 싶다. 호날두가 곧 한국에 오기도 하고 해서. 틈틈이 다른 구단들에 메일로 제안서를 보내고 있다. 직접 전하기 위해 유럽에 다시 다녀올 계획도 있다.”


-덕업일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진짜 하고 싶으면 일단 벌려 놓고 버티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벌려 놓고 하나씩 단계를 넘어가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나도 아직 벌려 놓고 넘어가는 단계 그 어디쯤에 있다. 그래도 그 과정이 아직까지는 즐겁다. 내가 내내 덕질 하던 일이니까.”


글 jobsN 서은수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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