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카페 발칵 뒤집어 놓은 이 광고, 저희가 만들었어요

조회수 2020. 9. 24. 13: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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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격투기 카페 난리난 '레전드 짤', 저희가 만들었죠
이베이 큐레이션쇼핑 G9사업부
직구 내세워 급속도로 성장
젊은피 앞세워 파격적 마케팅

이베이코리아의 큐레이션 쇼핑서비스인 G9(지구) 사업부 콘텐츠팀에 근무하는 고민정(33)씨의 별명은 ‘레전드’다. 인기 인터넷 카페 ‘이종격투기’ 회원들 사이에서 ‘샴푸 광고 레전드’로 통하는 소녀시대 샴푸 광고를 만든 사람이다.  

출처: 인터넷 캡처
고민정씨가 만든 샴푸 광고와 이종격투기 게시판(작은 네모안).

2014년 한 유통업체가 걸그룹 소녀시대와 콜라보레이션한 샴푸를 판매하기로 했다. 판매 직전 멤버 제시카가 탈퇴했다. 이에 ‘소녀시대 샴푸라서 준비했는데 나가버리면 어떡하냐’는 문구를 담아 판매에 들어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 ‘레전드 짤’ ‘이럴수가’ 등의 반응과 함께 사진이 게시됐다. 지인들은 고씨에게 카카오톡으로 “미치겠다” “네가 사고 쳤구나” 등의 말과 함께 해당 사진을 캡처해 보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고씨가 만든 샴푸 광고는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이따금씩 회자된다.


고씨는 “경영진 중에서는 파격적인 사진을 우려하는 분도 있지만,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위해 최대한 도전정신을 갖고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고씨는 이베이코리아의 큐레이션 쇼핑 서비스인 ‘G9’ 사업부에 있다. 30명 규모의 작은 사업부로, 평균 연령 29세의 젊은팀이다. jobsN은 고씨를 비롯해, 서희선(42) G9사업부 이사, 신현호(40) G9글로벌팀장, 정우석(37) G9기획팀 매니저, 이인주(26) G9 글로벌팀매니저 등을 만나봤다.  

출처: 이베이코리아 제공
이베이코리아 G9 사업부 이인주 매니저, 신현호 팀장, 고민정 매니저, 정우석 매니저, 서희선 이사.

‘그냥 TF’로 출범…엑소 야광봉 판매 땐 사이트 마비 위기도

G9사업부는 2013년 출범했다. G마켓과 옥션 등 국내 양대 오픈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에서는 당시 주목을 받고 있던 쿠팡 등 소셜커머스에 대한 대항마가 필요했다. 그렇다고 똑같은 소셜커머스를 만든다고 될 일도 아니었다. 후발주자인데다, 본업인 G마켓이나 옥션의 수익을 갉아먹는 ‘자기잠식(Carnivalization)’ 우려도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뭐든 다르게 해보라”는 주문이었다. 이에 서 이사를 비롯한 9명이 팀을 꾸렸다. 이름도 없었다. ‘TF’ ‘그냥 TF’ 등으로 불렸다. TF가 초기에 생각한 콘셉트는 ‘다음 세대를 위한 쇼핑 플랫폼’이었다. 초기에는 ‘지름(돈을 쓴다는 뜻의 속어 ‘지르다’에서 유래)’이라는 이름을 지었지만, 나중에는 ‘지구상의 쇼핑’이라는 뜻의 ‘G9’로 변했다.


G9는 블로그 형태로 볼 수 있는 큐레이션 쇼핑몰이다. 매일 아침 9시에 9개의 제품을 블로그 형식으로 보면서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샴푸 광고’ 같은 톡톡 튀는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판매량은 급속도로 늘어났다. 현재는 매일 수억 가지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거래액은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연 수천억원대를 판매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G9는 해외직구에 강하다. 전체 매출의 40%가 직구상품에서 나온다.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품을 입점시켜, 국내 소비자들이 손쉽게 주문하게 한다. 건강식품이나 청소기는 꾸준한 인기 아이템이다. 요즘에는 패션명품이나 남성 스태미너 관련 상품도 인기다. 특히 명품의 경우 해외 직구 제품이라 국내에서 애프터서비스(AS)를 두고 소비자들의 걱정이 많았다. 이에 국내 최대 명품수선업체인 ‘명동사’와 AS 계약을 맺었다. 소비자가 수선 요청을 하면 돈은 G9가 내는 식이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2016년 출시한 ‘엑소 야광봉’ 판매 때였다. 한류스타 엑소(EXO)의 첫 콘서트를 앞두고 야광봉을 예약 판매했는데, 개당 4만원 짜리가 10억원 어치 팔렸다. 스마트폰 사용을 막은 학교를 다니는 일부 열성팬은 아예 학교를 결석하고 접속하기도 했다고.


이럴 때 흔히 쓰는 말이 ‘광클’(미친듯이 클릭)’이다. 미친듯이 클릭해서 원하는 물건을 산다는 뜻의 신조어다. 광클 성공의 팁을 묻자 신현호 팀장은 “시스템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사람의 반응 속도는 PC가 더 빠르다”면서 “인터넷 속도가 빠른 PC방에서 여러대로 접속해서 구매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이베이코리아 제공
이베이코리아 G9 사업부.

사진 ‘닦으며’ 하루 시작...술자리·야근 없어

젊은 직원들이 모여있는 큐레이션 쇼핑몰 사업부원들의 하루 일과는 어떨까. 질문을 하자 이인주 매니저는 “사진부터 ‘닦는다’”는 말을 꺼냈다. G9는 다른 쇼핑몰과 달리 상품 사진 속에 글씨(홍보문안)·반짝이(하이라이트 효과)·겹치기 진열 등이 없다. 하얀색 배경에 제품 1개 사진만 온전히 있는 이미지컷을 만들어야 해, 뒷 배경을 닦아내듯이 수정한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평상시에는 담당 사원 몇 명이서 맡고 있지만, 급하게 여러가지 물품을 판매할 때에는 팀장 이상 간부들도 모두 사진 닦기 바쁘다.


젊은이들이 많은 사업부라 영업 방식도 색다르다. 앱 설치를 권유하는 이벤트를 하기 위해 군부대를 찾아간 것이 대표적이다. 흔히 ‘곰신(고무신)’이라 칭하는 국군장병 애인들을 겨냥한 행사다. 군부대 면회실에서 면회객을 상대로 G9를 소개하고, 어떤 상품이 있는지 알렸다.


출근시간은 ‘당연히’ 유연하다. 오전 8~10시 중 원하는 시간에 나와 근무시간(8시간)을 채우고 집에 간다. 저녁 회식은 아예 없다. 분기마다 있는 회식은 주로 점심을 같이먹거나, 오후 4~6시에 진행한다. 스파게티나 수제버거를 먹고 오후에 볼링 한 게임 치고 각자 귀가하는 식이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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