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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1000만원 받던 의사, 돌연 자격정지 당한 이유

조회수 2020. 9. 24. 13: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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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의사' 울리는 이 위험한 병원의 정체는?
비의료인이 세운 불법 의료시설 '사무장 병원'
의사라 해도 병원 실체 파악이 어려워
멋모르고 얽히면 자격정지, 환수금 폭탄 위험

7월 11일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이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으로, 기존 법안에 비해 징역 기간과 벌금 액수가 꼭 2배 많습니다.


이 개정안이 저격하는 대상은 바로 ‘사무장 병원’입니다. 자격 없는 사람이 개설한 병원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현행법에선 의사,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의료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한 비영리법인만이 병원을 세울 수 있다고 제한합니다. 하지만 이런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가 의사의 면허나 명의를 빌려 병원을 세우는 때가 종종 있습니다. 의사면허 대여부터가 법 위반이기 때문에, 사무장 병원도 당연히 자동으로 불법이지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무장뿐 아니라 면허를 빌려준 의사 또한 처벌을 받습니다. 보통 면허 취소 조치를 당하는데요. 예를 들면 지난 7월 5일 보건복지부가 매달 45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2008년 7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면허를 대여한 의사 차모씨에게 면허 취소 통보를 했다고 밝힌 사례가 있습니다.


고용 의사의 슬픔


문제는 사무장 병원에서 일한 의사도 유탄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2월 19일엔 사무장 병원에서 1년 2개월간 근무한 강모씨에게 자격정지 3개월 행정처분이 내려졌고, 7월 5일에도 마찬가지로 사무장 병원에서 월 1000만원을 받고 일한 황모씨가 3개월 자격정지를 당했습니다.


물론 사무장 병원인 걸 알면서도 근무했다면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는 의도적인 범죄 공모이므로 처벌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병원의 실상을 모르고 발을 들이는 의사도 있습니다. 환자들이 사무장 병원을 판별해내긴 쉽지 않듯, 의사라 해도 취업하기 전까진 ‘외부인’인 입장에선 자신이 일하려는 병원이 사무장 병원인지를 파악하긴 어렵거든요. 이 때문에 멋모르고 사무장 병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 의사들도 있습니다.


특히 명의를 빌려준 의사는 의료활동을 하고 돈을 댄 물주는 행정을 전담하는 등, 표면적인 운영만큼은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병원이라면 입사를 하더라도 파악이 어렵습니다. 의사 면허증이 없는 사무장이라도 병원 행정 일은 얼마든지 맡을 수 있으니까요.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칫하면 생계 위협까지


사무장 병원에 명의를 대여한 의사는 면허 취소를 당하고, 단순 근무하던 의사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는 것이 보통입니다. 얼핏 보기엔 명의를 대여한 쪽이 피해가 더 커 보이는데요.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지난 5월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8일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3년~2017년 상반기 사무장 병원 현황’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이 자료에선 2015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적발된 사무장 병원이 총 206건으로 나오는데요. 이 중 명의를 빌려준 의사 나이가 50세 이상인 경우는 126건(61.2%)에 달했습니다. 즉, 사무장 병원에 명의대여를 해주는 의사는 은퇴를 준비 중이거나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이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 정도면 면허를 잃는다 해도 지내는 데 큰 어려움까진 겪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요.


하지만 병원에서 일하던 의사는 다릅니다. 자격정지로 소득이 끊기는 건 물론 벌금형까지 날아옵니다. 여기에 더해 그간 벌었던 돈을 환수하는 처분까지 당하면 당장 생계에 지장이 올 수 있습니다. 특히 사무장과 원장 등이 잠적해버리기까지 하면, 이들이 불법 수령한 요양급여(의료보험과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지급하는 보험급여 중 가장 기본적인 급여)까지 덤터기를 쓸 수 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빠른 탈출이 답


사무장 법원의 법망 회피 수법은 점차 교묘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 하는 일이 완벽하긴 어렵기 때문에, 어딘가에서는 티가 나기 마련입니다. 사무장이 원장 이상으로 권력이 강하다든가, 사무장 봉급이 원장보다 많다거나, 행정직원 중 유달리 사무장 친인척이 많이 보이는 등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상히 여길 만한 구석은 하나쯤은 있습니다. 사회 초년병인 의사는 납득 가지 않는 부분이 있어도 ‘내가 잘 몰라서 이상해 보이나 보다’ 정도로 넘어가기 쉬운데요. 그런 태도를 버리고 유심히 들여다봐야 큰 손해를 피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아직 우리나라에선 사무장 병원을 내부고발했을 때 혜택이 없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7년 3월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이 사무장 병원 고용 의사가 관련 사실을 자진신고하면 환수금을 감면해 주는 건강보험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류 판정을 받았습니다. 적어도 현시점에선, 본인이 몸담은 병원이 사무장 병원임을 알아채자마자 황급히 발을 빼는 것이 그나마 의미 있는 대응책일듯합니다.


글 jobsN 문현웅

사진 플러스이십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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