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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브랜드 커피 맛없다고요? 그걸 깨고 싶어 만들었어요

조회수 2020. 9. 24. 12: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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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bar)'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 어때요..커피문화 내리는 토종 커피
R&D⋅플래그십스토어 접목한 이디야커피랩
바리스타·고객 소통 '브루잉 바' 문화 정착
바리스타에게 중요한 것은 자격증 아닌 경험

“오늘은 어떤 것으로 하시겠어요?”

“산미와 초콜릿향이 적당히 어우러진 것이면 좋겠어요."


커피를 내리는 바리스타와 손님의 대화다. 강남구 논현동 이디야커피랩의 ‘브루잉 바(brewing bar)’에 앉으면 이런 광경을 흔히 본다. 커피를 '잘 아는' 이들만 찾는 것은 아니다. 원하는 취향을 말하면 바리스타들은 정성껏 커피를 만든다. 커피가 완성되는 동안 커피뿐 아니라 일상에 대한 대화도 나눈다.


이디야커피랩은 2년 전 이디야커피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신개념 공간. 커피를 파는 ‘커피숍’이면서 커피를 연구하는 ‘커피 R&D센터’다. 이곳을 찾는 고객은 하루 평균 2000명. 한 달 매출은 3억원 정도다.


신창호(35) 이디야커피랩 수석 바리스타는 “대중에게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는 별로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디야커피랩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참여했다. 

출처: 사진 이디야커피
신창호(35) 이디야커피랩 수석바리스타

칵테일만 마시나? 커피도 ‘바(bar)’에서 마신다


500평 규모 랩은 크게 커피를 즐기는 공간과 로스팅실·연구개발(R&D)실, 베이커리 공간 등으로 나뉜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내리는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 뒤편에는 스페셜티 커피만 다루는 ‘브루잉 바(brewing bar)’가 있다. 스페셜티는 세계 최대 비영리 커피 기관인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가 정한 기준에 따라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 받은 커피를 말한다. 브루잉 바는 이디야커피랩이 지향하는 바를 담은 핵심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이디야커피랩의 기획 의도는 뭐였나.

“랩을 만든 가장 중요한 목적은 대중에게 스페셜티의 장점을 알려주자는 것이었다. 아직도 스페셜티라고 하면 까다롭고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객들에게 스페셜티를 알려주려면 소통이 필요하다. ‘브루잉 바’가 그 역할을 한다.”


-사람들이 바에서 커피 마시는 것을 낯설어하지 않나.

“2년 전만 해도 브루잉 바가 흔치 않았다. 당시 우리가 커피를 주문한 고객에게 추출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설명하면 어색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커피 내리는 과정 자체를 보지도 않고 픽업대에서 커피만 휙 가져가는 분들도 꽤 됐다.”

출처: 사진 이디야커피
이디야커피랩 '테이스팅 바'·'브루잉 바'

-2년 전과 많이 달라졌나.

“확실히 달라졌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세하게 설명을 듣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확실한 커피 취향이 있는 사람들은 특정 바리스타를 찾아서 오기도 한다. 랩을 찾는 단골 고객들도 많이 생겼다.”


-스페셜티만 '좋은 커피'라고 할 수 없지 않나.

“그렇다. 커피는 주관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것이 있다. 다만 스페셜티는 생두 단가가 일반적인 것보다 적게는 10배, 많게는 50배가량 비싸다. 개인적으로 구매하기에 부담스러운 액수다. 또 고품종 커피는 내리는 과정도 중요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전문 바리스타들이 숙련된 기술로 내린 고품질의 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자는 것이다.”


'국내 브랜드 커피 맛없다’는 편견 깨고 싶어


이디야커피는 2001년 중앙대에 1호점을 연 이후 올해 4월 현재 전국에 2500개 매장을 보유한 국내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다. 초창기에는 외국계 브랜드 커피에 비해 가격은 낮지만 맛이 떨어진다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그래서 시작한 게 커피 맛에 대한 연구였다. 이디야커피는 커피 프랜차이즈 최초로 2010년 커피연구소를 세웠다. 이디야커피랩의 전신도 이 연구소다. 랩은 신제품 레시피를 연구하고 출시 전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반영한다.

출처: 사진 이디야커피
신창호(35) 이디야커피랩 수석 바리스타가 고객에게 사이폰 방식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모습.

-커피 맛은 주관적이다. 커피에 대한 R&D는 어떤 방식으로 하나.

“연구실이 브루잉 바 바로 옆에 있다. 고객을 응대하면서 틈틈이 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랩에서는 가맹점에 출시되는 음료에서부터 평소에 시도하지 못하는 다양한 실험을 한다.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세계 최고 권위 커피 대회인 ‘월드바리스타챔피언십(WBC)도 여기서 열렸다.”


-전통 커피뿐 아니라 창작 메뉴도 많이 팔던데.

“WBC에서 만드는 음료는 대중적으로 판매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랩에서는 이런 제품에 대중적인 요소를 첨가해 판매한다. 바리스타 입장에서는 그런 점이 너무 좋다. 한편으로 가맹점들은 맛의 균일화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 올해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새벽 2시까지 매장 문을 연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반 카페는 대개 밤 11시쯤 마감을 한다. 커피숍이 문을 닫으면 술집 외에 갈 수 있는 공간이 별로 없다. 커피 같은 음료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의도였다. 초기에는 새벽 4시까지 했는데 막상 그때까지 머무르는 고객이 많지 않아서 2시로 옮겼다. 밤 12시쯤 매장에 들어오는 손님이 머무는 시간을 감안해서 정한 시각이다.” 

출처: 사진 이디야커피
이디야커피랩 연구실·로스팅실(사진 왼쪽부터). 로스팅실에서는 한 달에 최대 100톤까지 로스팅이 가능하다.

바리스타 자격증 연연할 필요 없어


신씨는 늦깎이 바리스타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광고대행사에서 3년 정도 일하다가 스물아홉 살에 바리스타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바리스타 1세대 안재혁씨 밑에서 기량을 닦은 그는 국가 대표를 선발하는 바리스타 대회에서 매년 수상 기록을 세워 커피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이 이디야커피랩 설립 당시 영입한 1호 바리스타다.


-바리스타가 되려면 자격증이 꼭 필요한가.

“바텐더 같은 경우 국가기술자격증인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두고 있지만 바리스타는 그렇지 않다. 나도 자격증이 없다. 훌륭한 선배들로부터 배웠다. 자격증을 취득해도 어떻게 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인지 묻는 후배들이 있는데 굳이 하라고 하지 않는다.”


-바리스타를 꿈꾸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 한마디 해준다면.

“나는 스트레스를 받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는 걸 좋아한다. 바리스타는 자기만족도 중요하지만 고객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 있는 시간이 많아서 육체적으로 힘들 때도 있다. 고객을 응대할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감내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즐겁게 커피를 주문할 때 바리스타들은 더없이 즐겁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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