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판' 한번 만들어보자"는 회장님 말에 이렇게 됐습니다

조회수 2020. 9. 24. 12: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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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아빠' 회장님이 말했다, "개판 한번 제대로 만들어 봅시다"
반려견과 함께 출근하는 하림펫푸드
출퇴근 교통비·보험·입양 휴가 지원
소비자 공감대 형성⋅근무 만족도↑
출처: 사진 jobsN
하림펫푸드는 반려견과 동반 출근하는 제도를 두고 있으며 반려견 교통비, 보험비 지원 등의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어, 처음 보는 얼굴인데?’


엘리베이터 앞 자동문이 열리자 고개를 갸우뚱하는 하얀색 말티즈가 나타났다. 낯선 사람임을 인지한 듯 다리를 곧게 세우더니 짧은 꼬리를 흔들어 댄다.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귀여운 모습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하림빌딩 3층에 위치한 사료 제조업체 하림펫푸드를 찾았다.


하림펫푸드는 하림그룹이 국내 최초 100% 휴먼그레이드 펫푸드(Pet Food⋅사료)를 만들겠다는 기치를 내걸고 지난해 6월 만든 회사다. 휴먼그레이드(Human Grade) 제품이란, 말 그대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의 원료로 만들었다는 의미다. 직원들은 테스트용 사료가 나오면 반려견들에게 먹여 보고, 직접 맛을 본다.


하는 일에 걸맞게 반려견과 함께하는 근무환경을 지향한다. 반려견과 함께 출근할 수 있다. 이동을 위한 택시비나 주차비는 회사가 지원한다. 강아지를 입양하면 출산휴가를 주고 반려견이 아프면 병원비를 보조해준다. 김은경 하림펫푸드 마케팅팀 과장을 만나 '펫 프렌들리' 복지정책을 들어봤다. 

출처: 사진 jobsN
김은경 하림펫푸드 마케팅팀 과장

“반려견과 출근하는 동료 부러워 나도 입양”


하림펫푸드 서울사무소 직원은 총 21명. 한두 명을 빼고 대부분 반려견과 살고 있다. 하림그룹 계열사인 천하제일사료에서 분사한 하림펫푸드가 출범 당시부터 직원 모집요강에 빼놓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개 엄마⋅아빠’다.


- 강아지와 함께 출근하는 회사는 흔치 않은데.

“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든 회사라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슬로건이 ‘반려동물은 곧 가족’이다. 직원 가족을 위한 복지에 신경을 쓰는 셈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

“강아지와 함께 출퇴근 할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 자기 차를 갖고 회사에 나올 때는 주차비를, 택시로 이동할 경우 택시비를 지원해준다. 반려견이 아파 병원에 갈 때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수많은 개 엄마⋅개 아빠의 고민이다. 회사가 최대 30만원까지 병원 비용을 지원해준다. 반려견을 입양하면 하루 유급 휴가를 준다. 우리가 만든 사료는 양에 관계없이 무료로 지원한다.”


-직원들 반응은 어떤가.

“상당히 만족스러워한다. 혼자 사는 개 엄마⋅개 아빠는 반려견을 집에 두고 나올 때 힘들어한다. 일을 하면서도 ‘혹시 이 아이(개 엄마⋅개 아빠는 반려견을 ‘아이’라고 표현한다)가 하루 종일 나만 기다리느라 현관 문 앞에만 앉아있는 것은 아닐까’, ‘사료는 잘 챙겨 먹을까’ 등을 매 순간 떠올린다. 강아지를 데리고 출근한 직원들은 반려견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에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려견과 출근하는 동료를 보고 부러워 강아지를 입양하는 직원들도 있다."

출처: 사진 하림펫푸드
반려견과 함께 일하는 문화가 정립된 하림펫푸드 사무실 전경.

반려견과 ‘해피댄스’ 추고파


하림펫푸드 직원 명함에는 직급과 함께 ‘디자이너’라는 명칭이 하나 더 적혀있다. 사장 명함도 예외 없다.회사 곳곳에는 '디자인 해피 댄스(Design Happy Dance)'라는 문구가 걸려 있다. 해피 댄스란 반려견들이 기분 좋을 때 꼬리를 흔드는 것을 말한다. ‘해피댄스’의 순간들을 늘 떠올리며 일하자는 의미다.


-디자이너라는 명칭을 붙인 이유가 있나.

“반려견과 함께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는 이야기다. 우리는 늘 반려견이 해피댄스를 출 수 있는 순간을 염두에 두고 일한다. 디자이너는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야 하는 직업이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순간이 많다보면 ‘우리 아이는 뭐를 좋아할까’, ‘반려견을 위해 뭐를 해줘야 할까’라는 생각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강아지와 함께 하면 회사 분위기도 밝아질 것 같다.

“직원들이 업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신경이 곤두서도 강아지가 와서 꼬리를 흔들면 무장해제다. 책상 밑에 강아지가 앉아있는 것을 못 보고 다리를 쭉 뻗었다가 놀라는 직원들의 비명이 하루에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또 한 번 웃을 일이 생기는 것이다.”


-업무 효율성 측면에서도 영향을 미칠까.

“우리가 소비자가 되어서 끊임없이 경험을 해 나가는 것 자체가 일에 큰 도움이 된다. 우리는 사업자 입장에서 일하긴하지만 우리 강아지가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임한다. 우리 회사는 직급 체계가 없다. 직원들과 점심을 먹을 때도 상사 얘기할 필요 없이 ‘우리 애들’ 얘기를 한다. 동료의 반려견이 아프면 같이 슬퍼한다."

출처: 사진 하림펫푸드
하림펫푸드 사료 생산공장이 있는 충남 정안 공장인 '해피댄스 스튜디오'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투어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개 아빠’ 회장 “진정한 ‘개 판’ 만들어보자”


1인 가구 수 증가, 고령화 등으로 반려동물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통계청 발표 자료를 보자.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2년 9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커지고 있다. 한국펫사료협회는 국내 반려동물 식품 시장은 약 4500억원 규모, 가구당 반려동물 양육에 쓰는 비용은 평균 12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개 아빠’인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반려동물 시장 확대 추세에 걸맞은 문화를 만들자는 의도로 하림펫푸드를 출범했다.


-회장과 사장이 '개 아빠'다.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고 들었다.

“가끔 사장님도 반려견을 데리고 출근한다. 사료를 반려견들에게 먹이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직원들과 공유한다. '어떤 사료를 먹였더니 우리 강아지의 어떤 부분이 완전히 쌩쌩해졌다'고 말하는 식이다. 믹스견을 키우는 회장님은 하림그룹 건물 전체를 반려견 출입이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기왕 하는 거 제대로 된 ‘개 판’을 만들어보자’고 말씀하실 정도다.”


-취지는 좋지만 100% 휴먼그레이드 사료는 단가 맞추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우리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피드(Feed)’가 아닌 ‘푸드(Food)’를 만들기로 했다. 100% 휴먼그레이드 사료를 만들겠다고 했더니 당시 연구진이 미쳤다고 했다. 휴먼그레이드 사료에 들어가는 재료 가격은 시중 최고급 수준의 사료에 들어가는 재료보다 8배가량 비싸다. 5년 정도 준비 끝에 최적의 사료를 만들어냈다. 우리 사료는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하림식품 제조 시설 기준을 따른다. 지금껏 어떤 사료기업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것이다.”


-기존 반려견 사료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뭔가.

“사료의 주원료는 육분이다. 동물의 가죽이나 내장, 뼈 등을 활용하거나 도축한 동물의 사체를 열처리해 분쇄한 원료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진 육분을 태우는 과정에서 발암물질도 생긴다. 원료에 방부제도 숨겨 판매한다. 사료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보고 나면 내 강아지에게 도저히 먹일 수가 없다. 해로운 음식을 가족에게 먹이려는 사람은 없다. 반려동물은 내 가족이기 때문이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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