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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한시에 간부 200명이 ‘사라지는’ 회사, 알고보니…

무두절 주려고 ‘이런 것’까지 하는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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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7.10. | 11,975 읽음
간부 200명 동시 휴가 ‘부서장 프리(free) 주’
현장 최일선 지키는 지사장들 일괄 휴가
리더십 훈련⋅아이디어 발현 기회

“휴가 잘 다녀오세요!”


김 씨는 지난주 금요일 직원들로부터 환송 인사를 받았다. 국내 대기업 계열 보안회사에서 지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2년 전부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휴가를 간다. 지사는 은행으로 치면 지점 같은 곳이다. 현장 최전방 사령탑 역할을 하는 지사장이 일주일 이상 자리를 비우기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회사가 선수를 쳤다. 일 년에 한 주를 지정하고 지사장은 그때 무조건 휴가를 가라고 해버렸다. 직위 고하를 떠나 반응이 좋았다. 올해부터 지사는 물론 본사 내 전 사업부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국내 보안 기업 에스원 얘기다.  

지사장 프리주 시행 소식을 다룬 에스원 사내방송 화면 캡처.

출처 : 에스원 제공

이번 주, 부장들은 휴가 중


9일은 에스원의 공식 ‘무두절'(대표나 상사가 없는 날)이 시작하는 날이다. 이날부터 13일까지 ‘부서장 프리주(free週)’가 펼쳐진다. 부서장 프리주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16년. 보안사업을 담당하는 SE(Security Engineering) 사업부 100여개 지사장이 1년에 한번, 1주일간 동시 휴가 떠났다.


올해엔 적용 인원을 두 배로 확대했다. SE사업부는 물론 건물관리사업을 담당하는 BE(Building Engineering)사업부, 통합보안솔루션을 담당하는 SP(Security Provider)사업부, 본사의 지원부서까지 에스원 전체 부서장 200여 명이 한날한시에 휴가에 들어간다.


제도가 현실화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현재 전국에 분포한 지사는 100여 곳. 이들 지사에서 24시간 가동 출동 서비스에서부터 영업, 기술 관리, 공사 등 보안회사의 거의 모든 업무를 전담한다. 지사는 직원 규모에 따라 대⋅중⋅소지사로 나뉜다. 적게는 20여 명, 많게는 50여 명 직원들이 한 지사에서 일한다. 업무량에 비해 휴식 시간은 늘 만족스럽지 못했다. 누군가 쉬라고 강제하지 않는 한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피로도가 자연스럽게 쌓였다.


회사가 내린 용단은 ‘강제 휴가’. 프리주를 지정하고 임시 부서장 지휘 하에 차질 없이 업무가 굴러갈 수 있도록 규정을 손봤다. ‘부서장인 내가 휴가를 가도 될까’라는 고민이나 ‘내가 없는 사이 무슨 일이라도 나면 어떻게 할까’라는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다.


지난해 지사장 프리주를 다녀온 서서울지사 조승 지사장은 "모처럼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가족들과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는데 올해도 무척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없으면 불안하다고? 더 잘한다


부서장 프리주 규칙 1. 카톡⋅전화로 업무지시 안돼요


몸 담고 있는 조직에서 직위를 막론하고 휴가를 가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100%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직장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24시간, 365일 돌발에 대비해야 하는 보안회사는 말할 것도 없다. 휴가를 간 간부나 직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모두 마음 편히 지내기 힘들다.


그래서 회사는 위기 상황에 대비하는 체계를 확실하게 마련해 휴가 기간 동안 부서장들이 업무에 일절 관여하지 못하게 했다. 부서장들은 휴가 중 전화는 물론 문자 메시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업무 지시를 할 수 없다.


부서장 프리주 규칙 2. 리더십도 연습이 필요하다


전사 부서장이 공백 상태라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일부 우려도 나왔다.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프리주 기간 부서장 역할을 하는 임시 부서장 제도를 만들었다. 일주일 동안 부서장으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임시 부서장이 업무를 공식 대행한다. 프리주 기간에 임원은 자리를 지켜야 한다. 임시 부서장에게는 프리주는 리더가 되기 위한 연습 기간이다.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담당 임원에게 보고한다.


에스원 인사 그룹 정우석 부장은 "부서장 프리주는 리더들의 휴식을 위한 제도인 동시에 차세대 리더들에게 리더십을 기를 수 있는 기회인 제도”라며 "프리주에 대한 임직원들의 호응이 높아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임원 프리주'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에스원 출동요원 현장 점검 모습·프리주 후 워크숍에 참석한 지사장들(사진 왼쪽부터).

출처 : 에스원 제공

부서장 프리주 규칙 3. 상상력을 키워라


이 기간에는 일 년에 한번 하는 ‘프리주 영업 배틀’이 열린다. 직원들이 무두절을 고대하는 또다른 이유다. 새로운 리더인 지휘하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현장에 적용해 보자는 취지다. 지난해 프리주 배틀에서 1위를 차지한 평택지사는 대회 마지막 날 목표 대비 800% 이상 실적을 달성, 상금 200만 원을 받았다. 에스원 BE서비스그룹 최지은 선임은 “상금도 있으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부서장들은 프리주가 끝난 후 연수원에 모인다. 워크숍을 통해 휴가 때 나눈 경험과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다. 여기서 나온 좋은 아이디어를 현장에 반영하기도 한다.


올해 에스원은 24시간 근무하는 출동 요원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확대 채용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시작한 주 52시간 시행에 적합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다. 2000여명에 달하는 에스원 출동요원은 전체 인력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이다. 에스원은 출동요원을 대상으로 업무가 집중되는 돌발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3개월 탄력근무제 도입도 검토 중이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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