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명 달달하게 홀린 이작품, 약국 구석에서 썼어요

조회수 2020. 9. 24. 12:4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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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구석에서 쓴 로맨스, 수백만명 '달달하게' 홀렸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원작자
약사로 일하며 작품 14개 써
“로맨스는 현실 잊을 수 있는 꿈”

“저도 이제 제 인생을 찾아가야죠.

누군가의 비서도 누군가의 가장도 아닌, 그냥 김미소 인생이요.”


tvN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속 대사다. 원작자 정경윤(41)작가가 자기 자신에게 하던 말이다. 그는 웹에서 ‘히트’친 로맨스 소설 작가다. 대표작은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비롯해 ‘붉은 종달새’, ‘낮에 나온 반달’, ‘크리스마스의 남자’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한 글은 매회 조회수가 최소 100만 이상이었다. 정 작가의 본업은 약사다. 7살, 12살난 두 아이 엄마이기도 하다. 약국 구석 작은 책상에서 틈틈이 글을 썼다. 

출처: 도서출판 가하 제공
정경윤 작가

숨 쉴 틈 필요했다


“약사는 안정적인 직업이예요. 경력 단절 걱정도 없구요. 하지만 반나절을 약국안에서 지내요. 갇혀있는 걸 못 견디는 성격이라 힘들었습니다. 환자들 상대하며 감정소모가 심했어요. 두 아이까지 돌봐야 했구요. 매일 늦은 밤 퇴근해 아이들 돌보고 살림하면 자정 넘어 겨우 잠들었어요. 원하는 걸 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시작한 게 글쓰기다. 작가를 꿈꾼 적은 없지만 10대부터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가 가득했다. 학창시절에도 다 쓴 노트의 빈 공간에 무엇이든 끄적였다.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는 달콤한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


“우선 역할을 구분했어요. 작가, 약사, 엄마. 한정된 시간에 세 가지를 하려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했습니다. 자투리 시간도 활용하구요. 약국에서 손님이 뜸한 시간을 골라 글을 썼습니다. 손님이 카드를 꺼내는 단 몇 초도 소설에 쓸 한 줄을 생각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아이들 재우고 졸음 참으며 썼어요. 하루에 3~4시간 자면서요. 잠이 부족해 코피 흘리고 멍할 때가 많았죠.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쓸땐 둘째 임신 중이었습니다. 그래도 매일 책상에 앉았어요. 많은 일을 하면서 1년에 1~2편을 쓸 수 있는지, 대필작가가 쓴다는 의심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하루를 체계적으로 보내서 혼자 해냈습니다.”


2010년 출간한 첫 작품 ‘천사에게 고하는 안녕’을 포함해 8년 동안 모두 14편을 썼다. 이렇게 많은 작품을 약국에서 반나절을 일하며 썼다.


“첫 출간을 앞두고 출판사에서 교정본을 받았습니다. 문법, 문장 오류 등 틀린 게 너무 많아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지적을 100% 받아들였습니다. ‘글쓰기 오답노트’도 만들었어요. 맞춤법, 문장 바로 쓰기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게요.”

출처: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컷

콘텐츠는 형식보다 ‘스토리’


2013년 출간한 ‘김비서가 왜 그럴까’는 드라마로 방영중이다. 재벌2세와 비서가 ‘밀당’하며 사랑에 빠진다. 뻔한 이야기지만 곳곳에 반전이 숨어있다. 한번 보면 빠져든다는 평이 많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이 작품을 연재할 때 총 88회 중 1~3편만 무료였다. 카카오는 동시에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읽는 사람 숫자가 200만명인 적도 있다고 한다. 작품 클릭 수는 총 5000만이다.


카카오페이지에서 웹소설을 보려면 캐시 단위로 결제한다. 1캐시는 작품마다 100~500원 정도다. 웹소설 매출은 총 조회수에 회당 캐시 가격을 곱한 값 정도로 추정한다. 웹소설로 얻은 수익은 원작자와 카카오측이 나눠 갖는다.


구글플레이·앱스토어 수수료로 나가는 30%를 제외하고, 나머지 70%중에서 나누는 방식이다. 콘텐츠마다 수익 배분이 다르지만 대부분 원작자 측이 수익의 50% 이상 가져간다. 독자가 몇 편씩 얼마나 오랜 기간 보느냐에 따라 원작자 수익이 달라진다.


유료 회차 조회수가 많아지면 작가 수익도 늘어난다. 높은 인기를 얻은 덕분에 김명미 작가가 그림 그려 웹툰도 연재했다. 종이책, 웹소설, 웹툰, 드라마 4개의 콘텐츠 형식을 모두 경험한 셈이다.


“소설은 읽으면서 상상하지만 웹툰은 이미 완성된 그림을 바로 볼 수 있어요. 드라마는 내가 만든 주인공에 배우들의 개성이 덧입혀져야 합니다. 소설과 호흡이 달라 많이 각색해야 해요.


첫 작품을 쓴 2009년에는 웹소설이란 형식이 없었어요. 전자책 시장이 서서히 생기는 중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발전하면서 호흡이 짧은 웹소설이 주류로 떠올랐습니다. 트렌드에 맞춰 무조건 짧게 쓰려고 해봤지만 반응이 좋지 않더군요. 지금 사랑받는 작품은 종이책으로 나왔던 거예요. 결국은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출처: 도서출판 가하 제공
정경윤씨가 쓴 작품들

일단 시작해라


정 작가는 처음부터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말라고 조언했다. 꼭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면 좋아하던 일도 싫증난다는 뜻이다. 포기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하면 언젠가 성과를 얻는다고 한다.


“내 이름 석자 들어간 책 한 권 가져보고 싶었어요. 낮에는 약국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선 육아와 살림하면서도 고집스럽게 썼습니다. 글쓰기를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예요. 처음부터 성공 바라지 말고 일단은 욕심 없이 해보세요. 그래야 꾸준히 할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무작정 본업을 놓지 마세요. 저 역시 약사란 안정적인 직업이 있어서 오랜 기간 소설을 쓸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따뜻한 로맨스 작품을 낼 겁니다.”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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