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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져 컴퓨터 붙잡고 살았던 초등생, 20년 후…

9살 소년이 게임 끊고 인생 걸겠다 다짐한 ‘이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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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7.07. | 244,520 읽음
26세에 보안회사 차린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
대학 2학년 때 사회생활 시작해 5년 만에 창업
“성공한 해커 출신 기업가 되는 게 꿈”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

출처 : 본인 제공

“자, 레이스 들어갑니다!”


박장군(영화배우 김우빈 역)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컴퓨터 자판을 쉴새없이 두드린다. 천재급 프로그래머와 희대의 사기꾼, 지능범죄수사대의 두뇌싸움을 그린 한국 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이다. 박장군은 원네트워크라는 다단계 회사의 전산시스템을 만든 인물로, 해킹을 이용해 서로를 속고 속이는 줄타기의 한 가운데 있는 인물이다.


해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영화의 자문을 맡은 이는 ‘진짜 해커’다. 영화 속 해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악당이 아닌 ‘화이트 해커’라는 것. 2년 전 스틸리언(stealien)이라는 보안회사를 차린 박찬암(29) 대표다.


학창 시절 전국 대회에서 상을 휩쓸며 컴퓨터에 빠졌던 그는 대학을 마치기 전 명망 있는 보안회사 팀장으로 스카웃됐다. 졸업할 때가 되자 주위에선 번듯한 기업에 들어가 높은 연봉을 받는 직장인을 삶을 권유했지만 귓전에 들어오지 않았다. 졸업도 하기 전에 회사를 차린 이유다.


게임하려 컴퓨터학원 갔다가 해커 꿈 꾼 소년


그가 컴퓨터에 빠지기 시작한 때는 초등학교 2학년. 게임이 하고 싶다는 속내를 감추고 부모님께 컴퓨터 학원을 보내달라 졸랐다. 당연히 학원에서 하는 정규 수업은 관심 밖이었다. 게임만 알던 꼬마는 5학년이 된 어느 날 서점에서 프로그래밍 책을 접하며 해킹과의 첫 만남을 시작했다.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었어요. 어디선가 한 100번 읽으면 이해가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 무작정 읽고 따라 했어요. 황토색 굵은 테이프로 책이 도배가 됐어요. 하도 들여다봐서 수백 페이지가 낱장으로 분해되다시피 했거든요. 그때 해킹을 처음 접한 것이었죠.”


신기루를 발견한 것처럼 기뻤던 그와 달리 가족들은 초조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 앞에만 매달려 있는 자식을 마음 편히 볼 수 있는 부모는 많지 않다. 하지만 불안했던 부모의 마음을 일순간에 녹인 사건(?)이 벌어졌다. 아들이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나간 중고생 해킹 경진대회에서 입상을 하면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해킹을 알게 된 후부터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중학생이 돼서도 좋아하는 게임을 엄청 많이 했어요. 그러다 중학교 2학년 올라가면서 게임을 딱 끊었어요. 해킹에서 1등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기 위해선 게임을 계속하면 안 되겠다 싶었거든요. 아무리 해도 게임과 해킹 둘 다 잘할 수는 없을 것 같았어요." 

박찬암 스틸리언 대표

출처 : 본인 제공

방학 때 보안회사서 일하며 창업으로 연결


중·고등학교 때 전국 해킹대회 상을 휩쓸어 왔던 터라 그는 힘들이지 않고 대학에 들어갔다. 인하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재학 시절 전 세계 해커들이 참여하는 국제해킹방어대회인 코드게이트, 데프콘 등에서 수상을 했다. 자연스럽게 보안업계가 눈독을 들이는 인재 1순위가 됐다. 그래서 들어간 첫 직장은 한글과컴퓨터그룹 보안 계열사인 소프트포럼(현 한컴시큐어)이다. 당시 박 대표 나이 스물한 살이었다.


“소프트포럼에서 보안기술분석팀장을 맡았어요. 제품을 기획해서 팔았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소프트포럼을 나와서 병역 특례로 라온시큐어라는 보안회사에서 3년 정도 일 했어요. 한 5년 일을 하다 보니까 중도 하차를 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병역 특례가 끝나고 바로 창업을 했어요.”


해커가 되겠다는 꿈은 대학생 때 이룬 것이나 다름없었다. 억대 연봉이 보장됐던 촉망받는 젊은이가 보안회사를 차리겠다고 하자 주변에서 격려보다는 걱정이 많았다. 현재 국내 보안업계는 기업들의 성장폭이 크지 않아 사실상 답보상태에 있다. 그는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보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해보겠다’는 의지가 컸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벤처 회사를 세우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내가 좋아하는 보안 쪽으로 회사를 만든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요. 주변의 걱정이 많았지만 내가 생각한 대로 했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데이터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은 주변인이 아니라 나잖아요. 좋게 말하면 주도적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고집불통인 것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성공한 1호 해커 되고 싶어


스틸리언(stealien)이라는 회사 이름은 외계인(alien)의 기술을 훔쳤다(steal)는 의미를 담았다. 실력만큼은 최고를 자부한다는 함의다. 자본금 5000만원으로 시작해 4년 차에 접어든 회사는 현재 20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스틸리언의 시그니처 서비스인 ‘앱수트(App Suit)'는 외산 제품과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앱수트는 앱 보안 제품이 하나도 없던 8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기획했던 제품을 완전히 새롭게 만든 것이에요. 국내서 경쟁하고 있는 외국계와 기술적 수준은 비등합니다. 문제는 영업인데, 좀 더 보강해서 확실한 1등을 해보려고 해요.”


우리나라에 해커가 세운 회사로 이름을 떨친 기업은 아직 없다.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그가 화이트 해커를 선망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담백하다.


“어떤 일을 잘 하기 위한 법칙 같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이 말이 맞다면 세상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그런데 좋아서 하는 사람을 이기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자기가 빠지는 일은 즐거울 수밖에 없고, 그러면 남들보다 좀 더 많이 하게 되니까 잘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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