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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만 6개월…국내 1호 청각장애 스벅 점장입니다

국내 1호 스타벅스 청각장애인 점장 권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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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7.06. | 17,870 읽음
국내 1호 스타벅스 청각장애인 점장 권순미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승진 시험 합격
“마음으로 소통하는 점장이 목표”

"안녕하세요 고객님, 스타벅스입니다."


한 커피 전문점의 기본 인사다. 커피를 내리다가도, 잔을 치우다가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인사. 그러나 이를 수백 번 연습해야만 했던 점원이 있다. 바로 송파 아이파크점 지점장 권순미(38) 씨. 국내 스타벅스 최초의 청각장애인 점장이다. 커피를 만들고 고객 응대, 인력 및 물품 관리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일들을 관리한다.


권씨는 청각장애 2급이다. 2살 때 고열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었다. 소리가 90db 이상이어야 들을 수 있다. 90db은 비행기 착륙 때 나는 소음 수준이다. 보청기를 사용하는 동시에 사람 입 모양을 보면서 소통한다. 2011년 장애인 바리스타 1기 모집을 통해 입사해 슈퍼바이저와 부지점장을 거쳐 올해 초 점장으로 승진했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7년 동안 어떤 과정과 노력을 통해 이 자리까지 왔는지 들어봤다.

권순미 지점장

출처 : 본인 제공

장애인 바리스타 지원, 쉽지만은 않은 도전


와인 수입회사에 다니던 중 장애인 바리스타 모집공고를 봤다. 커피 업계에서 장애인 바리스타를 채용하는 것이 처음이라 흥미가 생겼다. 평소 드립식 추출 커피를 좋아해서 지원했다. 서류와 면접을 거쳐 입사했고 사내교육을 통해 바리스타 일를 배웠다. 커피를 배우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고객과 문제없이 마주하는 것이 두려웠다.


"퇴근 후 3시간 씩 더 연습하다 갔습니다. '안녕하세요' 같은 기본 인사만 6개월을 했죠. 매일 목소리를 녹음하면서 수백 번씩 말하기 연습을 했어요. 발성과 발음은 물론 구화를 통해 고객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 노력했죠."


권씨 노력에도 입사 초기에는 실수가 많았다. 고객의 입 모양과 포스화면을 번갈아 가면서 보다가 주문을 놓치는 경우도 있었다. 어느 날은 잘못 들어 순서를 헷갈렸다. 늦게 온 사람에게 커피가 먼저 나가자 화가 난 고객이 음료 잔을 던지기도 했다. 몇 년 후 그 고객이 찾아와 사과했지만 고객에게 상처를 받는 일도 많았다고 한다.

주문 받는 권순미 점장

출처 : 조선DB, 스타벅스 제공

"장애인은 어디까지 승진할 수 있을까요?"


직원은 바리스타→슈퍼바이저→부점장→점장 순으로 승진한다. 권씨는 바리스타로 일한 지 2년 후 지역 매니저 면접과 동료 평가를 거쳐 슈퍼바이저로 진급했다. 그 자리조차도 감사했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새로운 도전을 꿈꾸게 한 계기가 생겼다.


“장애인 신입사원 교육장에서 질문을 받았습니다. '장애인은 어디까지 승진할 수 있을까요'라고 묻더군요. 당시엔 슈퍼바이저였습니다. 슈퍼바이저라고 대답하면서 아쉽기도 하고 장애인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때부터 부점장 승진 시험을 준비했죠.”


승진시험은 필기시험과 면접이다. 커피 지식·운영 매뉴얼· 사회공헌 활동 등을 종합한 필기시험을 본다. 필기에 합격한 사람 중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시험공부뿐 아니라 사내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했다. 2015년 2월에는 커피마스터, 같은 해 5월에는 신입 바리스타 교육을 전담했다. 시험을 앞두고 2개월 동안은 집과 매장만 오가면서 시험을 준비했다. 밤을 새우는 건 일상이었다. 승진 시험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차별점은 없다. 대등하게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2015년 12월, 권씨는 1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부점장 시험에 합격했다. 사내 최초의 장애인 부점장이었다. “날아갈 듯 기뻤습니다. 쉽지만은 않았어요 면접에서는 고객과의 소통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압박질문도 받았죠. 혼자였으면 해내지 못했을 거예요. 응원해준 가족과 동료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컸습니다. 장애를 넘어서는 도전과 의지 커피에 대한 열정을 굳히는 계기였습니다.”   

출처 : / 스타벅스 제공

부점장에서 점장으로 "나 자신을 사랑하세요"


커피가 좋아 취업을 했지만 승진은 이룰 수 없는 꿈이라 여겼다. 장애인도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후배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해 승진이라는 도전을 시작했다. 그 도전은 타인뿐 아니라 본인을 성장시키는 계기였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단계를 넘어설 때마다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물론 어렵지만 성장통을 이겨낼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권씨는 2018년 1월, ‘매장 운영 역량 및 리더십 역량 강화를 위한 트레이닝’과 점장 면접을 거쳐 점장으로 승진했다. 부점장일 때보다 일도 늘었지만 매장 운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진급 후 가장 좋은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자존감이 높아진 것이다. 한 단계씩 성장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다 보니 그 모습을 고객이 먼저 알아보기도 한다.


어느 날은 외국에서 한 고객이 매장으로 찾아왔다. “장애인 자녀를 둔 아버지라고 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어 이민을 했다고 하더군요. 제 이야기를 기사로 접하고 대견하고 힘내라고 응원차 들린 것입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오히려 제가 더 힘을 얻고 그래서 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그의 목표는 마음으로 소통해 모든 팀원을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점장이라고 한다. 자신이 그랬듯 목표를 하나하나 이뤄나가는 후배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느리지만 노력과 열정으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회사든지 스타벅스에서든지, 장애인이 아닌 누구든 자신의 위치는 스스로 만드는 것입니다. 장애가 있는 분들도 주춤거리다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적극적인 자세와 긍정적인 자세로 도전하세요.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하세요.”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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