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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16개 가진 남성 대기업 그만두게 만든 이 아이템은?

조회수 2020. 9. 24. 12: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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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3년 후 퇴사, 캡슐 한방차 도전!
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

“마트에 갔더니 캡슐 커피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습니다. 커피는 몸에 좋지 않다고 마시지 않는 사람도 있잖아요? ‘건강에 도움이 되는 한방차를 캡슐 커피처럼 만들어 간편하게 마실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하섭 메디프레소 대표의 이런 생각에서 캡슐 한방차가 세상에 나왔다. 당시 김하섭 대표는 대기업 직원이었다. 성균관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후 학사장교(ROTC)를 거쳐 SK하이닉스에 입사하고 3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 2016년, 안정된 직장에서 나와 창업을 하고 자신의 아이디어를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에 아무 불만도 없었습니다. 연봉이나 대우나 하는 일, 인간관계 모두 좋았습니다. 저에 대한 인사평가도 좋았고요. 퇴사하겠다고 했더니 모두 말렸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게 더 비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스타트업 관련 행사에서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이런 세계도 있구나’ 자극을 많이 받았죠. 저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는 성격이냐고 물었더니 “그래서 자격증이 16개나 된다”면서 인정했다. 차 관련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티 소믈리에 자격증도 땄다. 대학 시절에는 한 극단의 마케팅을 맡아 성공시키기도 했다.


“공연을 보러 다니다가 한 극단의 대표와 친해졌습니다. 연극은 좋은데 관객이 많지 않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고, 제가 마케팅을 맡아서 해보겠다고 했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였어요. 경제학을 복수 전공하고 경영학 수업도 듣던 때였지만, 이론은 별 쓸모가 없었습니다. 길거리에서 전단을 나누어주고, 우리 공연을 본 사람들의 반응을 조사하고, 연극 관계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어떤 마케팅이 가장 효과적이었는지’ 물었습니다. 결국 입소문이 제일이더군요. 우리 연극을 본 관객들의 입소문을 유도한 게 가장 효과가 좋았습니다. 당시에는 흔하지 않았던 SNS 마케팅도 활용했죠. 그때 경험 덕분에 ‘일단 부딪쳐보자’라는 생각으로 창업에도 겁 없이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군대에 도서관 만들기도

군 생활을 할 때는 자신이 복무하던 대대에 도서관을 새로 만들었다. 도서관장을 맡겠다고 자청하고 공간을 마련해 책을 기증받아 4000여 권 장서를 갖춘 도서관을 만들었다. 그는 창업 후에도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부딪쳐 나갔다. 전문가를 찾아다니면서 도움을 받고, 수없이 시음회를 열어 소비자들의 반응을 조사했다. 창업대회에도 계속 참가했다. 아이디어를 인정받으면서 중소기업진흥공단 청년창업사관학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에서 창업자금, 연구개발자금을 지원받았다.


‘메디프레소(Medipresso)’는 바쁜 현대인이 건강에 좋은(medi) 차를 간편하게(espresso, 이탈리아어로 빠르고 간편하다는 뜻) 마실 수 있게 하겠다는 뜻에서 만든 이름이다. ‘건강’과 ‘간편함’ 두 가지가 핵심 가치다. 이를 위해 캡슐 커피처럼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한방차 그리고 캡슐 한방차와 캡슐 커피를 함께 추출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서 2017년 11월과 2018년 3월 각각 특허등록을 했다.


“ROTC 장교로 군 생활을 할 때부터 차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무슨 차가 건강과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지 조사해가면서 마셨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몸에 좋은 차라도 끓이기가 번거롭고 맛과 향이 좋지 않다면 꾸준히 마시기가 어렵지 않나요? 티백은 보통 맛이 밋밋하거나 오래 담가두면 떫은맛이 납니다. 1시간 이상 끓여내는 한방차는 떫은맛과 쓴맛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고요. 오래 끓일수록 거북한 맛도 같이 우러나기 때문이죠. ‘한방차도 캡슐 커피처럼 고압으로 빠르게 추출하면 맛이 부드러워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고, 그 예측이 맞았습니다. 성분은 큰 차이가 없지만, 맛이 훨씬 은은하고 향기도 좋습니다.”

그는 우선 누구든 쉽게 마실 수 있도록 부담감 없는 맛과 향에 초점을 맞추었다고 말한다.


“내로라하는 한의사, 티 소믈리에와 협업해 제품을 개발합니다. 한의사는 어떤 재료들을 섞을 때 효능이 좋아지는지 자문하면서 어떤 체질의 사람이라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도록 재료의 독성을 없애는 법제(法製) 과정을 맡아주었습니다. 티 소믈리에는 어떤 재료를 어떻게 덖어야 좋은 맛과 향을 내는지를 연구하죠. 한방차도 커피처럼 로스팅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거든요. 맥반석에 덖을지, 철판에 덖을지, 훈연을 할지 재료마다 달라집니다.”


여러 재료를 덖고 분쇄하고 섞어서 만든 캡슐 한방차는 기존 캡슐 커피 기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방차의 맛과 성분을 더 잘 추출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 ‘메디프레소머신’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버튼이 두 개라서 기존 캡슐 커피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직장생활을 할 때 제조 공정을 관리했기 때문에 제조업의 공정을 꿰뚫을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기계를 개발할 수 있었죠. 아직 양산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고급형 기계도 개발했습니다. 기존의 모든 캡슐 커피와 캡슐 차를 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방차의 종류에 따라 최적의 온도, 압력, 추출량을 조절할 수 있는 기계죠.”


12종류의 캡슐 차와 전용 기계 개발

메디프레소는 이제까지 12종류의 캡슐 차를 내놓았고, 올해 안에 36종류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한다. 피곤함을 풀어주는 박하와 몸의 열을 내려주는 녹두를 섞은 ‘서머버케이션(Summer Vacation)’, 연잎과 율무를 섞어 몸을 가볍게 해주는 저스트슬림(Just Slim) 등 이제까지 내놓은 캡슐 한방차는 “맛과 향이 은은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펀딩 목표를 855% 달성하며 돌풍을 일으켰고, 농식품 아이디어 경연대회에서도 대상을 받았다. 김하섭 대표는 그러나 “국내시장만 봤다면 사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라고 말한다.


“올해 2월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유럽 최대 소비재박람회 암비엔트(Ambiente)에 참가했고, 예상대로 많은 나라가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터키, 홍콩, 대만 등 여러 나라가 견적을 요청했고, 미국의 한 레스토랑 체인은 1만 박스를 미리 주문했습니다. 현재 각국에서 식품인증 절차를 밟고 있는 단계지요. 우리 기계에도 관심을 많이 보였습니다. 호텔이나 레스토랑에 우리 기계와 차를 함께 공급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질이 좋지 않은 나라에서는 특히 차를 많이 마십니다. 그러다 보니 색다른 차를 찾는 수요가 이미 형성되어 있지요. 요즘은 동양의 건강 차에 대한 관심도 높습니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세계시장까지 겨냥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캡슐 한방차를 만들 때 대부분 국산 재료만 사용합니다. 그러니 우리 농산물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지요.”


그는 “나라마다 마케팅 초점을 달리하면서 위치 선정을 잘하면 어마어마한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제까지 사업성을 검증하는 단계였다면, 본격적인 도전은 이제부터라고 한다.


글 jobsN 이선주 객원기자

사진 jobsN 김선아 조선뉴스프레스 기자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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