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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랐다, 오리배 둥둥 저수지를 이렇게 바꾼 여성

오리배 다니던, 농업용수 저수지를 세계적 공원으로 바꾼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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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7.06. | 4,235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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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정 삼성물산 토목·조경그룹 수석
광교호수공원으로 세계조경가협회 상
쾌적한 환경 만드는 데 자부심 느껴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광교신도시에는 총 면적 202만㎡(61만2100여평)의 국내 최대 호수공원이 있다. 일산호수공원(103만4000㎡)의 2배인 광교호수공원이 그것이다. 이 호수를 조성한 삼성물산은 올해 6월 세계조경가협회(IFLA)가 주관한 조경 분야 최고 권위인 ‘2018 IFLA’에서 치수관리 부문 상을 받았다. 삼성물산은 “기존 저수지 주변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조성한 것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광교호수공원 공사의 핵심은 과거 오리배 보트가 다녔던 원천저수지와 황량한 신대저수지를 하나로 묶어 생태적으로 복원하는 것이었다.


공사 기간은 3년. 이 ‘메가 프로젝트’를 현장소장과 함께 총괄한 사람은 박유정(50) 삼성물산 토목·조경그룹 수석(부장급)이다. 국내 10대 건설사 중 여성으로서 조경 총괄을 맡는 건 박 수석이 유일하다. 지난달 27일 잡스엔이 24년간 조경 분야에서 일한 그를 만났다.

지난 27일 서울 상일동 삼성물산 사옥에서 박유정 수석이 조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출처 : jobsN

대규모 개발의 마스터플랜 짜는 조경가


‘아름답고 유용하고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문적·과학적 지식을 응용해 토지를 계획·설계·시공·관리하는 예술’. 조경(造景)의 사전적 정의다. 한자로 풀이하면 경치를 만든다는 뜻이다. 1986년 박 수석이 대학에 입학할 당시에는 이러한 개념이 없었다. 이과였던 그는 어렴풋이 건설이나 건축학도를 꿈꿨다고 했다. 하지만 한 지인이 건넨 조언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국민소득이 상승하면 사람들은 외부 환경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조경이다.” 박 수석은 경희대 조경학과에 입학했다.


박 수석이 배운 조경학은 단순히 집 마당에 나무를 심고 가꾸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는 건축학개론, 시공학, 구조학, 식물학, 조경배식학(식물의 특성을 고려해 식재 계획을 배우는 학문), 설계 등 다양한 분야를 배우며 조경을 익혔다. “조경을 원예나 가드닝(gardening)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미국에서는 대규모 개발 계획의 마스터플랜을 건축가가 아닌 조경가가 짭니다.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만 봐도 조경이 건축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죠.”


그는 1994년 삼성종합건설(현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박 수석은 “국내 최초, 최대, 신기술 프로젝트를 수주해 진행하던 대형 건설사에 들어가 남들이 하지 못했던 것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건축과 접목한 조경, 설비 기술과 접목한 조경 등 다양한 융복합 시너지를 내겠다는 포부였다. 차근차근 자리를 밟아 올라 2010년 삼성물산의 조경 분야 총괄이 됐다. “아무래도 몸담은 곳이 건설회사다 보니 옛날엔 현장 근로자들에게 ‘여자가 노가다에 대해 뭘 알아’라며 무시도 당했죠. 하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꽃과 수목을 다루고, 미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것은 아무래도 남성보다 섬세한 여성이 더 잘하는 분야거든요.”

광교호수공원 조경 설계도.

출처 : jobsN

저수지 물 빼고 물고기 옮기며 광교호수공원 조성


2010년 조경 총괄이 된 박 수석은 이후 굵직한 프로젝트를 여럿 수행했다. 전북 무주의 태권도원 조경을 맡았고,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조경도 그의 손을 거쳤다. 아파트 동과 동 사이에 길을 내고 녹지를 만들어 입주민들이 집 마당처럼 느낄 수 있도록 했고(래미안 신반포팰리스 가든 스타일), 서울시청사 내부 거대 벽면을 푸른 식물로 조경해(서울시청사 그린 월) 작년 IFLA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역시 광교호수공원”이라고 했다. “최근 건설 트렌드는 시공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가 쉽게 기술적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광교호수공원은 특히 이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농업용수로 쓰던 원천·신대 저수지의 기존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생태적으로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죠.”


2개의 저수지 사이에 동선을 만들고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오가도록 보완설계를 했다. 저수지 위에 둥그런 나무 데크를 설치하기 위해 저수지 곳곳을 가물막이(공사 중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가설구조물)로 막고 물을 빼며 공사했다. 2010~2013년 진행한 광교호수공원 조경 공사에는 소나무·느티나무·이팝나무 등 조경수 1만그루와 철쭉·진달래·개나리 등 관목 34만주가 들어갔다. 박 수석은 “저수지에 있던 물고기를 양어장으로 임시로 옮겼다가 다시 저수지로 옮기기도 했고, 물 주변에 있던 나무 2000그루도 위치를 옮겨 심었다”고 말했다.

광교호수공원의 여름, 가을, 겨울 모습(위쪽부터).

출처 : 삼성물산 제공

조경의 원칙? 메인 콘셉트 외엔 비워야


박 수석은 “조경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소비자 트렌드를 자세히 관찰한다”고 했다. 조경은 모든 사람이 보기 때문에 많은 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짚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조경은 종합 과학 기술이에요. 그림을 매우 잘 그릴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야 하고, 건축·토목 등 공학적인 부분도 알아야 합니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조경가인 그에게 조언을 하나 구했다. “단독주택이나 집 마당의 조경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그가 “그런 질문 참 많이 받는다”고 웃었다. “중요한 것은 메인 콘셉트에요. 보기에 좋다고 소나무, 단풍나무, 감나무를 가득 심으면 안 됩니다. 주(主)와 부(副)가 명쾌하게 있어야 하고 전체 콘셉트에서 어긋나는 것은 비워야 합니다. 관리가 쉬운 단풍나무류나 이팝나무 등을 심는 게 좋고요.”


박 수석은 “기후변화로 쾌적한 환경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경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나 빌딩 내부 인테리어는 제각각이지만 외부 조경은 모두가 공유하는 공간이에요. 아름다움과 쾌적함의 느낌을 어느 것보다 빨리 본능적으로 주는 게 조경입니다.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데 자부심을 느끼고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 하고 싶어요.”


글 jobsN 김성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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