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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두려운 사람들 위해 만들었더니 대박났어요

조회수 2020. 9. 23. 20: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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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어'하는 외국계 기업 직원들도 찾는다는 '영어공부 앱'
한국인에 적합한 스피치 방법론 개발
20년 경력 스피킹 강사 노하우 집대성
AI་챗봇으로 그룹과외 같은 효과

#. 길을 가던 중 외국인이 멈춰 서서 한국 사람에게 말을 건다. 질문을 받은 사람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더니 머리 위에서 기다란 땀줄기가 뿜어나온다. 몇 년 전 한 영어 교육업체가 내보낸 TV 광고다. 영어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진짜 내 얘기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영어를 모국어만큼 오랜 시간 배웠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강남 학원가에서 20년간 스피킹 강의를 한 김태윤(45) 씨는 “한국 사람들은 영어를 입 밖으로 꺼낼 때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며 “말보다 글 위주로 영어를 배워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외국인만 만나면 가슴이 답답해지는 사람들, 반드시 완벽한 문장을 머릿 속으로 만든 후 말로 해야 한다는 사람들을 위한 학습 방식인 ‘스피킹 매트릭스(Speaking Matrix)’를 개발했다. 면대면으로만 전파해오던 강의를 스마트폰 안으로 끌어들였다. 소리를 텍스트로 바꿔주는 구글 STT(Sound To Text) 기술과 아마존의 음성 전환 기술, 유봇이라는 교육봇 개발업체의 분석 기술 엔진을 동원했다. 

출처: 본인제공
(사진 왼쪽부터)김태윤 강사·수강생 앞에서 강의하고 있는 모습.

아날로그 강의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


‘스피킹 매트릭스’의 핵심은 짤막한 표현 덩어리들을 여러번 반복해서 익히는 것이다. ‘나는 어제 저녁에 TV를 봤다(I watched TV last night)’라는 문장 대신 ‘TV를 보다(watch TV)’라는 하나의 덩어리를 익히게 한다. 청크(chunk)라고 부르는 이 표현 뭉치들에 대한 훈련을 어느정도 하고 나면, 문장을 통째로 외우거나 문법을 익히는 것보다 빠른 시간 안에 영어 말하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김 씨의 지론이다.


배우는 방식은 어렵지 않다. 앱을 열면 뜨는 채팅 창에 그날 배울 청크가 뜬다. 스마트폰 마이크에 대고 청크를 따라 읽어야 한다. 말하는 것이 녹음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는다. 말을 하고 나면 ‘원어민이 OO% 알아듣는 수준이네요’라는 진단도 해준다. 연습 후에 나오는 강사의 강의 영상은 최대 3분을 넘지 않는다.


“스피킹을 배우는 최선의 방법은 실력 있는 강사에게 일대일로, 그것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아주 적은 돈을 투자해서 배우는 것이죠. 이 방법을 앱 하나로 구현했습니다. 20년 동안 쌓은 노하우가 인공지능(AI), 음성챗봇이라는 기술과 결합했기 때문에 가능했죠. 앱에는 2900개의 청크가 들어가 있어요. 앱으로 하루에 30분씩 3개월간 꾸준히 하면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최소 1분간은 자유롭게 말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출처: /'스피킹 매트릭스' 앱 화면 캡처.

삼성생명 그만두고 외국계 러브콜 받는 강사로


자신감을 갖는 이유가 있다. 대학서부터 지금까지 25년간 영어 한 길만 팠다. 영문과를 졸업하고 삼성생명 공채로 입사했지만 영 흥미가 생기기 않았다고 한다. ‘내가 영어 하나는 정말 좋아했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자 '지금부터라도 좋아하는 것으로 먹고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지방 작은 학원에서 강사 생활을 시작하다 능률영어사에서 토익팀을 만든다기에 합류했고 그 곳에서 ‘토익 만점 강사’로 이름을 날리면서 억대 연봉을 받는 강사 반열에 올랐다.


“강의를 하면서 터득한 노하우를 사업화하려고 스피킹 첨삭을 시작했어요. 수강생들 반응이 좋았지만 강사의 시간이 문제였어요. 2분짜리 스피킹을 문자화해서 첨삭까지 하는데 무려 45분이 걸렸습니다. 고민하다가 방법을 찾았어요. 앱을 만든 것이죠. 45분 걸리던 첨삭을 4분 정도로 단축시켰습니다. 스피킹 매트릭스 앱을 만든 토대가 됐죠.”


당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어 왕초보는 물론 이미 수준급에 도달한 사람들에게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가 구글코리아, 아웃백코리아 직원들을 사내 영어강사를 하고 있던 때였다. 영어로 일상 대화를 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외국계 회사 직원들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원금을 내걸고 앱 사용을 권장하기까지 했다.


마케팅 없이 3개월 만에 1000명


앱은 유로로 이용할 수 있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영어의 압박감에서 해방시켜주기 위해 최소 비용을 책정했다. 기간에 따라 이용료를 내는데 한 달에 1만원을 내면 하루 최대 30분 동안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 1년 장기권은 6만원 수준이다. 일대일로 받는 스피치 과외 비용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기한이나 횟수 제약 없이 하루에 청크 하나씩을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만 이용해도 된다.


무료 이용자의 유료 전환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출시 3개월째 가입자 수는 1000명을 찍었다. TV, 라디오는 물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마케팅 등을 전혀 하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일궈낸 기록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라는 자평이다. 수업을 들었던 수강생들은 강사와 만나 공부하는 것과 앱으로 혼자 학습하는 것에 있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소리 내서 영어로 말하지 않으면 절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설계한 점이나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게 하는 것, 자신이 했던 발음을 다시 들려주는 방식 등을 앱에서도 구현했다.


앱을 개발한 유봇의 백성남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앱을 만드는 엔지니어가 수강생들의 학습 데이터를 입력하고 분석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영어 공부가 되는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 상태로 1 대 3 정도의 그룹 수업 효과를 낼 수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1 대 1 수업처럼 만드는 것입니다.”


글 jobsN 김지민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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