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로 모은 2억으로 30억..성공 비결은 '호텔 벨맨'

조회수 2020. 9. 23. 18:17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호텔 벨맨에서 시작해 연 30억 수제버거집 오너가 된 비결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는 수제버거 레스토랑 ‘버거비(Burger B)’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힙한’ 곳이다. 가볍게 맥주 한 잔 하면서 즐길 수 있지만 음식 맛은 꽤 괜찮은 식당이 콘셉트다. 수제버거나 바비큐 등 메뉴는 주로 미국 남부 스타일이 많다. 버거비 2017년 매출은 약 30억원이다.


jobsN은 지난 25일 버거비의 창업주인 최석준(51) 대표를 명동눈스퀘어에서 만났다. 제물포고와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석사를 졸업한 최 대표는 워커힐호텔에서 커리어를 시작, CJ엔씨티 사업부장, 대림그룹 호텔개발 담당 상무 등을 지냈다. (괄호 안은 편집자 주)


대학 졸업 후 입사한 특급호텔…벨맨부터 시작해 현장 익혀


자신의 성공 비결을 묻자 “벨맨(Bell Man·고객을 호텔 입구에서 영접하고 객실까지 수행하는 직원)부터 시작했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 원래 호텔리어가 꿈이었나.

“대학 시절 행정고시를 준비했다가 실패했다. 취업으로 방향을 전환하기로 하고 미국 여행을 갔다. 그곳에서 호텔리어 한 분을 만나서 뉴욕의 고급 호텔을 돌아보면서 이쪽으로 진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 호텔에 벨맨으로 입사한 것인가.

“아니다. 사무직으로 입사했다. SK그룹 대졸공채로 워커힐호텔에 입사했다. 하지만 직무교육(OJT)을 받으면서 보니, 서비스를 모르는 호텔리어는 반쪽짜리라는 생각이 들어 벨데스크 근무를 희망했다. 6개월 정도 벨맨을 하고, 클럽층 서비스담당자(버틀러)로 몇 년 3~4년 일했다. 이후 클럽층 지배인, 식음료팀 과장, 전략마케팅팀장 등을 했다.” 

출처: jobsN
버거비 명동눈스퀘어점.

-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대표적인 업적이 있다면.

“업적까지는 아니고, W호텔서울(현 워커힐비스타) 오픈 태스크포스(TF)에서 근무했다. W호텔 오픈 후에는 라이프스타일 멤버십 ‘루(roo)’의 운영팀장도 했다. (루는 W서울에서 최상위 고객을 위한 멤버십으로, 개인룸 스파 서비스, 골프연습장 이용, 각종 레슨 등을 제공해 관심을 모았다.)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한다는 W호텔 경영방침이 당시에는 꽤 신선했다.”


마흔 살에 떠난 미국 유학…“수학의 정석부터 다시 봐”


- 유학은 왜 갔나.

“호텔산업의 경영진이 되고 싶었는데, 경영 백그라운드가 없어 어려움이 있었다. 업계에서 최고로 치는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싶었다.”


- GMAT(미국 경영대학원 입학 시험) 준비는 안 어려웠나.

“수학이 어려웠다. 수학의 정석부터 다시 보면서 공부했다.”


- 학비는 얼마가 들었나.

“1년 반 동안 학비 11만 달러, 생활비 4만 달러가 들었다. 당시 환율로 도합 1억 8000만원 정도 했다.”


- 나이 들어서 유학을 가는 것이 쉽지가 않았을텐데. 돈을 벌어야 하는 때 아닌가.

“30세에 장가를 갔고, 40세에 미국 유학을 갔다. 당연히 돈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아내가 ‘길게 보자’면서 흔쾌히 동의했다.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유학생 동반자’ 자격으로 미국에 따라가서, 아들이 현지에서 영어를 배우는 비용을 아낀다는 생각도 했다.”


- 코넬대 대학원 수업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맥주와 음식(Beer & Dine)이라는 수업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와인에 음식을 매칭하는 것 위주였지, 맥주에 음식을 매칭하는 트렌드는 국내에 생소하던 시절이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제맥주가 트렌드였고, 좋은 음식과 함께 즐기는 법이 정규 교과목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2억원으로 덜컥 창업한 버거비…“히트 메뉴 개발에 집중하라”


버거비는 2017년 기준 직영점 4곳에서 매출 30억원을 냈다. 지인 사업가들에게 개설해 준 가맹점의 로열티 등은 뺀 수치다. 2009년 창업 첫 해에는 매장 한 곳에서 연 3억6000만원의 매출을 냈다.


- 유학을 다녀와서 창업을 하게 된 계기는.

“바로 창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코넬 졸업 직전에 워커힐 선배에게서 CJ엔씨티 파인다이닝(고급 식음 사업) 담당자 입사 제안을 받아, 면접을 보고 입사했다. 1년 정도 다녔다.”


- 뭘 했나.

“상업공간을 개발하고, CJ에서 운영하는 고급 레스토랑을 관리했다. 인천공항 내 푸드코트인 ‘푸드-온-에어’ 개발도 담당했다. 1년 정도 다니고, 퇴사하면서 2009년 버거비를 창업했다.”


- 창업자금은 얼마였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모아놨던 돈 2억원으로 시작했다. 대출도 좀 받았다.”


- 버거비의 콘셉트는.

“개스트로펍(Gastropub). 펍(pub)과 미식학(gastronomy)의 합성어로 ‘맥주와 고급 요리를 즐기는 식당’이라는 뜻이다.” 


- 첫 오픈이 가장 어려웠을 것 같은데.

“메뉴 개발에 집중했다. 미국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요리학교 출신의 셰프와 함께 미국 주요 수제버거집을 돌아보는 한편, ‘미국 남부식’ 콘셉트에 맞는 요리를 개발했다.”(CIA는 프랑스 르꼬르동블루, 일본 츠지요리학교와 더불어 세계 3대 요리학교로 불리는 곳이다.) 

출처: jobsN
최석준 버거비 대표가 메뉴 '얼티밋 BB 버거'를 소개하고 있다.

- 사업은 잘 됐나.

“처음에 위기를 겪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좋아한다는 ‘파이브 가이즈’처럼, 스스로 재료를 골라서 먹는 ‘빌드 유어 온(Build Your Own)’ 형식으로 메뉴를 구성했다. 하지만 고객들이 햄버거의 재료를 고른다는 콘셉트를 생소해했다. 시행착오를 거쳐 추천할 수 있는 대표메뉴를 3가지 추렸다. 그 때 만든 야채 없이 버섯과 고기 위주로 만든 ‘얼티밋 BB 버거’, 된장 버터를 베이스로 만든 ‘미소 버거’, 훈연한 바비큐를 얹은 ‘멤피스 버거’는 지금도 버거비의 대표 메뉴다. 이후에는 레스토랑이 꾸준히 잘 됐다.”


- 회사와 사업을 병행했던 적도 있었는데.

“버거비를 2009년 창업했고, 2010~13년은 대림그룹에서 호텔개발 담당 상무를 겸했다. 워커힐호텔 때 선배의 호출을 받았다. 호텔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을 적용해 볼 수 있겠다 싶어서, 대림그룹 경영진의 허가를 받아 ‘투잡’을 시작했다. 제주 메종드글래드의 개보수와 서울 을지로 홀리데이인익스프레스의 브랜드 도입 계약 등을 맡았다.”


- CJ와 대림 등 두 곳의 대기업에 간부로 입사했는데, 공교롭게 두 번 다 선배 추천이다.

“그냥 선배가 아니고, 직장상사의 추천이다. 워커힐에서 함께 일했을 때 좋은 기억을 갖고 있었다. 굳이 비결을 꼽자면, 선배와 일할 때 적극적으로 근무하고 많이 아이디어 제안을 해야 한다.


선배들의 ‘체면’을 위한 정보 수집도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가령 내 상사가 레스토랑 오픈 행사에 참석한다면, 그날 메뉴를 미리 받아서 메뉴의 특징과 최신 트렌드 등에 대해 미리 자료를 만들어서 드렸다. 음식 한 입을 먹으면, 관련한 지식이 술술 나올 수 있게 말이다.”


동네마다 ‘수제버거 펍’ 개설 목표…“외식업 어렵지 않다” 


최 대표는 몇 년 전부터 꿈이었던 전국 프랜차이즈화에 나선다. 몇십평 규모의 레스토랑 형태인 버거비 매장의 형태를 깨고, 분식집 크기의 프랜차이즈를 시작한다.  

출처: jobsN
최석준 버거비 대표.

- 동네마다 수제버거집을 내겠다는 것인가.

“영국 같은 곳에 보면 흔히 있는 ‘우리동네 펍’을 지역마다 만들어보고 싶다. ‘버거비 넥스트 도어’라는 이름으로 해볼까 한다. 옛날에는 분식집이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런데 김밥브랜드에 밀리고, 떡볶이 프랜차이즈에 밀렸다. 그나마 있는 동네 호프집은 안주도 천편일률적이고, 맥주도 국산 라거맥주 위주다.


맛있는 양식을 먹으려면 차려입고 꼭 가로수길을 가야하는가. 이걸 바꾸면서 사업 기회를 찾고 싶었다.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가서 맛있는 수제버거와 맥주를 먹는 ‘동네 수제버거 펍’을 만들 계획이다.”


- 외식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외식업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었다. 단편적인 서비스나 음식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외식업을 고객의 라이프스타일로 이해하고, 고객에게 제안한다는 연습을 꾸준히 한다면 해볼만한 업종이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