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린 동기..이 유학파 음대생이 하는 예상 밖의 일

조회수 2020. 9. 23. 18:1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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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 음대생, 위스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냐고요?
글렌피딕 앰버서더 박세미씨 인터뷰
네덜란드 로테르담 컨서버토리 출신
대학 4년 때 마케터로 전직 결심
“다른 길 찾는 음대생들 상담 많아”

음대는 아무나 갈 수 없다. 보통 어린 시절부터 경험을 쌓은 재능 있는 사람들이 간다. 반대로 음대 출신이 다른 일을 하기도 쉽지 않다. 예체능과 일반 전공자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하지만 음대를 졸업했다고 해서 꼭 음악가의 길을 가는 것은 아니다. 음대 출신 기자만 해도 여럿이고, 음대 출신 변호사도 꽤 있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 마케팅팀에서 근무하는 박세미(32)씨도 음대 출신이다. 동작고를 졸업한 박 대리는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 1학년을 마친 뒤 네덜란드로 유학을 갔다. 로테르담 컨서버토리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울트라뮤직페스티벌 기획, 광고대행사 루트2003, 칭따오 맥주 등 주류수입사 비어케이 등에서 근무했다. 지금은 싱글몰트 1위 브랜드 ‘글렌피딕’의 브랜드앰버서더로 일하고 있다. jobsN은 지난 21일 서울 논현동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 사무실에서 박 대리를 만났다.


‘홈리스도 영어를 하는 나라’ 네덜란드


- 네덜란드로 유학은 왜 갔나.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작곡 전공)를 1년 다닌 뒤 유럽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 유학을 떠났다.”


- 경희대 포스트모던학과는 연예인들이 많이 다니지 않나. 당신도 연예인 지망생이었나.

“그렇지 않다. 그냥 평범한 음악학도였다. 물론 선후배 중에서는 연예인들이 있었다. 가수 비가 같이 수업 들었던 선배였다. 동기 중에는 가수 린이 있다.” 

출처: jobsN
박세미 대리. 뒤에 보이는 배경 속 인물은 윌리엄그랜트 영국 본사에서 50년간 몰트마스터로 일한 데이비드 스튜어트다. 지금도 일하고 있다.

- 유학을 가서 전공을 변경했는데.

“로테르담 컨서버토리의 학풍이 좀 그렇다. 기악이 강한 학교이기도 하고, 학부 과정에서는 다들 작곡을 베이스로 하고 악기를 전공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 네덜란드어는 좀 하나.

“전혀 못 한다. 학교 수업도 영어로 다 한다. 네덜란드는 홈리스도 영어를 할 줄 아는 나라다.”


- 학창 시절에는 어떤 사람이었나.

“내가 학교에 들어간 2007년만 하더라도 네덜란드에서 한국을 잘 몰랐다. 한국 하면 북한 이야기가 화두였다. 강남스타일이 히트한 이후에서야 그 때 친구들이 메신저 ‘왓츠앱’으로 ‘강남 스타일을 아느냐’ ‘싸이는 어떤 가수냐’ 등을 물어보더라. 우연찮게 술을 매개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할 일이 많았다. 현지 친구들과 소주를 많이 마셨다. ‘한국의 전통 보드카(Korean traditional vodka)’라고 말했다. 원샷을 해야 한다고 열변했던 것이 생각난다.(웃음) 그 외에는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서 공부했다.”


- 그런데 왜 진로를 바꿨나.

“음악을 공부할 수록, 내 길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처음에는 관련성이 있는 공연기획사에서 인턴을 했는데, 상대적으로 박봉이고 업무도 생각한 것과는 좀 달랐다. 한국 현실에 맞는 공연기획보다는 해외 음악을 수입하는 것에 중점을 두더라. 이후에는 광고대행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갔다. 음악과 관련이 있는 프로모션이나 광고 제작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들어갔다. 거기서는 자동차 프로모션과 이벤트 기획 등을 담당했다.”


- 주류업계에 투신한 이유는.

“광고대행사의 일은 재미가 있었지만, 정작 ‘광고주의 성향’에 좌우되는 것이 흠이었다. 아무리 좋은 기획을 해도 광고주가 싫어하면 실행할 수가 없었다. 2년 남짓 다니고 이직했다. 이직 자리를 구하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음대생 향한 편견 많아…“왜 지원했죠”는 단골질문


인터뷰 중 박 대리는 음대생을 향한 면접관들의 편견에 대해서도 털어놓았다. 안타깝지만 다른 취업준비생들도 여전히 겪을 수 있는 현실이다.


- 이직이 왜 그리 힘들었나.

“전공이 발목을 잡았다. 음대 출신이 왜 지원했느냐는 질문은 기본이다. 어떤 게임 회사에서는 ‘일은 잘 하시는 것 같은데, 전공 때문에 상부에 보고하기가 어렵다’는 말까지 들었다. 전공을 이유로 탈락한 임원면접만 10곳이 넘는다.” 

출처: 윌리엄그랜트앤선즈 제공
박세미 대리.

- 그 외에 받았던 질문은 없었나.

“음대 출신이 허드렛일 하겠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인생 편하게 살았는데 적응 할 수 있었냐는 질문도 있다. 음악 전공과 마케팅이 무슨 상관이냐는 말도 있었다.”


- 비어케이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면접을 본 임원이 음악을 좋아한 덕을 봤다다. 술과 음악이 어울린다는 점도 어필한 것 같다. 입사 후에는 음대 출신의 장점이 더 많았다. 낮술 문화 이벤트 기획안 등을 낸 것이 그렇다. 네덜란드에서는 음대 친구들끼리 재즈클럽 등에서 낮에 공연을 하러 많이 갔다. 국내에서도 못 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어 기획안을 냈고 좋은 평가도 받았다.”


- 음대 출신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나.

“물론이다. 취업스터디, 면접스터디 등으로 하루 종일 바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공부하는 포럼에서도 활동했다. 지식도 늘었고 인맥도 쌓을 수 있었다. 취업 준비 중에는 돈을 벌기 위해 영어캠프 보조강사나 통역 등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다.”


술을 알리는 것이 직업…‘위워크’ 등과도 협업하기도


- 현재 회사에는 어떻게 입사했나.

“글렌피딕과 콜라보레이션해 위스키바를 운영하던 고교 동창이 입사 지원을 권유했다. 적극적 성격이 어울릴 것 같다고 하더라. ‘과대 출신’(경희대 1학년 때 학과 기수대표였음)임을 강조해 합격했다.”


- 브랜드 앰버서더는 무슨 일을 하나.

“우리 위스키를 알리는 것이 내 미션이다. 글렌피딕은 싱글몰트 위스키 분야 1위 브랜드지만, 아직까지 싱글몰트 위스키는 음주 인구가 많지 않다. 아직 안 마셔본 사람도 많다. 위스키의 역사와 풍미를 설명하고 시음하는 클래스를 여는 한편,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도록 다양한 프로모션도 기획한다. 최근 들어서는 여성 소비자들이 싱글몰트바 등에서 혼자 마시는 경우도 많다. 이런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도 나의 몫이다.”


- 다른 브랜드에도 브랜드 앰버서더가 있나.

“물론이다. 글렌피딕이나 맥캘란 같은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들은 물론이고, 블렌디드 위스키 회사도 앰버서더가 있다. 글렌피딕은 나를 포함해 전세계에 27명의 앰버서더가 활동 한다.” 

출처: 박세미씨 인스타그램 캡처
타 국가의 글렌피딕 앰버서더와 함께 찍은 사진.

-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오전에는 문서 작업이 많다. 거래처에서 날아온 프로모션 협의 이메일부터 스코틀랜드에서 온 신제품 개발 내용 공유까지 다양하다. 위스키 클래스 스케줄도 잡아야 하고 이것저것 신경쓸 것이 많다.


오후에는 주로 외근을 한다. 레스토랑이나 바(BAR)를 방문해 협업을 논의한다. 최근에는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와도 콜라보레이션을 했고, 다음달에는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와 프로모션을 할 예정이다. 저녁 시간에는 위스키 클래스 ‘글렌피딕 몰트저니’를 진행한다.”


- 주 52시간 근무는 지킬 수 있나.

“위스키 클래스가 있는 날은 늦게 끝나지만, 칼퇴근 하는 날도 꽤 있다. 최대한 워라밸(일-가정 양립)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 스코틀랜드 본사는 자주 가나.

“1년에 한두번은 무조건 간다. 전세계 각국의 앰버서더들과 함께 시음이나 시향 클래스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본사의 증류소를 방문해 제조 과정을 접하고 블렌더(양조 전문가)와 원액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 위스키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술을 잘 마시나.

“저마다 다르다. 나는 술은 좋아하지만 많이는 못 마신다.”

- 글렌피딕은 어떻게 마시는 것이 좋나. 

출처: 박세미씨 인스타그램 캡처
가운데 있는 잔이 글렌캐런잔이다.

“당연히 원액을 그대로 마시는 것이 맛이나 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영어로는 니트(neat) 또는 스트레이트(straight)라고 부른다. 다만 향이 잘 퍼질 수 있는 ‘글렌캐런(glencairn)’잔 같은 시음잔에 마시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글렌피딕 40ml에 얼음을 가득 넣고 탄산수를 채운 ‘하이볼’ 칵테일로 마시는 사람도 많다. 취향에 따라 라임이나 로즈마리를 얹을 수 있다. 여성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다. 내가 레스토랑에서 하이볼 캠페인을 많이 한다.”


- 향후 계획은.

“맥주 회사에서 3년 근무했지만, 아직까지는 주류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와인이나 위스키 외에도 다양하게 지식을 쌓고 싶다. 최근 영국 주류 자격증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를 취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박 대리는 음대생 중 다른 분야로 진출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한국에서는 음대 출신이 타 분야로 진출하기도, 전공을 살려서 가기도 어렵습니다. 역으로 토익이나 컴퓨터활용능력, 면접스터디 등 준비가 타 전공자에 비해 부족한 것도 사실이죠. 이런 현실을 노력으로 극복해야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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