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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VIP 일등석 탈때 비즈니스석 맨 앞에 앉는 그녀는 누구

조회수 2020. 9. 23. 16: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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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퍼스널쇼퍼 이은정씨 인터뷰
신세계 퍼스널쇼퍼 이은정씨 인터뷰
국내 15명 뿐인 ‘실장급’ 퍼스널쇼퍼
혼자서 억대 구매 고객 250명 관리

국내외 백화점에서 극소수 VVIP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서비스가 있다. 이른바 퍼스널쇼핑이다. 이 서비스 담당자를 퍼스널 쇼퍼라고 부른다. 퍼스널쇼퍼는 말 그대로 ‘맞춤형 쇼핑 서비스’를 해주는 사람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매년 구매액 기준으로 999명을 트리니티 고객으로 선정하고 퍼스널쇼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얼마나 쇼핑을 해야 이 서비스를 받는지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2017년 기준 1억5000만원 선으로 알려져 있다.


999명 중 450명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고객. 이 중에서 약 250명 가량이 신관 3층에 있는 퍼스널쇼핑룸에서 서비스를 받는다. 0.1% 고객은 어떻게 쇼핑을 할까. jobsN은 지난 7일 신세계 강남점 퍼스널쇼퍼 이은정 실장을 만나 VVIP 쇼핑에 대해 들어봤다. 이 실장은 듀퐁 매장 영업사원, 까르띠에 현대백화점무역센터점 점장을 거쳐 롯데백화점 에비뉴엘에서 퍼스널쇼퍼에 입문했다. 이후 신세계백화점에 자리를 잡았다.  

출처: jobsN
7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퍼스널쇼핑룸에서 이은정 실장이 쇼파드 시계를 소개하고 있다. 들고 있는 시계는 1억원대다.

20팀만 볼 수 있는 ‘초대회’…2억원 짜리 시계도 판매


- 퍼스널쇼퍼는 어떤 직업인가.

“VIP 고객의 쇼핑을 1대1로 도와주는 사람이다. 고객의 취향과 예산에 맞게, 원하는 상품을 미리 준비해 스타일을 제안하고 상품의 정보를 제공한다.”


- 상품 정보는 어떻게 제공하나.

“미리 싹 숙지해 놓는다. 단순히 가격이나 제품의 제원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선호하는 브랜드나 취향, 성격, 때와 장소에 따른 의상 콘셉트 연구 등을 병행한다. 같은 고객이라도 파티에 입는 옷과 결혼식에 갈 때 입는 옷의 취향이 다르다. 또한 국내외 패션잡지를 꾸준히 본다. 새 트렌드를 알고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


- 인원은 극히 소수다.

“국내에서는 15명 정도가 ‘실장’ 타이틀로 활동하는 퍼스널쇼퍼다. 신세계에는 본점·강남·대구·센텀시티 4곳에 있다. 롯데와 갤러리아에도 퍼스널쇼퍼가 있다. 실장 외에 밑에서 일하는 어시스턴트들까지 합하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흔한 직업이다. 미국 뉴욕의 유명 백화점 리만마커스에는 퍼스널 쇼퍼가 50명 있다. 물론 미국에서는 퍼스널쇼퍼가 프리랜서 개념으로, 퍼스널쇼퍼룸을 짧게 임대해서 쓰고 수수료를 받는다. 정직원으로 활동하는 국내 퍼스널쇼퍼와는 처우나 활약상이 다를 수 있겠다.”


- 당신은 어떻게 퍼스널쇼퍼가 됐나.

“보석 명품 브랜드 까르띠에 매장에서 좋은 실적을 냈다. 점장으로 일했는데 3년 연속 세일즈 실적 1위를 했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관에서 ‘주얼리 퍼스널 쇼퍼’ 공채가 났을 때 이직 했다.”


- 전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보석류는 자신이 있었지만 패션에서 지식이 부족했다. 롯데와 협업하는 모든 명품 행사를 다니면서 공부했다. 보석 뿐 아니라 잡화와 패션 등 명품 전반을 배웠다.”


- 오늘은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이번 주에 시계 브랜드 쇼파드가 이곳에서 ‘남성 시계 초대회’를 연다. 1억~2억원대 초고가 제품을 보여준다. 하루에 5타임, 1주일 동안 사전 예약한 20팀 고객에게 퍼스널 쇼퍼 서비스가 있다.”


VVIP고객은 명품 업체가 직접 현지 초청…없는 제품은 스페셜 오더도


- 고객이 국내에 없는 제품을 원하면 어떻게 하나.

“일단 스페셜 오더(특별주문) 등 방안을 찾는다. 명품 브랜드 중 상당수는 국내 미출시 제품, 품절 제품, 해외 판매 제품 등에 대한 스페셜 오더 프로그램이 있다. 그보다는 해외 명품 브랜드 초청으로 VVIP 고객들을 모시고 해외에 가는 경우가 많다.” 

출처: jobsN
이은정 실장이 일하고 있는 신세계 강남점 퍼스널 쇼핑룸.

- 언제, 어떻게 가나.

“주로 명품 브랜드에서 초청하면 나와 브랜드 담당자가 VVIP 고객 서너분을 모시고 간다. 최근에는 샤넬에서 하는 파리 주얼리 행사에 다녀왔다. 8월에는 발렌티노가 파리에서 패션쇼를 연다. 작년에는 뉴욕과 스위스의 시계박람회도 다녀왔다.”


- 원래부터 이런 초청이 있었나.

“국내에서는 반클리프앤아펠, 쇼메 등 보석 브랜드가 처음 시작했다. ‘하이주얼리’라 불리는 VVIP 대상 보석 전시회에 한국 고객을 초청했다. 지금은 샤넬·디올·발렌티노·버버리 등 패션브랜드에서도 해외 패션쇼에 한국 VVIP 고객을 초청한다. 대개 정식 출시 6개월 전에 미리 해외 패션쇼를 본다.”


- 패션쇼에서 본 제품은 어떻게 사나.

“패션쇼에서 마음에 든 제품을 주문하면 신세계백화점으로 배송한 뒤 구매할 수 있다. 관세 등 제반 절차는 백화점에서 일괄 처리한다. 의류는 1~6개월 정도 걸리고, 보석은 제작 후 배송까지 1년도 걸린다.”


- VVIP 고객의 해외 패션쇼 방문은 어떻게 진행하나.

“내가 모시고 다니면서 패션쇼와 관광 등 일정을 진행한다. 의전이 가장 중요하다. 다들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부를 이룬 최상위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일등석에 타고, 나는 비즈니스석에 앉는다. 일등석 고객이 먼저 내리는데 이코노미석에 타고 있으면 바로 응대를 할 수 없다. 공항에 내리면서 물 흐르듯 동선이 이어져야 한다. 이후에 특급호텔 투숙 등에서도 부족함이 없어야 한다.”


신흥 비즈니스맨이 고객의 50%…스타일링 클래스 열기도


- 당신의 고객은 누구인가.

“대기업 오너 등 ‘기존 부유층’이 30%, 신흥 비즈니스맨이 50%, 연예인 등 그 외 고객이 20% 정도다. 과거 ‘사모님’들 위주였다면, 지금은 VVIP 고객층이 다소 젊어졌다.”


- 젊은 VVIP들은 어떤 점이 다른가.

“‘쓸 데는 쓴다’는 인식이 조금 더 강하다. 이전에 한 명품 브랜드에서는 VIP 행사를 했는데 1주일 사이에 200억원 어치가 팔리기도 했다.”


- VVIP 고객들은 왜 퍼스널쇼퍼룸을 찾는가.

“다른 곳에선 경험 할 수 없는 강점이 있다. 다양한 명품을 가져다가 한 곳에서 입어보고, 스타일링해볼 수 있다. 예컨대 샤넬의 재킷과 발렌티노의 치마가 내게 어울리는지 함께 입어볼 수 있다. 보석도 마찬가지다. 두세가지 브랜드의 반지를 한 손에 모두 껴보고 비교할 수 있다. 그 외에도 1대1 응대나 다양한 행사, 해외 투어 등 장점도 있다. 버버리 등에서는 신제품 론칭 기념 스타일링 클래스도 연다. 고객을 모시고 모델이 제품을 입어보고, 스타일리스트가 제안을 하는 형식이다.”


- 연 매출은 얼마가 나오나.

“퍼스널쇼퍼룸 내에서만 연 100억 정도의 매출이 발생한다. 매출보다는 VVIP 고객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한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 방을 찾는 250여명의 고객 한 분 한 분이 수억원대 매출을 하는 고객들이다.”


- 고객들과 인연도 길겠다.

“물론이다. 20년 이상 알고 지내는 고객도 있다.”


- 퍼스널쇼퍼 서비스를 받는 중국인 고객도 많나.

“공식적인 중국인 고객은 없다. 퍼스널쇼퍼룸을 이용하는 한국인 고객의 지인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출처: jobsN
흠집이 나기 쉬운 명품을 취급할 때는 장갑을 사용한다.

- 어떤 사람이 퍼스널쇼퍼가 될 수 있나.

“상품기획자(MD) 출신이나 명품 세일즈맨 출신이 많다. 하지만 각 명품에 대한 빼곡한 지식과 VVIP 고객들의 신체사이즈 등 개인적인 면까지 꿰고 있어야 해 공부할 것이 꽤 많다.”


당초 이날 인터뷰는 오후 늦게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오늘 쇼핑을 하고 싶다는 고객과의 ‘번개’ 약속 때문에 3시로 당겨졌다. 인터뷰를 한참 하던 중에도 VVIP 고객의 문의는 이어졌다. 어떤 고객은 “1층에 왔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곧바로 영접을 하러 내려가는 것은 이 실장의 몫이다. 그는 “퍼스널 쇼퍼라는 직업은 119 출동과 비슷한 점도 많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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