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보면, 택배기사·소방관·간호사들에게 '버럭' 못합니다

조회수 2020. 9. 23. 00: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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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들은 왜 그래?" 화내고 싶을 때 보는 이것
‘일하기 싫어증’ 양경수 작가
다양한 직업 그린 ‘잡다한 컷’ 출간
“상대방 일 이해하면 배려 나와”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시죠.”


그림 한 컷에 한마디 말로 직장인의 속내를 시원하게 해주던 미술작가 양경수(35)씨. 인기 그림 에세이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을 펴냈던 그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했던 그림을 모아 최근 다양한 직업들의 애환을 그린 책 ‘잡다한 컷’을 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출처: jobsN
양경수 작가

-작품을 구상한 계기는?

“친구의 경험이 시작이었어요. 마감을 넘긴 4시 10분에 은행에 갔는데 청원경찰이 들어오라 해서 창구에 갔답니다. 그런데 직원이 친절하지 않았대요. 기분이 좋지 않았죠. 그런데 자리에서 일어나는걸 보니 임산부더랍니다. ‘몸도 힘든데 마감 시간을 넘겨 온 고객이 반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들더래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다양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기로 했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보면서도 잘 몰랐던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일상과 애환을 한 컷의 그림에 담았다. 그의 그림에는 업무량이 많아 정작 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복지사, 은행 못가는 은행원, 병가 못 쓰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있다. 승객에게 폭언을 들으면서도 웃어야 하는 승무원,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달리는 택배기사도 있다. 영웅이기 전에 사람인 소방관, 매번 겪는 일이지만 세상을 떠나는 환자들을 볼 때면 운다는 간호사도 나온다.

출처: 양경수 작가 제공
(왼쪽부터) 모든 일 다한다는 복지사, 쉴 새 없이 일하는 간호사

-작업은 어떻게 했나?

“동대문 소방서에서 소방관 6명을 쫓아다니고, 마포구사회복지관 복지사분들과 단체채팅방을 열어 한 달간 이야기도 들었어요. 일할 때 옆에서 스케치하거나 사진으로 찍어서 그리기도 하고요. 소방관들에게 불끄러 들어갈 때 무슨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나, 당연히 들어가는 거지’라고 말하더군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습니다.”


-그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그 사람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공감하는 겁니다. 택배기사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알면 그분들이 왜 초인종만 누르고 연락은 안한다고 무조건 화를 내긴 어려울 겁니다. 개당 수익이 500~700원이고 하루에 100건 이상 배달해야 해요. 시간이 곧 돈인거예요. 상대방의 입장을 조금만 배려한다면 ‘갑질’도 줄어들겁니다.


-공감이 갑질을 줄일 수 있나?

“작은 시작은 될 수 있습니다. 갑질이 거창한데서 오는 건 아니예요. 내가 오늘 편의점 알바생한테 짜증내면, 그 사람은 은행가서 스트레스 풀고, 은행원은 택배기사한테 화풀이하고…. 악순환인거예요. 반대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조금만 배려하면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출처: 양경수 작가 제공
(왼쪽부터) 헌신하는 소방관, 미용사의 고충을 그림 그림

불교미술을 비롯해 15년 넘게 그림 한 길만 파온 그는 자신을 ‘예술하는 노동자’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직업인의 모습을 그린 그림은 해외에서도 공감을 얻고 있다. 4월 ‘일하기 싫어증’을 출간했던 대만에서 ‘잡다한컷’을 곧 출판할 예정이다. 웹툰 연재할 때 받았던 원고료는 자신이 만난 직업군들과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곳에 기부했다. 순직소방관 자녀들, 미혼모 가정 등이다.


-직업이란 뭐라고 생각하나?

“스스로 힘으로 먹고 산다는 건 대단한 거예요. 밥벌이는 숭고한 겁니다. 정당하게 내 시간, 내 노력으로 얻는 거잖아요. 내 직업이 소중하다면, 타인의 일도 존중해줘야 하고요.”


-요즘 다양한 콘텐츠가 많은데, 그림이 가진 힘은 무엇인가?

“그림은 상품 포장, 포스터, 작은 물건 등 어느 것에도 넣을 수 있어요. 문자가 생겨나기 전부터 그림이 있었으니 영상과 글보다도 앞선 콘텐츠죠. 무의식 중에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그림이니까요. 짧은 시간 안에 메시지를 강하게 전할 수 있다는 게 그림의 장점입니다.”


글 jobsN 김민정 인턴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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