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백만원도 힘들었지만, 이젠 천만원 팔아요"

조회수 2020. 9. 22. 21:1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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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키운 반려동물 작품에 담아.. 인기 쏙쏙

“어렸을 때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은 자녀들을 맡길 곳이 걱정이었어요. 어린이집이 끝나고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비는 시간을 책임질 곳이 필요했던 거죠. 마침 동네에 생긴지 얼마 안 된 도예공방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겠다고 한 거예요. 4살 때부터 공방에 다니면서 도예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핸드메이드 쇼핑몰 아이디어스에서 고양이 캐릭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예지 작가는 자신이 도자기와 연을 맺은 건 4살 때부터라고 했다. 미니어처, 양모 펠트 공예도 배우면서 무언가를 만들 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거워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만들었던 도자기가 다시 생각났다. 도예과로 진학했다. 방학 때 무형문화재 스승님을 만나 배움도 배움을 받았다. 도자기가 점점 새롭게 다가왔고, 다양한 디자인적인 요소가 주는 매력에 빠졌다.

출처: 사진 도도해 제공
이예지 작가

혼자 시작한 일이라 챙길 것 많았다


그렇게 이예지 작가는 도자기 굽는 일을 천직으로 삼기로 했다. 하지만 만들어 놓은 제품을 판매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디서 팔아야 하는지를 알지 못했다. 원주에 있는 작은 벼룩시장에 나가서 제품을 판매하는 게 수입의 전부였다.


“그때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았어요. 적자였지만 도자기 만드는 일이 즐거워 계속했죠. 어느 날 벼룩시장에서 만난 촘촘 작가가 아이디어스라는 핸드메이드 장터를 소개해 준 거예요. 전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자기를 알릴 수 있는 기회여서 입점하게 됐죠.”


아이디어스는 등록만 하면 아무나 판매를 할 수 있는 장터가 아니다. 꼼꼼한 자체 심사를 거쳐야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한 달에 10명 정도만 심사를 통과한다. 하지만 이지혜 작가는 아이디어스에서 활동하는 촘촘 작가의 추천으로 무심사 등록이 가능했다. 2016년 여름부터 아이디어스에서 도도해라는 예명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본격적인 활동을 위해 ‘도도해’라는 작가명으로 사업자등록도 냈다. 충청북도 충주에서 살고 있어서 세금이나 법인 운영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뭐든 혼자 준비해야 했어요.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매우 힘들었어요.” 법인 설립 후 초기에는 제작부터 배송까지 혼자 해왔다. 이제는 주문량이 넘쳐 혼자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간단한 포장작업이나 택배 발송은 이제 이작가의 어머니가 직원으로 도와주고 있다.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내다 보니 밤을 새는 일도 잦았다. 이작가는 창업한 준비사항으로 브랜드명, 로고 제작, 택배 물품 준비, 제품 사진촬영, 제품 설명, 포장 준비, 택배사 선정 등을 꼽았다.

출처: 사진 도도해 제공
도자기는 일주일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도자기는 시간이 필요한 제품, 불량 많으면 납기일 못 맞춰


“아이디어스에서 시작한 것은 대단히 운이 좋은 케이스에요. 하지만 초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아 많은 고객들이 불편하셨을 거예요. 초기에 제품을 구매해주신 분들께 언제나 죄송하고 고마울 뿐이죠.”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어도 불량품이 나온다. 가마에 굽는 도자기는 불량품이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다. “보통 도자기를 가마에 넣고 구우면 60~70% 정도만 판매할 수준의 작품이 나와요. 정말 공을 많이 들여 날짜에 맞춰 제작했는데,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죠.” 도자기 제품은 말리는 시간, 초벌구이, 재벌구이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제작일이 적어도 일주일은 걸린다. 고객이 요청한 시간과 싸움인 셈이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만들게 되면 고객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출처: 사진 도도해 제공
고객이 키우는 반려동물 특징을 살린 주문 제작 상품

고객이 키운 반려동물 작품에 담아... 인기 쏙쏙


이작가의 작품에는 고양이나 강아지와 같은 동물들이 있다. 술잔에 기대 있거나 아예 술잔에 빠진 동물들도 인기다. 도도해는 아이디어스에서 ‘술 취한 고양이 술잔’을 2016년 여름부터 2년 동안 1만개 정도 팔았다. 술취한 고양이 술잔 한 개 가격이 8000원이다.


이작가는 처음 도자기를 배운 날부터 동물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래서 동물이 도자기와 함께 하는, 지금까지 사람들이 보지 못했던 작품을 만들어보자는 목표를 삼았다. 고양이를 술잔이나 술병 여기저기에 붙여봤다. 어느 날 친구가 정말 귀여운 술잔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동물이 술잔과 같이 있을 때 가장 귀여울까 고민하다가 술잔 안에 들어가면 동물이 술에 취해 해롱해롱하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탄생한 게 술 취한 고양이다.


이예지 작가는 초기에는 100만원 판매도 힘들었지만, 이제는 한 달 판매 수입만 1000만원 정도 된다. 여유가 생기자 그동안 지켜보기만 했던 길고양이들도 챙겨줄 여유가 생겨 뿌듯하다고 한다. “평소 자주 보이던 길냥이 한 마리가 아파 보였어요. 병원에 데려갔고 아예 식구로 들이게 됐죠. 공방을 하면서 많은 반려동물들의 사연을 접했지만, 직접 키운 건 그때가 처음이에요.”


도도해 작품 중에는 고객들의 사연을 담고 있는 맞춤형 제품들도 많이 있다. 직접 키우는 반려동물의 사진을 보내주면 특징을 잘 살려 표현해준다. 한 고객은 ‘무지개 다리를 건넌’(고양이가 죽었다는 표현) 고양이를 다시 만나게 돼서 너무 감사하며 자주 쓰지는 못하고 장식하고 있다는 구매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도자기가 아니라 하나하나 손으로 만드는 도자기라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힘내라고 응원해주시는 고객, 제품을 받고 나서 너무 좋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면 그날 하루가 행복합니다.”


글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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