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빠듯한 신입들에게 월세 지원해주는 '착한 회사'

조회수 2020. 9. 22. 21: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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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 사원 월세·여행경비 지원해주는 중소기업
광고 대행사 이노레드
경쟁 PT 없애고 직원 행복 챙겨
월세, 인사이트 트립, 동아리 지원

오후 12시, 운동복을 입은 사람들이 라운지에 삼삼오오 매트를 펴고 자리에 앉는다. 앞에 있는 필라테스 강사를 따라 포즈를 잡는다. “수고하셨습니다” 시곗바늘이 1시를 가리키자 각자 짐을 챙겨 흩어진다. 자리에 앉아 일할 시간이지만 사무실에는 사람이 없다. 로비 한쪽에선 음악을 듣거나 소파에 누워 자는 직원도 있다.


광고 대행사 이노레드(INNORED)에서 매주 금요일마다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금요일 점심시간이 두시간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식사를 하고 남은 시간에 각자 원하는 활동을 즐긴다. 필라테스 강사가 올 때도 있고 사내 밴드가 공연을 열 때도 있다.꼭 회사에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당구를 치거나 실내 암벽타기를 하러 가기도 한다. 

출처: jobsN
프라모델 동아리에서 만든 건담 프라모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현우 대표

이노레드는 2007년 설립한 광고 대행사다. 대표적으로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의 캐릭터 티모니를 만들었다.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마이스트로우 캠페인’을 진행해 빨대 붐을 일으켰다. '러브 스트로우' '링거 스트로우' '원샷 스트로우' 등 이노레드가 기획한 5개의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수 4000만 회를 기록했다. 빨대 세트는 이틀 만에 전량 매진이었다. 이 캠페인으로 대한민국 광고대상에서 디자인 부문과 프로모션 부문에서 대상, 온라인 광고 디지털 캠페인 전략 부문 금상을 받았다.


이밖에 2017 클리오 스포츠 광고제 대상, 2018 애드페스트 프로모션 부문 은상·뉴디렉터 부문 동상 등 국내외 광고제에서 받은 상만 수십 개다. 박현우(38)대표와 함께 73명의 직원이 이노레드를 이끌고 있다. 80명도 안 되는 중소기업에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을 jobsN이 들어봤다.

출처: 이노레드 제공
지모닝로그때 찍은 사진(좌), 이노플레이 모습(우)

평균 퇴근 시간 오후 6시 28분


광고업계는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야근은 기본이고 주말에 출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노레드는 다르다. 기업 평가 사이트에서 업무와 삶의 균형 부문에서 5점 만점 중 4점을 받았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지양하기 때문이다. 이노레드 평균 퇴근 시간은 오후 6시 28분. 주말에 출근하려면 따로 신청을 해야 한다. 채널팀 박새롬 대리는 "프로젝트가 있어 일이 많으면 어쩔 수 없이 야근을 하지만 평소에는 일찍 퇴근하는 편"이라면서 “남아있으면 오히려 '왜 야근을 하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노레드에서는 퇴근 후 자기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업무를 즐겁게 하기 위한 복지가 많다. 출근시간은 오전 8시다. 출근이 이른것 같지만 실질적인 업무 시작은 8시 40분이다. 일찍 모여 지모닝로그(Great-Morning-Log의 줄임말)와 체조를 한다. 지모닝로그는 대표와 전 직원이 모이는 자리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찍은 사진이 2000장이 넘는다.


체조 대신 다른 활동을 하기도 한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레크레이션 및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이노플레이', 매주 화요일 오전에는 간단한 영어회화를 배우는 '이노레디'로 아침을 연다. 이외에도 한 달에 한 번 10시에 출근할 수 있는 지각데이가 있다.

출처: 이노레드 제작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마이스트로우 캠페인(좌), 티모니 캐릭터(우)

"귀사의 프로젝트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습니다"


야근과 주말 근무를 줄일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경쟁 PT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행사들은 광고를 따내기 위해 타 대행사와 아이디어 경쟁을 한다. 이를 경쟁 PT라고 부르는데, 이것을 준비하느라 밤을 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현우 대표는 직원들을 위해 경쟁 PT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노레드를 시작하고 3~4년은 다른 광고회사와 같았어요. 야근과 주말 출근이 기본이었죠. 광고는 아이디어 싸움인데 심신이 지쳐 생각할 틈도 없을 것 같았어요. 자기 삶을 찾으면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경쟁 PT 참가를 하지 않았습니다. 광고주 99%가 경쟁 PT를 한다며 문의 하는데 다 거절했어요. 처음 1년 동안 일이 없어 힘들었어요. 시간은 남았습니다. 대신 그 시간을 이용해 기존 고객사에게 2~3배로 인력을 투입해 질을 높였어요. 1년 후 그 결과물을 보고 찾아오는 회사가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노레드는 경쟁PT가 없더라도 자신이 지향하는 조건과 맞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는다. ‘바른 철학을 가진 브랜드·좋은 품질을 가진 브랜드·직원들이 바라는 브랜드·가족에게 추천할 수 있는 브랜드’ 이 네 가지 조건과 맞는 곳이여야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도 고객사에서 이노레드 직원의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과감히 중단한다. 퇴근 시간 전에 일을 맡기고 다음 날 아침에 결과물을 원하는 고객사가 있으면 박 대표가 직접 나선다. 광고업계에서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는 것들이다.


박대표가 담당자를 찾아가 프로젝트를 더이상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한다. 지금까지 10여 개의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그가 이렇게 까다롭게 구는 이유는 직원들의 행복을 먼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광고를 만들어도 구성원이 행복하지 않으면 좋은 회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조건에 맞는 고객사를 찾는 일도 처음엔 힘들었죠. 그러나 갈수록 이노레드와 같은 방향성을 가진 회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이노레드 제공
박새롬 대리는 인사이트 트립 지원받아 애드텍 컨퍼런스에 다녀왔다(좌), 사내밴드 동아리. 사내밴드 동아리. 최근 자작곡을 모아 2집 앨범을 냈다(우).

월세, 스터디, 동아리, 인사이트 트립 지원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직원 개개인의 자기계발을 위한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개인의 성장이 곧 회사의 성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업무에 도움을 줄 만한 전시, 컨퍼런스, 여행 등을 지원해주는 ‘인사이트 트립’이 있다. 여행 계획서를 작성해 신청 후 확인을 받으면 입장권과 10~20만원 정도를 회사에서 지원한다. 다녀온 후에는 경험한 내용을 모든 직원과 나눈다.


사내에서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스터디와 동아리도 있다. 관심사가 같은 사람끼리 그룹을 만들어 활동한다. 월 2회 이상 만나 활동하고 보고서를 올리면 지원금을 준다. 캠페인 팀 남진선 주임은 트래킹 스터디를 6개월째 하고 있다. “구글 애널리틱스(GA)를 함께 공부하는 모임입니다. 얼마 전엔 자격증도 땄어요. 업무에 필요한 솔루션이기도 해서 직장동료를 돕기도 합니다. 동료들이 읽고 따라 할 수 있는 GA 가이드북을 만들 계획입니다.”


자취를 하고 있는 1년 차 신입사원에겐 월세 일부를 지원해준다. 일명 최지윤법이다. 실제 신입사원 이름에서 따왔다. “당시 인턴이었던 친구의 집에 물이 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디 사냐고 물어보니 고시텔에서 살고 있더군요. 월세는 50만원 정도였는데 인턴 월급으로 빠듯할 것 같았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1년 동안 월세 20%를 지원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이 밖에 게릴라 소풍, 시네마 데이, 펀 미팅 등이 있다. 박 대표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관찰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직원이 만족하는 복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한 사람씩 관찰하면 많은 것이 보여요. 처음부터 함께했던 팀원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워킹 페어런츠가 됐습니다. 주말에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고 영화보러 가기 눈치보인다고 하더군요. 업무시간에 영화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시네마 데이를 만들었죠. 이렇게 직원들에게 필요한 것을 늘려갈 때 그 회사만의 특색있는 복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출처: jobsN
박새롬 대리와 남진선 주임

스타플레이어보단 팀 플레이어


이노레드는 인턴십 ‘이노라이더’를 통해 신입사원을 뽑는다.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 인턴 6개월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전환율은 80% 이상이다.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팀워크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팀의 화합을 망치는 사람이라면 뽑지 않는다. 6개월 동안은 인턴들도 이노레드가 일하기 좋은 곳인지 판단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이노라이더를 통해 입사한 남진선 주임은 수평적인 문화 덕분에 입사를 결정했다.


“인턴이지만 전체 회의시간에 아이디어를 마음껏 얘기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이상한 의견이라도 들어주고 피드백을 줬어요. 회의시간뿐 아니라 애런(박현우 대표 영어 이름)과 직접 얘기할 수 있는 시간도 따로 있습니다. 언제나 누구든 자신의 의견을 편히 말할 수 있는 회사라는 게 좋았습니다.”


직원의 행복을 우선시하는 박 대표의 목표는 하나다. 이노레드와 같은 기업이 많아져야 한다. “팀원을 사랑하는 문화가 모든 기업에 퍼졌으면 합니다. 야근과 주말 근무가 없고 영화 보는 날이 있는 회사가 더 이상 뉴스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이노레드가 하고 있는 복지나 운영 방식이 좋다면 언제든 따라 해도 좋습니다. 선한 영향을 주는 회사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글 jobsN 이승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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