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대체 하기 어렵다는 '고소득·유망' 이 직업은?

조회수 2020. 9. 22. 21: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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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 청소

봄이 되면 ‘꽃 단장’을 하는 곳이 있다. 건물 외벽이다. 지난겨울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찌든 때를 벗겨 내야 한다. 물론 건물 외벽 청소가 단순히 미관을 개선하는 작업은 아니다. 건물 자체의 수명도 늘려주는 중요한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지난 3월 중순부터 몰려드는 일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외벽청소 경력 10년의 김경환(49)씨는 “많은 젊은이가 외벽청소일에 도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들에겐 그저 ‘위험한’일로 보이지만, 그에게는 힘겨웠던 시절 외벽 작업 로프는 다시 일어설 기회를 준 ‘동아줄’이었다는 게 그의 얘기다.


30대 후반에 건물 외벽 청소에 뛰어들다


-30대 후반 늦은 나이에 외벽청소 일을 시작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원래 나는 운동하던 사람이다. 태권도를 했는데 체육관도 운영하고 있었다. 근데 IMF가 터져 체육관을 정리해야 했다. 뭘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이것저것 해보며 직장을 여러 번 옮겼는데 정착이 어려웠다. 그때 지인이 외벽청소 일을 한다고 해 무작정 따라다니며 일을 배웠다. 그리고 이 일을 하게 된 지 10년이 되었다.”

출처: 본인 제공
건물 외벽 청소 10년차 김경환씨

-위험한 직업이다. 가족들이나 주변에서 걱정이 많았을 것 같은데.

“처음 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아내가 많이 말렸다. 아무래도 위험한 일이다 보니 걱정이 많았을 거다. 하지만 당시엔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 이 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반대에도 일단 일을 다녔다. 다니면서 아내를 설득했다.”

출처: 김경환씨 제공
신축 아파트 외벽을 청소하는 사람들

-로프에 매달려 외벽청소를 한 지 10년이다. 이 정도 경력이면 작업을 할 때 두려움이 덜 하나?

“아무래도 처음보다는 그런 편이다. 근데 내 경우에는 처음부터 딱히 무섭지는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고층이고 저층이고 외벽청소를 할 때 가장 두려운 순간은 로프를 매고 작업의자에 앉을 때이다. 그 순간이 지나고 로프에 매달려 있을 때는 오히려 안정적이다. 일 배운다고 따라다니는 사람 중 처음 옥상 난간을 넘어 이 작업의자에 앉지 못해 결국 포기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성수기·비수기 차이 있고, 위험하지만 고소득


-일을 어떻게 계약하고 급여는 어떤 식으로 측정되는가?

“한번 작업을 시작하면 10층 이하의 건물은 30~40분 정도 걸리고 30층 정도 건물은 한 시간 반은 잡고 해야 한다. 건물마다 걸리는 시간은 다르지만 보통 급여는 건당 20~25만원 선에서 결정된다. 청소에 필요한 세제 등 약품비와 필요한 인력의 수 등을 계산해 견적을 넣어 계약하기 때문에 급여는 거의 이 정도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보면 된다. 작업 강도나 소요 시간과는 별개다. 비수기엔 10~15회 정도, 성수기엔 25건 정도 일을 한다.”


-업계의 근무 환경과 복지 수준은 어느 정도 인가?

“근무환경은 어디를 청소하는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안전장비 같은 경우에도 그렇다. 복지의 경우 흔히 말하는 ‘생명수당’이 아까 말한 급여에 포함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외벽 청소라고 해서 특별한 복지는 따로 없지만 일단 일당이 워낙 세니 이것저것 포함된 것보다 많을 거다. 또 작업 시작 전 20~30분가량 안전교육을 한다. 이 외의 복지라고 하면 대기업의 건물을 청소하는 경우 안전 보장을 위해 옥상에 안전관리자를 배치하고 로프도 아무나 풀 수 없도록 자물쇠를 더 걸어준다. 또 외부인이 못 들어오도록 옥상에 안전문을 설치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작은 시공사나 오래된 아파트 등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할 경우 이러한 장치들이 미비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하면서 위험한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나도 그렇고 동료도 그렇고 작업 중 떨어져 다치는 순간은 한 번씩은 다 있는 것 같다. 나는 로프에서 떨어진 건 아니지만, 작업 마무리를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갔다가 2층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 오히려 로프 작업보다 사다리가 위험하다. 낮은 층이라 긴장감이 덜한 것도 있고 로프 작업을 할 때보다 장비도 덜 갖춰 그런 것 같다. ”


“어려운 작업일수록 보람도 커”


-작업할 때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지?

“페인트나 실리콘 등 청소 외의 작업을 할 때에는 괜찮지만, 청소를 하는 경우에는 물을 계속 써야 한다. 이때 고무호스를 가지고 로프를 타는데 이 무게가 상당하다. 호스의 무게는 건물이 높아질수록 당연히 더 길고 무거워진다. 10층 넘어가면 70~80m 정도 된다. 무게에 대한 부담만 있는 게 아니다. 외벽 작업엔 주로프(18~20mm)와 보조 로프(16~18mm) 두 가지를 활용한다. 그런데 이 두 로프 중 하나라도 호스에 엉킨다면 매우 위험해진다. 또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는 함께 작업하는 동료의 로프와 엉키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러면 작업자 둘 다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부닥친다. 그래서 바람이 심한 날은 작업을 멈추기도 한다.”

출처: 김경환씨 제공
건물 외벽 청소 중인 사람들

-10년 동안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

“한 6시간 정도 로프에 매달려 있었던 적이 있다. 화재가 난 건물을 청소했을 때다. 4층에서 불이 났는데 옥상에서부터 내려오니 점점 그을음이 심했다. 그래서 밥은커녕 물도 못 마시고 6시간 내내 그을음을 닦아냈다. 학교 가는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섰는데 청소가 끝나니 애들이 집에 오고 있었다. 또 요즘은 외관이 특이한 건물들이 많은데 특히 스카이라인 같은 고층 통유리 건물이 작업하기 정말 어렵다. 하지만 끝내 놓고 보면 그만큼 더 많이 돌아보게 되고 기억에 남는다. 다른 일들도 다 그렇겠지만, 고난도 작업일수록 보람이 크다.”


-지난해 아파트 주민이 외벽 작업자의 로프를 끊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때 심정은 어땠는지?

“그 사건을 보고 작업할 때 소음 등 더 신경이 쓰여 조심했다. 사실 외벽 청소를 하다 보면 행인이나 주민들과 크고 작은 시비가 종종 붙는다. 물 호스로 청소를 하면 아래로 물이 튈 수밖에 없는데 어쩌다 물이 튀면 소리를 높이는 행인들이 있다. 저런 사망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 또 작업도 최대한 빨리 마쳐야 하다 보니 우리 작업자들 입장에서는 화가 난 사람들이 그냥 지나갈 때까지 사과하는 방법밖엔 없다.”


-이 일을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아르바이트로 경험해 보려는 사람들에게 조언 한 마디?

“외벽 청소일은 젊은 친구들에게 직업으로서 추천하고 싶다. 일단 현재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50대이기 때문에 젊은 친구들이 시작한다면 경쟁력이 있다. 일자리도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또 10여년 전에 외벽청소 로봇이 나왔는데 상용화되지 못했다. 상용화에 성공한 터널 청소 로봇의 경우 터널은 어느 정도 규격화가 되어 있지만 건물은 그 크기나 모양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로봇이 작업하기에 한계가 있다. ‘건물 청소는 사람 손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건물주와 업계의 의견이다. 이 일을 로봇이 대체하는 것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전망이 밝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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