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만원으로 10억..도시락에서 밥 빼서 대박친 남자

조회수 2020. 9. 22. 21: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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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반찬배달 업체 '키즈락' 심종훈 대표
어린이 반찬배달 업체 ‘키즈락’
창업한 키즈락 심종훈 대표 인터뷰
“대기업이 없는 분야를 노려라”

창업을 꿈꾸는 사람은 크게 두 부류다. 기업을 일궈서 큰 꿈을 이뤄보겠다는 사람이 한 부류다. 다른 부류는 내가 잘 하는 일로 나만의 직장을 만들어가겠다는 사람이다. 심종훈(44) 키즈락 대표는 두 번째 부류다.


그의 회사는 크지 않다. 경기도 고양시 삼송지구에 있는 한 빌딩에 제조시설 겸 사무실이 있다. 하지만 빚도 적다. 대출 7000만원이 전부다. 한 달에 1억원 정도 매출을 내고 있다. 꾸준히 키워가기에는 무리가 없는 구조다.


아이템은 ‘어린이 반찬’. 판로를 뚫기도, 레시피를 만들기도 까다로워 보이는데 결국 안착에 성공했다. 서울과 경기도는 제휴업체를 통해 당일 새벽 배송을 하고, 제주도를 제외한 나머지 전국 지역에는 택배로 배송을 한다. jobsN은 지난 14일 심 대표를 만나 창업 스토리를 들어봤다.   

출처: jobsN
심종훈 키즈락 대표가 반찬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왼쪽이 포장된 상태의 어린이 반찬, 오른쪽은 반찬을 전자레인지에 데운 모습이다.

디자이너 출신, 외식사업부 발령이 창업 기회로


그는 디자이너 출신이다. 충암고와 세명대 의상디자인학과, 성균관대 디자인대학원(석사)을 졸업했다. 졸업 후 심씨는 2003년 재능교육의 디자이너로 입사했다. 교재 디자인 개선, 마케팅 등을 맡았다.


하지만 2010년 외식사업 담당으로 발령받으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방문교육이 주력 사업인 재능교육에서는 당시 신성장동력으로 외식사업을 검토했다. 이에 심 대표는 서울시청 앞 재능교육 빌딩에 들어갈 신규 사업을 구상했다. 한정식집·커피숍 등을 구상했지만,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실행하지는 못했다. 공유오피스 겸 커피숍 형태의 사업을 잠깐 론칭했지만, 1년만에 타 기업에 사업을 매각했다.


이후 심씨는 다시 한 번 인사발령을 받았다. 자산운용팀으로 갔다. 재능교육이 혜화동에 세운 신사옥의 건물을 활용하는 일이었다. 외식사업을 다시 한 번 검토했지만, 역시 검토만 하다가 끝났다. 함께 준비했던 직원식당 프로젝트만 실행할 수 있었다.


그렇게 검토만 5년 가량 하다 끝난 심 대표의 ‘외식 꿈’은 결국 그를 퇴사하게 만들었다. 외식을 잘 해보면 좋은 사업이 될 것 같았는데 아까웠단다. 아들 하나 둔 아버지로서 어린이 먹거리에 대해 관심도 많았다고 한다.


‘캐릭터 도시락’은 실패…재빨리 ‘반찬’으로 아이템 전환


2013년 3월 심 대표는 회사를 나왔다. 세금 떼고 남은 퇴직금 4000만원을 갖고, 같은해 4월 경기 고양시 일산의 66㎡(20평) 남짓한 사무실에 혼자 회사를 차렸다. 퇴사 당시 구상했던 캐릭터 도시락 사업을 시작했다. 아침에 밥을 챙겨먹지 못하는 어린이를 위한 도시락이다.


하지만 수익성이 낮았다. 만화 캐릭터 모양으로 반찬을 예쁘게 만들려니, 도시락 1개를 만드는데 1시간이 걸렸다. 도저히 사업성이 안 나와서 일반 도시락을 만들어 팔았지만, 경쟁자가 너무 많았다. 당연히 돈을 남기기 어려웠다. 7000원짜리 도시락을 팔았는데, 배송 업체를 쓰려니 개당 3000원을 배송비로 써야 했다. 그래서 혼자 서울과 경기도 전역을 누비면서 새벽에 도시락 배달을 했다. 월 100만원의 매출로 혼자서 안간힘을 썼다.  

출처: jobsN
14일 경기 고양 동산동 키즈락에서 심종훈 대표가 위탁급식용 식판을 검수하고 있다.

결국 심 대표는 업종을 전환했다. 밥은 빼고 반찬의 크기는 키웠다. 지금 주력 상품인 ‘키즈락’ 반찬배달이다. 1만4000원을 내면 어린이 1인이 3끼 먹을 수 있는 반찬(반찬 4종+국)을 배달해 준다. 심 대표는 영양사 및 조리실장과 함께 어린이용 반찬 80여 가지를 개발했다. 염도는 학교 급식기준에 맞게 0.6%로 맞췄고, 인공조미료는 일절 쓰지 않는다.


그런데 생각하지 못한 분야에서 대박이 터졌다. 단체급식이었다. 일산 지역에 있는 한 영어유치원에서 키즈락에 점심식사 단체급식을 위탁했다. 영어유치원 중 상당수는 도시락을 배달시켜 먹었는데, 어린이 전문 반찬업체라는 이야기를 들은 한 유치원장이 “어린이용으로 식단을 짜서 납품하라”고 요청한 것이다. 1인당 4500원짜리 단체급식 상품을 부랴부랴 개발해서 납품했다. 이후에 입소문이 나서 일산 지역의 영어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잇달아 주문이 들어왔다.


방학기간 위탁급식도 그에게는 큰 효자 상품이다. 요즘 초등학교에서는 방학기간 1~2학년들을 위한 돌봄교실을 운영한다. 초등 1~2학년 아이들이 방학기간(여름방학 1개월, 겨울방학 2개월)에도 추가로 학교에서 교육받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제도다. 약 50명 남짓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 급식시설을 돌리기는 힘들다. 그래서 심 대표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서울 목동의 한 초등학교에 납품을 한 이후, 입소문 덕을 봤다. 2017년 겨울방학 기준 양천구와 강남 지역 초등학교 50곳에 점심 단체급식을 납품했다.


2017년 키즈락의 매출은 6억8000만원이다. 개인 고객 매출이 1억3000만원, 단체급식 고객 매출이 5억원이었다. 2018년 5월 기준 직원은 정규직 9명, 시간제 배송계약직(아르바이트, 하루 3시간 근무) 5명 총 14명이다. 2017년에는 정규직 8명, 시간제 배송계약직 2명이었다.


2018년 들어 키즈락은 1~4월 기준 월 평균 매출 7000만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10억원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시작한 노인 대상 반찬 배달 사업 ‘실버락’이 새로운 매출을 일으켜 줄 것으로 심 대표는 기대한다. 그는 “부모님께 반찬을 만들어보내고 싶지만 시간이 없는 현대인을 위한 ‘원격효도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주1회 일반 반찬 상품이 월 8만8000원이다.


“대기업과 경쟁하면 절대 승산없어. 나만의 길 찾아야”


사업 초기인 반찬 제조사의 대표는 고달프다. 지금도 아침 7시에 출근해 저녁 7시까지 쉴 새 없이 일한다. 그래도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생각에 저녁 7시에는 무조건 퇴근한다고 한다. 그런데 왜 어린이 반찬, 어르신 반찬일까. 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일반적인 반찬배달 시장은 대기업을 포함 경쟁자가 많습니다. 하지만 어린이나 어르신 반찬 시장은 경쟁자가 적습니다. 대기업이 들어올 시장 규모가 아닙니다. 그래서 양 극단에 있는 시장을 타깃으로 삼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5세 아들을 둔 맞벌이 아빠로서, 아이 식단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게 돈이 되겠다 싶었어요.”


물론 심 대표도 ‘큰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반찬 시장과는 별도로, 스낵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김자반’을 아이템 삼아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려고 한다. 기름기를 최소화해 김자반을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한다. 반찬 제조를 위해 구입했던 3000만원 짜리 오븐 3대를 활용해 생산에 들어간다. 고수 등 동남아 식재료의 향을 가미해 현지 수출을 노린다는 포부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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