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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폭력’ 다른 느낌? 대한항공과 LS 오너의 차이

폭력으로 지탄받는 기업, 폭력으로 잘 돌아가는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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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N 작성일자2018.05.17. | 292,646 읽음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 사태 때 잡지로 승무원의 머리를 내려쳤다고 합니다. 차녀인 조현민 전 전무는 협력업체 직원에게 컵을 던졌습니다. 자매의 어머니는 자신의 갑질 폭행 논란이 이어지자 ‘일부 폭행을 사죄한다’는 자료를 냈습니다. 재계 순위 14위 한진 그룹 일가 나아가 그룹이 마치 폭력 집단처럼 느껴집니다. 

조현아(좌), 조현민

출처 : 조선DB

우리나라 재계에는 폭력 덕분에 잘 돌아가는 기업집단이 또 있습니다. 주인공은 바로 재계 순위 17위 LS그룹입니다. LS그룹은 이해하기 어려운 지배구조를 가진 회사입니다. 지분 구조가 복잡하고 형제가 많아 싸움이 일어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잡음 없이 잘 돌아갑니다. LS산전 구자균 회장은 “형들에게 많이 맞고 컸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003년 LG에서 떨어져 나온 LS그룹은 특이하게 사촌들이 돌아가면서 그룹 회장을 맡습니다. LS그룹은 LG그룹 창업주인 고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구태회(넷째), 구평회(다섯째), 구두회(여섯째) 형제의 2세들이 계열사를 나눠 맡는 '사촌 경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구태회·구평회 명예회장 형제 일가는 LS그룹 지주회사인 LS의 지분을 40%씩 나눠 갖고 있습니다. 나머지 20%는 구두회 명예회장 일가가 가지고 있습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왼쪽부터), 구자균 LS산전 회장,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

출처 : LS 제공

구태회 회장의 장남인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LS그룹 회장을 지냈습니다. 현재 LS그룹 회장으로 전체 계열사를 책임지는 사람은 구평회 회장의 아들인 구자열 회장입니다. 나중엔 구두회 회장의 아들인 구자은 LS엠트론 부회장이 LS그룹 회장을 맡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회장님들은 아드님에게 회사를 물려줍니다. 그러나 LS는 예외입니다. 10년 회장을 하다가 사촌에게 회장 자리를 넘겨 줍니다. 구자홍 회장 10년, 구자열 회장 10년, 다음엔 구자은 회장일 가능성이 큽니다. LS는 이런 회사 경영 방식을 파트너십 경영이라 부릅니다.


구자균 회장은 어린 시절 구자열 회장에게 많이 맞았다고 합니다. 프로레슬러 김일을 아시나요? 레슬링이 엄청난 인기였던 시절 어린아이들에게 김일은 영웅이었습니다.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회장과 차남 구자용 E1 회장, 삼남 구자균 회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불 깔아”


그 시절 레슬링이 끝나면 이불 펴고 그 위에서 그날 본 경기 흉내 내기가 유행이었습니다. 다른 집 아이들처럼 구평회 회장 집 3형제도 레슬링 경기가 끝나면 바로 복습을 시작합니다. 구자열 회장이 동생들을 집합시켜 이불 위에서 그날 TV에서 본 기술을 갈고 닦습니다.


꼭 레슬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1966년 김기수 선수가 한국인 최초로 WBA 주니어 미들급 챔피언 자리에 오른 날은 권투 경기가 벌어졌습니다. 어느 날 형제들은 무서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구자열 전 회장이 합기도를 배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구자균 회장은 “형님이 도장에서 새 기술을 익히면 매번 집에서 실습을 했다”고 했습니다.


구자균 회장도 힘으로 남에게 질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대학교수 시절 학생들, 회사에선 직원들과 수없이 팔씨름을 했고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사람입니다. 유도·역도·농구 등 다양한 운동을 했고 소시적 학교 대표로 장충체육관에서 날아다녔습니다. 형이라도 이유 없이 때리면 싸울 법도 합니다. 제대로 붙었으면 볼만했을 텐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거꾸로 구자균 회장은 오히려 “형이 안 놀아줄까 봐 늘 조바심이 났다”고 합니다. 이런 형·동생의 관계는 구평회 회장 일가만 해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자균 회장은 집안 제사가 16번이라고 했습니다. LG·LIG·LS 형제들이 다 모이는데 숫자가 엄청납니다.

출처 : 구태회 전 명예회장 미수연

‘자’자 항렬 형제만 23명이라고 합니다. 구자균 회장의 서열은 이 가운데 22번째입니다. 구자균 회장은 “모이면 같이 뛰어놀았는데 형들이 기합도 많이 줬다”고 회상합니다. 그래도 동생들은 ‘형’을 목 놓아 부르면서 따라다녔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서열, 위계질서 같은 사회화 과정을 겪은 것입니다.


또 구자균 회장은 “우리 집안 사람들 모두 군대를 갔다 왔다”며 “구타, 화장실 청소, 겨울에 얼음 깨고 들어가 기합받기 남들 당하는 건 다 당하고 거꾸로 나중에 기합을 주기도 했다”고 했습니다. 그는 회사에 분쟁이 없는 이유를 “형제들이 갑을 관계의 순환을 경험해 봤기 때문”이라고도 설명합니다.


어린 시절엔 형들에게 맞다가 나중에 다시 동생들을 때리고, 중·고등학교나 군대 시절 선배들에게 맞고 기합받다가 후배를 굴리기도 한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구자균 회장 이야기를 다룬 기사에 붙은 댓글을 보면 구 회장은 군 생활 초반에 상당히 고생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조선일보 기사 댓글 캡처

많이 맞고 때리면서 자란 구 회장은 직원들 챙기기에도 신경을 씁니다. 고려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가 교수직을 버리고 회사로 온 뒤 2년에 걸쳐 180개에 달하는 사내팀 전부와 소주 회식했답니다. 회사 인사 담당 임원은 회장이 사내 인사정보시스템 최다 접속자라고 말했습니다. 수천명 회사 직원 얼굴을 익히고 만나면 할 이야기를 찾기 위해 하루 1시간 이상 시스템을 뒤집니다.


구자열 회장에 이어 다음 그룹 회장을 맡을 가능성이 큰 구자은 부회장은 어떨까요? 23명 ‘자’자 항렬 형제의 막내인 그는 계열사 최고영경자(CEO)를 맡은 해 신입사원 면접 후 합격자 전원에게 일일이 축하카드를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에 들어와 줘서 고맙다’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대표 협박해 돈 뜯은 신입사원


파격적인 행동이라 재밌는 사건도 많았습니다. 한 신입사원은 “구자은 ‘차장’이 입사 축하 전화를 했다”고 선배에게 말했다가 “대표 이름도 모르느냐”고 구박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장’을 ‘차장’으로 잘못 알아들은 것입니다. 제일 유명한 사건은 축하 전화를 건 구 부회장에게 10만원을 뜯어낸 신입사원 이야기입니다.


구 부회장이 전화로 이야기하다가 한 신입에게 “혹시 다른 회사에도 지원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내일 다른 회사 면접을 보지만 붙어도 LS에 입사하겠다”고 했다고 합니다. 구 사장은 “면접도 보지 말라”며 “가지도 않을 회사 면접을 왜 보느냐”고 다그쳤습니다. 그 사원은 왜 다닐 마음도 없는 회사 면접을 보는지 털어놓습니다. “면접비를 받아 친구들과 술을 먹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구 부회장은 “두배를 줄 테니 면접장에 갈 생각도 하지 마라, 통장번호를 부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면접비의 2배를 보냈습니다. 구 부회장은 “마음에 쏙 드는 친구라 꼭 같이 하고 싶었고 내 마음에 들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해 다른 회사 면접장에 가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신입 사원 행사에 참석해 같이 밥을 먹고 술잔을 기울이기도 합니다. “정성을 기울인 만큼 직원들에게 더 애정이 간다”고 했습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신입사원에게 직접 회사 배지를 달아주고 있다.

출처 : LS그룹 제공

땅콩회항 사건 당시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직원을 노예처럼 여기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건”이라고 했습니다. 세 모녀 모두 들으라고 미리 한 말 같지만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잡지로 때리고 물컵 던져도 사람 다치는 일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합기도, 레슬링이 더 위험해 보입니다. 문제는 사람을 대하거나 다루는 태도입니다.


글 jobsN 에디터 B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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