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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절반으로 깎이고도..50대 전무님이 뛰어든 곳은?

조회수 2020. 9. 22. 21: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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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백 오픈서베이 리서치서비스 담당 이사

20대가 주류를 이루고, 30대면 노땅 소리를 듣는 업계. 40대면 찾아보기 어렵다는 스타트업에 50대, 그것도 세계적인 리서치기업 밀워드브라운에서 전무까지 한 사람이 뛰어들었다. 그가 일하는 곳은 모바일 리서치 스타트업 오픈서베이. 입사할 때 아무런 직함도 달지 않았다. 20살 어린 직원들은 그를 JB라고 불렀다.


영화 인턴의 주인공 로버트 드 니로처럼 자신의 연륜을 발휘하며 젊은이들과 어울려 새로운 인생 2막을 그려 간다. 박종백씨는 53세의 나이로 일반 기업이었으면 정년을 앞두고 있을 시기에 사원으로 입사했다. 월급은 이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출처: 사진 jobsN
박종백 오픈서베이 이사

오픈서베이는 설문조사나 여론조사를 스마트폰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실행하는 스타트업이다. 패널을 세밀하게 나눠 조사에 맞는 조사대상을 선정한다. 오픈서베이는 현재 모바일 설문조사 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연봉 반으로 줄여 스타트업 선택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면..."


“모바일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이전 회사에서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보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모바일 전문으로 조사를 하는 기업에서 제안이 왔어요. '이게 내 마지막 도전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50이 넘은 나이에 스타트업에 합류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신이 평생 일해온 직종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오픈서베이와 함께 제안을 받은 다른 대형 리서치펌도 있었어요. 그곳에서는 전 직장과 비슷한 대우를 해준다고 했어요. 오픈서베이는 전 직장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의 연봉을 제시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곳',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곳'이라는 두가지 기준을 놓고 선택을 해보니 자연스럽게 오픈서베이로 마음이 향하더라고요.”


전 직장도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원칙으로 재수 끝에 입사했다. 그곳에서 20년을 보내고 명예퇴직을 선택했다. 후배가 차린 회사를 일 년 반 정도 거들어주다가 작년 5월 오픈서베이에 합류했다.


그는 최근 리서치서비스 담당 이사란 직책이 달린 명함을 달고 다니기 시작했다. 고객사를 만날 때 마땅히 부를 호칭이 없자 이사를 선택한 것이다. 보통 기업에서 이사는 임원이 되기 직전 단계의 고참 부장들에게 주는 타이틀이다. 고객사를 만났을 때 이전 직책인 전무는 부담스러워했다. 실무진도 큰 부담 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직함이 이사일 것 같았다.


실제 직책도 올랐다. 아무 직책도 없던 그에게 1년만에 팀장이라는 직책이 생긴 것이다. 

출처: 사진 jobsN
박종백 이사는 독립된 개인 사무실이 아니라 팀원들과 나란히 앉아 업무를 본다

입사 첫날 혼자 정장입고 출근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 니로는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혼자 정장을 고집했다. 박이사의 첫 출근 모습도 로버트 드 니로와 비슷했다.


“입사 첫날 오리엔테이션에 다들 편한 차림으로 왔더라고요. 저 혼자 정장에 넥타이까지 하고 왔죠. 부끄러운 마음도 컸지만, 앞으로 이 친구들과 지낼 생각을 하니까 긴장도 되더라고요.”


박이사도 다음날부터 청바지에 캐주얼한 차림으로 출근했다. 정장을 다시 안 사도 된다고 이야기했더니 아내도 좋아했다.


박이사가 첫날 입고 간 정장은 사무실에 보관함에 들어있다. 중요한 고객사 미팅 때만 갈아입는다고 한다.

출처: 사진 jobsN
박이사는 생일에 '박종백 만세'라는 글이 적힌 리본이 달린 화분을 딸에게서 받았다

“누구보다 딸이 좋아했어요. 새로 다닐 회사 평균연령이 30대 초반이라고 하니까 ‘아빠 젊어지겠다’라면서 박수까지 치더라고요. 생일이었는데 ‘박종백 만세’라는 화분을 회사로 보내기도 했어요. 딸이 25살인데 우리 팀에도 25살 친구가 있어요.”


딸 또래 후배들과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는 일에 대해 박이사는 ‘복받은 일’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호칭도 JB라고 부르는데 전 회사에서도 본사 직원들이 JB라 불렀기 때문에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실수해도 감싸주는 동료있어 행복


딸 또래 후배들과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는 일에 대해 박이사는 ‘복받은 일’이라고 말했다. 회사에서 호칭도 JB라고 부르는데 전 회사에서도 외국인을 상대할 때 JB라 불러서 큰 어색함은 없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동료들에게 배울 기회가 다시 생겨났다는 점도 흥미진진했다.


“이곳에 와서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그걸 어린 친구들이 수습해 주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그런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방법도 알려줬어요. 실수를 했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보완하는 문화가 있는 것이죠. 서로 실수를 감추지 않고 다 같이 해결하는 자세를 보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스타트업으로 옮긴 또 한가지 장점은 표정이 밝아졌다는 점이다.


“고객 미팅을 가면 ‘왜 그렇게 젊어졌냐?’고 묻는 경우가 많아요. 아쉬운 것도 없고, 정말 젊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니 마음도 얼굴도 젊어졌어요.”


오픈서베이가 박이사에게 합류를 제안한 이유는 간단했다. 오픈서베이는 리서치 기업이지만 사람은 리서치 전문가가 아닌 IT 관련 인재가 많았다. 고객사가 원하는 방식과 이들이 풀어내는 방식이 달라 서로를 조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설문조사 관련 쏟아지는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것도 박이사의 몫이다.


팀장이 된 박이사에게는 또 한가지 임무가 주어졌다. 주니어 팀원들이 조직생활과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다.


여기에 또 한가지 자신만의 목표도 있다.


“나이 50넘어 스타트업에 간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다들 의아하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가 롤모델이 돼서 스타트업에 도전하는 50대를 더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시니어가 관리자가 되면서 정치만 하는 기업문화가 바뀐다면 50대 시니어의 전문성이 더 빛을 볼 날이 올 겁니다.”


글·사진 jobsN 최광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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