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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육해공 훈련 다 익힌 청와대 첫 여성 경호원이었습니다

조회수 2020. 9. 22. 22: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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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여성 청와대 경호원이 10년 만에 찾은 새 직업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 주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전직 청와대 경호원 이수련(37)씨가 경호했던 국가 원수들이다. 그는 2004년 청와대 첫 여성 경호원으로 뽑혀 10년간 근무했다.


안정적이면서도 전문성을 인정받는 청와대 경호원. 아랍에미리트 왕세자를 경호할 때 수행원에게 청혼을 받는 등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씨는 2013년 사표를 던졌다. “예쁜 주연보다 감초 같은 조연이 되고 싶다”면서 연기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때 나이는 32살. 배우를 하기엔 늦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야 했다.


이씨는 여러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했다. 중국판 유튜브 ‘유쿠’에서 방영된 드라마 ‘최고의 커플(最佳情侶)’을 비롯, SBS ‘미녀 공심이’, ‘다시 만난 세계’, KBS ‘다 잘될 거야’, MBC ‘당신은 너무합니다’ 등에 출연했다. 오는 18일 방영하는 MBC에브리원의 2부작 드라마 ‘단짠 오피스’에도 나온다.


jobsN은 이씨를 만나 청와대 경호원 출신 배우의 삶을 들어봤다. 

출처: 이수련씨 제공
배우 이수련씨

집안 사정 때문에 ‘알바천국’ 삶…2004년 경호원 입문


처음부터 경호원을 꿈꾼 것은 아니었다. 어릴 적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던 이씨는 사관학교 진학을 꿈꿨다. 등록금이 면제되는 혜택이 컸다. 이를 위해 태권도 5단도 취득했다. 하지만 정작 대학은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로 진학했다.


이후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영어 과외는 물론이고, 패션잡지 모델, 방송국 리포터 등을 섭렵했다. 방송국 프로듀서를 꿈꿀 때는, 관련 학원을 다니려고 청소와 수업 준비를 맡는 ‘근로장학생’을 하면서 무료로 수업을 듣기도 했단다.


- 청와대 경호원이 된 계기는.

“2004년 신문에 난 공고문에서 청와대 경호실이 첫 여자 경호원을 뽑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첫 여자 경호원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었고,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라 지원하고 싶었다.”


- 준비가 어렵지는 않았나.

“어릴 적 사관학교를 꿈꿔 태권도 5단이다. 체력적인 면은 자신이 있었다. 필기시험 역시 언론사 입사 시험과 내용이 많이 겹쳤다. 그래서 비교적 수월하게 합격했다.”


- 경호원 생활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청와대 경호실(현재는 경호처)은 군대와 분위기가 비슷하다. 적응이 쉽지는 않았다. 방송국에서 일할 때처럼 교관님께 애교를 부렸다가 된통 혼이 나기도 했다. 대테러 훈련 같은 것도 정말 힘들었다. 사회에서 운동하던 것과는 운동량 자체가 달랐다. UDU(해군 첩보대)·육군 공수부대·해병대 등에서 훈련을 받는데 재밌었지만 정말 힘들었다.”


- 누구를 경호했나.

“당연히 우리나라 국가 원수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을 경호했다. 그리고 외빈 근접 경호도 맡았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 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있다. 한 번은 아랍 국가에서 온 왕자를 경호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당시 어떤 수행원이 내게 청혼한 적도 있다. 두 번째 부인이 돼 달라더라.(웃음)”

출처: tvN '현장토크쇼 TAXI' 캡처
후진타오 주석과 청와대 경호원 시절 이수련씨

“꿈 없이 산다” 생각에 사표…SBS ‘피노키오’에서 첫 역할


- 청와대 경호원을 포기하고 연기에 입문한 이유는.

“청와대에서 10년쯤 근무한 2013년 사표를 냈다. 사실 경호원의 삶은 안정적이고, 일도 몸에 익으면 편하다. 그런데 10년이 지나도 나는 청와대에서 같은 업무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꿈은 어디 갔나 싶더라."


"그때 생각난 직업이 배우였다. 평소에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저라면 어떻게 연기했을지 생각하는 편이다. 라미란씨나 곽도원씨, 조진웅씨처럼 인물을 생생하게 연기하는 배우가 연기자가 되고 싶었다. 바로 사표를 내고 연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 안정적인 삶을 포기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청와대 경호원은 특정직 7급 공무원으로, 당시 10년 차 월급은 본봉만 250만원이었다. 위험수당과 시간 외 수당은 별도다. 배우를 하면서 소득은 줄었지만 나 자신에게 투자할 시간이 늘어 좋았다. 학창시절 중고생들이 대학생활을 꿈꾸면서 힘든 대입 준비를 이겨내듯, 나도 꿈이 있으니 고난을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오디션 준비는 어떻게 했나.

“연기학원에 다니고 영화감독·교수·선배 배우 등 연기 전문가들을 따라다녔다. 나이가 많거나 못생겼다는 이유로 오디션에 떨어질 수는 있어도, 연기를 못한다는 이야기만은 듣고 싶지 않았다. 하루 종일 영화를 보면서 대사를 외우고, 친구를 만나면 이야기를 하다가도 뜬금없이 외운 대사를 써먹기도 했다. 1년쯤 연습하고 나니, 친구들도 내가 연기를 하는지 실제로 대화를 거는지 구별을 못하더라. 그때 SBS 드라마 ‘피노키오’에서 단역을 받았다.”


“경호원 오래 해 감정 숨기는 습관을 고치기가 어려웠다”


-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예쁜 주연보다는 감초 같은 조연.”


- 예를 들면.

“영화 ‘공공의적’ 시리즈에서 유해진씨(용만 분)의 대사 ‘에, 이것은 장검인디’ 같은 것. 아니면 ‘달마야 놀자’나 ‘신라의 달밤’같은 영화에 나온 조폭 대사도 연습했다.”

출처: 이수련씨 제공
배우 이수련씨

- 여자 캐릭터는 준비를 안 했나.

“내게 영화 속 매력적인 캐릭터는 대부분 남자였다. 내 또래(30대 후반) 여배우가 할 수 있는 인상적인 역할도 많지 않다. 주연이 아닌 조연이나 단역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는 여성 캐릭터가 많아지면 좋겠다. 언젠가 원하는 역을 맡을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 경호원은 철저히 냉정한 직업이고, 배우는 감정을 표현하는 직업이다.

“그 변화가 힘들었다. 연기에 처음 입문한 이후, 인형이 말하는 것처럼 연기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눈물을 흘리지 않고, 자신의 표정을 감춰야 하는 경호원 습관을 버리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감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표정을 짓는 것부터 훈련했다.


연습을 하다 보니 세상을 보는 관점도 좀 달라진다. 이전에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사람을 보면 수상하다는 생각부터 했는데, 지금은 왜 손을 넣었을지 생각해 본다.”


이씨는 미국 배우 메릴 스트립(Meryl Streep·69)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도 그 나이에 맞게 강렬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는 배우거든요. 그렇게 평생 연기하고 싶어요.”


그는 많은 대학생들이 ‘환경’을 이유로 꿈을 포기하려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고작 20대 중후반의 나이에도, 무언가를 도전하기에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어떤 기준에서 늦었다는 건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배우에 도전할 때도 배우를 하기엔 예쁜 얼굴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예쁘지 않다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모호한 기준을 신경 쓰느라 꿈을 포기하는 건 아쉽잖아요.”


글 jobsN 주동일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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