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링클'·'맛초킹', '동탄의 자랑'인 제가 만들었습니다

조회수 2020. 9. 22. 22:0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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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왕'이 개발한 신메뉴는?
bhc 기업연구소장 김충현 상무
신라호텔 출신, 채선당·BBQ 거쳐
최근 신메뉴 ‘소이바베큐’ 내놓아

여기 스스로를 ‘동탄의 자랑’을 자처하는 사람이 있다. 미성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고개가 금방 끄덕여진다.


바로 치킨 프랜차이즈 bhc의 대표 메뉴인 ‘뿌링클’과 ‘맛초킹’을 개발한 김충현(50) bhc치킨 상무(기업연구소장)다. 그는 경기도 동탄신도시에 산다. “고교생 아들이 하나 있는데 학교에서 ‘우리 아빠가 맛초킹 개발했다’고 자랑하면 친구들이 ‘오~’ 하고 관심 갖는다더군요. 하하. 그래서 스스로 동탄의 자랑이 되자는 마음가짐으로 새 치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jobsN은 지난 4일 서울 잠실 bhc치킨 기업연구소에서 김 상무를 만났다. 신메뉴 개발을 위해 치킨 소스를 배합하던 중이라고 했다.  

출처: jobsN
김충현 bhc치킨 상무가 치킨 메뉴를 소개하고 있다. 왼쪽부터 뿌링클, 신제품 소이바베큐, 맛초킹 치킨.

신라호텔 양식 셰프 출신…늦깎이 대학 입학이 진로 바꿔


김 상무의 첫 직장은 신라호텔이다. 고교(용산고) 졸업 후 신라호텔 조리팀에 입사했다. 양식을 주로 하면서, 연회와 프랑스 요리, 아메리칸 요리 등을 담당했다. 하지만 요리사 김충현을 만든 곳은 ‘메인키친’이었다. 신라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소스나 육수, 스프 등을 미리 만들어 놓고, 육류·생선·소시지 등을 숙성·손질하는 곳이다. 8년간 메인키친에서 근무한 뒤 뷔페 파크뷰, 계열 외식업체 탑클라우드(2013년 2월 동아원에 매각) 종로점에서 근무했다.


호텔 셰프로서의 삶은 재밌지만 또 고민이 많았던 시기였다. 많게는 3000명에 달하는 연회 참석자의 요리를 만들고, 김영삼 대통령이 있던 청와대에 출장 연회를 가기도 했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제주신라호텔에 방문해, 현지에서 양식 코스 요리를 만들기도 했다.


고민은 ‘가방끈’이었다고 했다. “그 때만 하더라도 셰프로 입문한 뒤, 요리전문학교 야간부를 졸업하고, 뜻이 있는 요리사는 4년제 호텔조리학과를 거쳐서 관광학 석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그런데 해외 요리학교 출신 후배들이 하나둘씩 입문하더라고요. 나중에는 내가 저 친구들에게 밀리겠구나 하는 위기감이 들었죠.”


그래서 선택한 전공이 식품공학이다. “식품공학을 전공한 셰프는 없겠다 싶어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라호텔 재직 중이던 1999년 서울과학기술대 식품공학과에 입학샜다. 대학 신입생으로 들어가 2008년 석사까지 취득했다. 석사 논문 주제는 ‘노화억제된 효소처리 쌀가루 및 냉동생지 제조를 위한 조건 최적화’였다.


이후 김 상무는 마리오아울렛 내 중식당 셰프를 끝으로 요리사 커리어를 마감했다. 이후에는 식품 메뉴 개발자로 변신해 BBQ 조리개발팀 과장, 개발팀장, 피쉬앤그릴 연구소장(이사), 채선당 R&D(연구개발) 본부장을 지냈다. 샤브샤브가 메인인 채선당에 샐러드바를 추가해 만든 ‘채선당 플러스’ 론칭을 그가 했다.


“두 개 섞으면 어때요” 네티즌 의견으로 뿌링클 개발

출처: jobsN
4일 서울 잠실 bhc 치킨 연구소에서 김충현 상무가 치킨에 들어갈 소스를 확인하고 있다.

현 직장인 bhc에 입사한 것은 2013년 7월. 그가 처음으로 받은 미션은 ‘후라이드 반 양념 반’의 공식을 깨라는 것이었다. “제가 입사하고 리코타치즈 샐러드도 만들고 꼬치 메뉴도 개발했지만 다 ‘사이드 메뉴’였어요. 특히 시골에서는 ‘후라이드 반, 양념 반’ 메뉴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죠. 그걸 바꾸고 싶었어요.”


이에 김 상무는 1년간 절치부심해 20가지 메인 메뉴를 개발했다. 내부 평가를 거쳐 하얀색 치즈 치킨, 달콤한 과자소스로 만든 치킨, 바비큐 소스로 만든 치킨 등 3가지가 최종 후보로 남았다. 하지만 바비큐 소스 치킨은 하얀 치킨이나 달콤한 치킨에 비해 차별화가 덜 된다는 이유로 시민 평가에서 탈락시켰다.


그런데 뭘 먼저 출시할까. 대답은 시식을 했던 한 네티즌이 제시했다. “둘 다 맛있는데 섞어요. 과자소스 치킨을 하얀 소스에 찍어먹으면 어때요.” 그렇게 나온 것이 뿌링클치킨이다. 2014년 11월 출시된 뿌링클 치킨은 1년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듬해인 2015년 7월 뿌링클과 더불어 bhc의 간판메뉴가 된 맛초킹도 나왔다. 맛초킹은 점주의 애로사항을 줄여주려고 개발을 다시 해 히트를 친 메뉴다. 맛초킹의 전신격인 ‘루팡치킨’은 닭을 튀기면서 동시에 간장 소스를 졸인 뒤 뿌려야 하는데, 이 ‘졸이는 과정’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어떤 가맹점주는 닭을 미리 넣고 끓이다가 ‘찜닭’을 만들고, 어떤 점주는 닭을 태우기도 했다.


이를 김 상무는 졸인 소스를 아예 만들어서 가맹점에 나눠주기로 했다. 간장 소스를 공장에서 졸이면서 농축시키는 한편, 판엿을 녹여 단맛을 강화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맛초킹이다. bhc의 2017년 매출은 2391억원이고, 이 중 뿌링클이 약 30%, 맛초킹이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김 상무는 지난 2일 신메뉴 ‘소이바베큐’ 치킨을 출시했다. 2013년 개발했던 3가지 치킨 메뉴 중 마지막에서 탈락한 바비큐치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5년을 고민해 출시했다. 기존의 치킨보다 튀김옷을 얇게 입히는 한편, 숙성간장·생강청·조청을 혼합한 소스로 깊은 맛을 살렸다. 치킨의 사이드 메뉴로는 고구마 정육면체모양 튀김과 연근칩을 곁들였다. 굳이 5년전에 포기했던 메뉴를 다시 개발해 출시한 이유는 한 가지다. ‘색다른 간장치킨’이라는 시장을 포기하기가 아까웠다고 했다.


“프랜차이즈의 R&D의 목적은?” 메뉴 개발 전 고민해야


김 상무는 프랜차이즈 메뉴 개발자의 목표로 매출 창출과 이익 확대의 두 가지를 꼽았다. 뿌링클처럼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매출을 창출하는 것이 한 가지 목표다. 다른 하나는 기존 메뉴를 개선해 이익을 확대하는 것이다. 맛초킹이 이 예다. 단순히 이게 맛있겠다는 생각만으로 덥썩 신메뉴를 개발했다가는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는 메뉴개발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저는 메뉴 개발 전문가입니다. 패키지 디자인이나 마케팅은 잘 모릅니다. 하지만 꾸준히 회의를 같이 하고 제 의견을 피력합니다. 당장은 콘셉트를 잘 모르더라도, 나중에는 메뉴의 특징을 살리는 포장용기 개발에 일정부분 기여를 할 수 있거든요. 협업의 시대인데 나 혼자 잘하는 부분만 담당하는 것도 옳지 않고요.”


하지만 정작 기자의 눈에 띈 것은 김 상무의 끊임없는 노력이었다. 호텔 셰프 출신으로, 국내 주요 프랜차이즈 매장의 연구책임자를 두루 거친 ‘메뉴 고수’지만, 김 상무는 지금도 매주 금요일마다 본사 지하1층에 있는 랩에서 신메뉴를 만들고 후배 개발자들과 직접 시식한다. 매주 15마리씩 메뉴를 만들고 또 시식한다.


글 jobsN 이현택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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